Ⅰ. 서론
본 논문은 곽현정(2014)의 연구〈한국 샤머니즘에 나타난 마을 당산나무의 위치와 모래상자의 공간 비교〉를 이론적으로 확장한 것임을 밝힌다(This study theoretically extends Kwak (2014) to conceptualize the healing space model integrating sacred spatiality and sandplay therapy).
전통 의례 공간과 현대 심리치료 공간이 공유하는 상징적 구조와 치유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문화심리학적 통합모델로 제시하고자 한다.
인간은 고대부터 공간을 통해 신성함과 치유를 경험해 왔다. 종교적 제의와 심리치료의 장(場)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 공간(symbolic space)으로 기능한다(Eliade, 1959; Rappaport, 1999). 이러한 공간은 개인의 내면적 질서와 집단의 영적 질서를 동시에 조정하며, 인간 존재의 통합을 가능하게 한다(Jung, 1964; Winnicott, 1965).
한국의 당산나무(Dangsan tree)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잇는 우주목(cosmic tree)으로서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왔다(Kim, 1991; 최덕원, 1993).
마을의 산정, 중앙, 입구, 그리고 들판에 위치한 당산나무는 각각 초월, 통합, 정화, 풍요와 재생의 상징적 기능을 수행한다(Kim, 1991).
이와 같이 당산나무는 인간과 신, 개인과 공동체, 생과 사의 경계를 매개하는 상징적 중심(sacred center)으로 기능한다(Eliade, 1959).
한편, 모래놀이치료(Sandplay Therapy)는 분석심리학의 이론적 기반 위에서 무의식의 이미지를 모래라는 공간 안에 상징적으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회복과 통합을 촉진하는 치료기법이다(Kalff, 1980/2003). 모래상자는 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심리적 우주(microcosm)로 해석되며, 그 안의 상·하·좌·우, 중심의 구조는 무의식과 의식의 관계를 공간적으로 드러낸다(Ammann, 2009; Roesler, 2019).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모래놀이치료는 아동과 성인 모두에서 내면의 통합과 정서 안정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으며(Wiersma et al., 2022), 이 과정에서 경험되는 상징적 공간은 일종의 치유적 공간(therapeutic spatiality)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은 당산나무의 상징성과 모래놀이의 공간 구조를 각각 분석하거나, 두 체계의 구조적 유사성을 비교적으로 검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Kim, 1991; 곽현정, 2014). 그러나 이들 연구는 두 공간이 공유하는 ‘치유적 공간’의 심리적 구조를 통합적으로 탐색하지는 못했다. 본 연구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 샤머니즘의 당산나무 공간과 모래놀이치료의 공간 상징체계를 ‘치유적 공간(Therapeutic Spatiality)’이라는 개념 아래 통합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목적은 전통 의례 공간과 현대 심리치료 공간 간의 구조적 상응 관계를 분석하여, 두 체계가 공유하는 심리·상징적 축(axis)의 의미를 밝히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첫째, ‘치유적 공간’의 개념과 문화심리학적 배경을 검토하고, 둘째, 한국 샤머니즘의 당산나무가 지닌 공간적 상징 구조를 분석한다. 셋째, 모래놀이치료의 공간 상징체계와 그 심리적 의미를 고찰한 뒤, 넷째, 두 체계를 통합하여 치유적 공간의 문화심리학적 모델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공간을 통한 인간 치유의 보편적 구조를 이론적으로 조명하고, 전통적 제의와 현대 심리치료의 대화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치유적 공간(Therapeutic Spatiality)의 개념
인간 경험에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배경이 아니라 상징적 장(field) 으로 기능하며, 무의식과 의식이 교차하는 장으로 작동한다(Rappaport, 1999). 종교 의례에서는 공간이 곧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계자 역할을 하기도 하며, 이러한 전통적 상징 공간은 인간의 존재 조건과 내면적 질서를 드러낸다(Eliade, 1959).
심리학적으로, Winnicott(1965)은 잠재적 공간(potential space) 개념을 제안하며, 외부 현실과 내적 현실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잠재적 공간은 상징과 놀이를 통해 내면적 세계가 외부 형태로 드러나는 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와 같이 공간이 내면-외면을 매개하는 구조로 작동할 수 있다는 관점은, 전통적 의례 공간과 현대 치료 공간을 연결하는 치유적 공간(Therapeutic Spatiality) 개념의 이론적 기반이 된다.
Alexander (2002-2005)는 『The Nature of Order』에서 공간이 살아 있는 구조(living structure)를 지닌다고 주장하며, 중심(center)과 경계(boundary)의 위계적 결합을 통해 전체성(wholeness)이 형성된다고 보았다.
Jiang(2015)은 이를 수학적으로 정교화하여 공간의 위계적 통합도를 제시하였다. 이 개념을 인문학적 틀로 재해석하면, 치유적 공간은 구조적 질서, 상징적 의미, 심리적 통합의 세 축으로 구성된다.
치유적 공간은 중심성, 경계성, 계층성이라는 세 축을 통해 구조적·상징적·심리적 통합의 장을 형성한다.
Jiang은 또한 PageRank 점수와 ht-index를 활용해, 중심의 ‘생명력(degree of life)’과 전체의 통합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Rappaport(1999)는 의례가 인간의 생명 질서를 재통합하는 수행적 행위(performance of order)라고 보았으며, Winnicott(1965)는 잠재적 공간(potential space)을 통해 자아와 세계가 만나는 심리적 전이를 설명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치유적 공간은 ‘경계–중심–계층’의 위계 구조를 통해 심리적 재조정과 통합을 가능케 한다.
치유적 공간은 단순히 공간적 중심, 경계, 계층 구조를 넘어서 심리적 역동성을 내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개념 축을 설정할 수 있다:
경계성(Boundariness): 공간 경계는 외부-내부를 구분하고, 상징적 정화·전환·통로 역할을 담당한다.
중심성(Centrality): 공간의 중심은 통합, 질서, 중심 자아(Self) 혹은 무의식과 의식의 매개 역할을 수행한다.
계층성(Hierarchy): 공간은 다층적으로 구성되며, 하위 공간 → 중심 공간 → 상위 공간의 구조적 조직을 통해 복합적 의미를 형성한다.
이 세 축 구조는 분석심리학의 상징 공간 모델 및 공간 상징 이론과 상응하며, 이후 본 논문에서는 전통 공간과 모래놀이공간에 이 구조를 적용해 해석할 것이다.
모래놀이치료(Sandplay Therapy, 또는 Ju-ngian Sandplay)는 비언어적 상징 표현을 통해 무의식의 이미지를 외부 공간에 드러내고, 내면적 갈등이나 상처를 치유하는 치료적 접근이다(Kalff, 1980/2003).
Roesler(2019)는 모래놀이치료가 개인과 그룹 모두에서 정서적 증상 개선에 유의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우울, 불안, 외현적 문제 등 광범위한 정서 및 행동 영역에서 긍정적 반응이 관찰되었다.
모래놀이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메타분석도 존재한다. Wiersma et al.(2022)는 8개국 1,284명을 포함한 40개 연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메타분석 결과, 효과 크기(Hedges’ g)가 약 1.10으로 나타났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모래놀이치료는 정서 표현이 어려운 아동이나 트라우마 대상자에게 적합한 비언어적 접근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안전한 상징 공간 제공과 심리적 거리 유지가 치료적 특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Wiersma et al., 2022; Roesler, 2019).
최근에는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불안, 우울, ADHD 등) 및 연령대(아동·청소년·성인)에서 모래놀이치료의 효과가 재검증되고 있으며, 모래놀이 집단상담, 매개 변수들이 효과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논의가 제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헌적 근거는, 모래놀이치료 공간이 단순히 표현의 장을 넘어 치유적 공간으로서 기능할 가능성을 뒷받침해 준다.
Ⅲ. 한국 샤머니즘에서 당산나무의 공간 상징 구조
당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 깃든 신목(神木)으로,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상징적 축(axis mundi)이다(Eliade, 1959; Kim, 1991).
Kim(1991)은 당산나무가 위치에 따라 제의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보았으며, 최덕원(1993)는 마을의 산정, 중앙, 입구에 위치한 당산나무가 각각 초월–통합–정화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하였으며, 곽현정(2014)은 이를 인간 내면의 심리적 공간 구조와 대응시켜 설명을 시도하였다.
한국의 전통 마을에서 당산나무는 대체로 산정(山頂)–중앙(中央)–입구(入口)의 삼중 구조[그림1, 그림2, 그림3]를 따른다(곽현정, 2014; 최덕원, 1993). 이 구조는 샤머니즘적 세계관의 축 구조, 즉 하늘–인간–땅의 위계 질서를 상징한다.
산정의 당산나무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며, 신령이 하강하는 초월적 통로를 상징한다. 이곳에서 행해지는 제의는 마을 전체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는 집단적 의례로, 인간이 신적 질서에 접근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중앙의 당산나무는 마을의 구심점이자, 인간과 신이 교감하는 통합의 공간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신과 소통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재확인하며, 심리적 안정과 결속감을 경험한다.
입구의 당산나무는 마을과 외부 세계를 가르는 경계의 신목(神木)으로, 부정과 재앙을 막는 정화의 기능을 가진다. 이곳은 외부로부터의 혼란을 걸러내는 동시에, 새로운 생명과 기운이 유입되는 상징적 문턱(liminal boundary)이다.
들판의 당산나무는 생명과 풍요, 재생의 상징으로 공동체의 물질적·정신적 순환을 나타낸다(Kim, 1991).
이와 같은 네 위치 구조(산정–중앙–입구–들)는 Jung(1964)의 ‘무의식–의식–자기(Self)’ 축과 상응하며, 제의적 행위를 통한 심리적 전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하층에서 상층으로 이동하는 제의의 경로는 곧 인간 내면의 정화와 통합 과정을 상징하며, 제의적 행위를 통한 심리적 전이(transit-ion)로 볼 수 있다.
당산제(堂山祭)는 단순한 지역 행사라기보다, 의례적 치유 공간(ritual healing space)을 창출하는 행위이다. 제의의 순서는 대체로 “입구에서 정화 → 중앙에서 소통 → 산정에서 통합”의 과정을 따른다(Rappapo-rt, 1999).
정화(purification) 단계에서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는 불안과 부정을 제거하는 심리적 방어기제(psychological boundary)로 기능한다.
소통(communication) 단계에서 중앙의 당산나무는 신과 인간, 개인과 공동체가 연결되는 상징적 중심이며, 집단적 무의식의 상징들이 표출된다.
통합(integration) 단계에서 산정의 당산나무는 의례의 완성, 즉 의식–무의식의 통합적 경험을 상징한다.
이와 같은 제의적 공간 이동은 곽현정(2014)이 제시한 모래상자 공간의 이동(좌하 → 중앙 → 좌상)과 구조적으로 대응한다. 두 체계 모두 경계–중심–상위공간의 위계 구조를 통해 정화, 소통, 통합의 심리적 변화를 표현한다.
도시화와 세속화 속에서도 많은 지역에서 당산제를 지속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정체성과 소속감, 심리적 균형의 회복 장치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당산나무는 공동체 구성원이 공유하는 상징적 안전기제(symbolic security mechanism)로서, 현대 심리치료의 치료적 장(場)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곽현정(2014)은 이러한 구조가 모래놀이치료의 공간 구조와 상응한다고 보았다. 당산나무의 삼중 구조(입구–중앙–산정)는 모래상자의 공간 이동(무의식–의식–자기)과 대응하며, 이는 인간의 심리적 통합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화적 원형(cultural ar-chetype)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당산나무의 공간 구조는 단순한 민속적 잔존물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세계가 공간적 상징으로 드러나는 보편적 심리구조의 표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전통 의례 공간과 현대 심리치료 공간이 공유하는 치유적 공간(Therapeutic Spatiality)의 근원적 패턴을 보여준다.
Ⅳ. 모래놀이치료의 공간 상징과 심리적 의미
모래놀이치료(Sandplay Therapy)는 분석심리학에 근거한 비언어적 치료기법으로, 내담자가 모래상자 안에서 상징적 장면을 구성함으로써 무의식의 이미지를 외현화 한다(Kalff, 1980/2003).
Ammann(2009)은 모래상자를 자아와 무의식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보았다[그림4]. 이러한 공간은 정화–소통–통합의 심리적 단계를 반영한다.
특히 좌측은 보다 무의식적이며, 수용적· 깊은 내면의 모성적, 우측은 활동적·사회적이며 성장과 관련된 측면을 상징하며, 전체 공간은 심리적 이동의 모델(psychic transition model)을 형성한다.
Kalff(2003)는 모래놀이를 통해 나타나는 공간적 배치를 단순한 놀이가 아닌, 자기(Se-lf)의 통합과 회복을 위한 상징적 매개 공간(symbolic mediation space)으로 정의한다. 즉, 내담자는 상징물과 공간 구조를 활용하여 내적 갈등을 외부로 표현하고, 심리적 이동 과정을 시각적으로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상징적 공간은 치유적 공간(Therapeutic Spatiality)의 역할을 수행하며, 개인의 심리적 균형과 통합을 지원한다.
모래상자는 좌·우·상·하, 중심의 구조를 통해 심리적 의미를 전달한다(Ammann, 2009). 각 영역은 다음과 같이 해석될 수 있다:
중앙(Center): 자기(Self)의 중심, 무의식과 의식의 접점, 통합의 상징
좌상(Left-Upper) / 우상(Right-Upper): 초월적·영적 상징, 이상적 자아 혹은 목표 지향적 심리 영역
좌하(Left-Lower) / 우하(Right-Lower): 깊은 무의식, 초기애착, 모성적인 영역
경계(Boundary): 외부 현실과 내면 세계를 분리, 안전한 표현 공간 제공
이러한 공간 구조는 Jung(1964)의 무의식 구조 및 Winnicott(1965)의 잠재적 공간 개념과도 일치하며, 내적 경험의 단계적 통합 과정(혼돈 → 질서 → 중심)과 유사한 심리적 이동 모델(psychic transition model) 을 제공한다. 즉, 모래상자의 공간 경험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무의식적 이미지를 통한 심리적 재구성과 통합을 실현하는 장으로 작용한다(Roesler, 2019; Wiersma et al., 2022).
Roesler(2019)는 모래놀이치료가 정서 조절과 자기 통합에 효과적임을 보고하였고, Wiersma et al.(2022)은 8개국 1,284명을 포함한 메타분석에서 평균 효과크기 g = 1.10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모래놀이 공간이 심리적 치유의 장으로 기능함을 뒷받침한다.
정서적 외현화(Emotional Externalization): 내면의 갈등과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
상징적 전환(Symbolic Transformation): 부정적 경험을 통합 가능한 이미지로 재구성
심리적 거리(Psychological Distance): 공간적 분리를 통해 외상이나 갈등의 직면을 가능하게 함
내적 통합(Self-Integration): 중심(Self)으로의 이동과 심리적 통합 경험
이와 같은 공간적 구조와 심리적 역동은 단순한 치료 기법을 넘어, 치유적 공간(The-rapeutic Spatiality) 이론의 실증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즉, 모래놀이치료에서의 공간적 구조와 당산나무의 공간 구조는 중심–경계–계층성이라는 공통 구조를 공유하며(곽현정, 2014), 이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보편적 심리적 공간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곽현정(2014)은 당산나무 공간과 모래상자 공간을 비교하며, 두 공간 모두 중심 → 경계 → 통합의 구조적 축(axis)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상징적 중심에서 무의식적·의식적 경험이 통합되는 과정은, 당산제 의례에서의 제의적 이동(입구 → 중앙 → 산정)과 모래놀이에서의 상징적 이동(경계 → 중심 → 자기(Self)) 간의 구조적 유비(structural analogy)를 보여준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모래놀이치료의 상징적 공간과 전통 의례 공간이 공유하는 치유적 구조를 밝힐 수 있으며, 이는 이후 본 논문의 Ⅴ장 ‘치유적 공간의 통합 모델’로 연결된다.
Ⅴ.치유적 공간의 통합 모델: Tree–Tray Axis
당산나무가 제의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모래놀이치료에서 모래상자가 담당하는 기능과 구조적으로 대응된다. 제의의 시작 단계에서 마을 입구의 당산나무는 외부의 부정과 불안을 차단하고 참여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는 정화와 보호의 공간으로 작용한다(최덕원, 1993). 이러한 기능은 모래놀이치료에서 내담자가 잠재적 공간(potential spac-e) 속에서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도록 돕는 과정과 동일하다(Winnicott, 1965). 두 공간 모두 참여자(또는 내담자)의 불안을 수용하며, 자기표현을 위한 심리적 경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치료적 경계 공간(boundar-y space)으로 기능한다.
다음으로, 제의의 중심 단계에서 당산나무는 신과 인간, 개인과 공동체가 소통하는 교감의 중심 공간(communicative center)으로 전환되며, 이는 모래상자 중앙에서 상징물이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상징적 대화(Symbolic dialogue)를 형성하는 과정과 동일하다(Kalff, 1980/2003). 마지막으로 제의의 마무리 단계에서 당산나무는 축원과 초월의 공간(space of transcendence)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는 모래놀이치료에서 내담자가 상징적 질서를 회복하고, 자기(Self)와의 합일을 경험하며 정서적 평형을 회복하는 단계와 대응한다(Roesler, 2019). 이처럼 당산나무와 모래상자는 경계–중심–통합의 구조를 공유하며, 정화–소통–통합의 순환 과정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의 심리적 회복을 매개한다(최덕원, 1993; 김열규, 1982; Kalff, 1980/2003; Winnicott, 1965). 당산나무와 모래상자 공간의 치유적 대응은 [표1]과 같다.
당산나무의 공간 구조와 모래상자 공간은 모두 경계–중심–통합의 축을 공유한다(곽현정, 2014). 이를 통합한 ‘Tree–Tray Axis Model’을 제안한다 (Adapted from 곽현정, 2014).
앞서 Ⅲ장과 Ⅳ장에서 살펴본 한국 샤머니즘의 당산나무 공간 구조와 모래놀이치료의 모래상자 공간 구조는, 상징적·심리적 기능에서 놀라운 유사성을 보인다.
공간 구조를 비교하면 [표2]과 같은 대응 관계가 나타난다(곽현정, 2014).
| 당산나무 | 모래상자 | 상징적 의미 |
|---|---|---|
| 입구 | 좌·하 영역 | 경계, 정화, 본능적, 원형적 깊은 무의식 |
| 중앙 | 중앙 영역 | 통합·조화·중심·자기 |
| 산정 | 좌·상 영역 | 신성성, 영적인 부성의 역할 |
| 들판 | 우측상하 | 모성의 역할, 양육, 성장 |
이 대응 관계는 단순한 위치적 일치가 아니라, 인간 경험에서 경계–중심–통합이라는 보편적 심리 구조를 반영한다. 이러한 구조는 Jung(1964)의 무의식–의식–자기(Self) 축과, Winnicott(1965)의 잠재적 공간 개념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Three Axes of Healing Space)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세 축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Boundary (경계)→ Center (중심)→ Higher Space (상위공간) (Alexander, 2002-2005; Jiang, 2015)
공간 내 이동 과정이 개인과 공동체의 심리적 안정과 질서 회복을 촉진
Sacred(신성) → Ritual(의례) → Healing (치유) (Eliade, 1959; Rappaport, 1999)
상징 체계를 통해 인간-신, 무의식-의식, 개인-공동체를 연결
Unconscious(무의식) → Conscious(의식)→ Self(자기) (Jung, 1964; Winnicott, 1965)
공간 이동과 상징 체계가 심리적 통합 과정과 직결
이 모델은 전통 의례와 현대 심리치료 간의 보편적 치유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며, 문화 간 심리구조의 통합 가능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위 세 축을 통합한 모형을‘Tree–Tray Axis Model’로 제시한다.
모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좌우·상하·중앙 구조가 심리적 이동 경로와 연동
2) 공간 내 중심과 경계의 상호작용이 치유적 경험을 매개
3) 전통적 의례 공간과 심리치료 공간 간 문화적 전이를 설명
이를 통해 단순한 구조 비교를 넘어, 문화적 층위가 다른 두 공간에서 동일한 치유 메커니즘이 작동함을 이론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전통적 의례 공간과 현대의 치료 공간은 모두 인간의 내면적 통합과 공동체적 치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상호 연관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적 의례 공간인 당산나무와 현대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인 모래놀이치료는 각각 상징적 공간을 매개로 개인의 심리적 통합과 집단적 치유를 촉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Ⅵ. 결론
본 연구는 한국 샤머니즘의 당산나무와 모래놀이치료의 공간 구조를 비교하여, 치유적 공간의 보편적 심리구조를 통합적으로 해석하였다. ‘Tree–Tray Axis Model’은 상징 공간을 통한 심리적 통합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며, 전통 의례의 상징 구조를 현대 심리치료에 접목함으로써 동아시아 치유문화와 글로벌 심리치료 담론 간의 연결을 모색한다. 또한 본 연구는 상담 현장에서의 실천적 함의를 제시한다. Tree–Tray Axis Model의 경계–중심–통합 구조는 상담실 공간의 배치나 집단상담 세션의 단계 구성 원리로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담자는 초기 단계에서 경계 설정(boundary setting)을 통해 안전한 상징적 공간을 조성하고, 중기에는 중심(core) 단계에서 내담자의 상징 표현과 정서 통합을 촉진하며, 종결기에는 통합(integration) 단계에서 자기(Self)의 재구성과 관계 회복을 지원할 수 있다(Jung, 1964; Winnicott, 1965). 이러한 접근은 상담 장면을 단순한 대화의 장이 아닌 의례적 전이와 상징적 치유의 공간으로 재구성하며, 문화적 상징을 활용한 ‘상징적 공간 설계(symbolic spatial design)’라는 문화심리학적 개입 모델로 실천될 수 있다.
아울러 본 모델은 문화치유 프로그램이나 학교 기반 모래놀이치료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당산제의 의례 구조(정화–소통–통합)를 모래놀이치료의 세션 단계에 적용함으로써 내담자의 심리적 전이를 촉진하고, 집단 내 상호작용을 통한 통합 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Alexander, 2002–2005; Wiersma et al., 2022). 향후 연구에서는 실제 임상사례와 학교상담 데이터를 활용하여 Tree–Tray Axis Model의 심리적 효과와 문화적 적합성을 실증 검증함으로써, 상담 현장에서 재현 가능한 문화심리학적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전통 의례와 현대 치료 공간이 공통적으로 경계–중심–통합의 구조적 축을 공유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심리적 통합 과정과 유사한 구조적 패턴을 나타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구조적 유사성은 문화적 배경이 다르더라도 치유적 경험에서 일관된 공간적 메커니즘이 작동함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세 축 모델인 “Tree–Tray Axis Model(구조적 축, 상징적 축, 심리적 축)”을 제안하였다. 이 모델은 서로 다른 문화적 층위를 지닌 공간에서도 유사한 치유적 작용이 발생함을 설명할 수 있으며, 전통문화의 상징 체계를 현대 심리치료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