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독수리의 상징에 관한 이론적 고찰과 사례 연구

최은주 1 ,
Eun-Ju Choi 1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아산배방초등학교 전문상담사
1Asan Baebang elementary school Professional Counselor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최은주, (31487)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읍 북수로 25번길 11, 아산배방초등학교, Tel: 010-3070-1003, E-mail: sokuk22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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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Mar 24, 2021; Revised: Apr 08, 2021; Accepted: Apr 26, 2021

Published Online: Jun 10, 2021

국문초록

고대 역사 속에서부터 권위, 힘, 영적 원리, 정오의 태양, 모든 하늘신의 상징인 독수리를 신화와 종교, 문화와 문학에 나타난 상징의 의미를 살펴보고 모래놀이 상자에서는 내담자의 내면 여정에 어떠한 의미였는지 동행하며 살펴보았다. 신화에 나타난 독수리는 신의 전령이며 신과 동일시되고 영원불멸의 삶을 의미하며 아버지를 상징하였다. 종교에서 독수리는 태양의 신, 땅에서 하늘로 기도를 전달하는 인간의 영적 원리를 상징하였다. 인류 역사 문화에서 새들의 제왕인 독수리는 왕권, 전사의 상징, 재생과 부활, 태양의 빛으로 상징되었다. 문학작품 속에서는 삶의 역경과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와 자연과 온 우주와 공존하는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모래놀이 상자에 나타난 독수리는 힘의 권위를 보여주며 자식인 아기 독수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기 독수리는 아버지 독수리의 곁에 늘 같이 있었으며 아버지 독수리가 죽은 후 무덤을 세우고 보존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성장 과정에서 결핍된 부성의 보살핌과 원형적인 부모 자녀 관계에서 억압된 것과 의식된 것이 대극을 이루어 갈등이 있었으나 자기조절을 통해 분화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태도, 신념, 행동, 부와의 새로운 관계 창조를 통해 자기실현을 이루고 있었다.

Abstract

From ancient history, the eagle symbolized authority, power, spiritual principles, the midday sun, and all gods. This paper aims to explain the symbols and meanings of eagles in mythology, religion, culture and literature. Furthermore, it will explain what the counselee means to use the eagle in the sand play. The eagle in mythology was symbolized god's messenger, god's agent, eternal life and father. From a religious, the eagle is used as the god of the sun or as a passage between humans and gods to convey prayer from earth to heaven. The eagle, the king of birds, was symbolized by majesty, warrior, regeneration, resurrection, and the light of the sun in human history and culture. In the literary, the eagle was represented as a symbol of courage that was not frustrated by hardship and misfortune, or as a symbol of coexistence with nature and the universe. In sand play, the eagle showed the authority of power and took care of its baby eagle. This baby eagle was always with his father, and after his death, it tried to build a tomb and preserve it. It seems that there was a lack of paternity care and there was a conflict between knowing the unconsciously suppressed situation and the consciously suppressed situation of archetypal parent-child relationship in the process of growth. The counselee achieved self-realization by using sand play to know self-regulation, forming new attitudes, beliefs, behaviors, and new relationships with his father.

Keywords: 상징; 독수리; 모래놀이
Keywords: symbol; eagle; sand play

모래놀이치료에서의 작업은 무의식의 원형적 에너지가 표현되는 상징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다. 모래놀이치료는 상상을 자극하고, 신경증적으로 고착된 에너지를 해방시키며, 그 에너지를 창조적 통로로 이동시킨다(박종미, 2018). 그래서 그 자체로 ‘치유적이다.’ 라고 할 수 있다. 모래놀이에서 피겨와 사물들의 기능은 대극간을 이어주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상징은 무의식적이며 언어로 완전히 표현해 낼 수 없으며 살아 움직인다. 상징은 다양하고 함축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기에 상징의 의미는 확충을 통한 통찰로써 파악할 수 있다(이부영, 2011).

상징은 “동일성” 과 같은 뜻으로, “함께 던져짐” 의 의미를 갖는 그리스어의 symbol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독일어의 “bild” 의 의미는 “이미지” 이다. 이해할 수 있는 인지 능력과 정서반응의 합일을 통해 이미지는 그 의미와 형태를 얻게 되는데 이런 상징은 원형에서 기원한다(박종미, 2018).

의식과 자아에 대해 심리적 에너지를 개입시켜 작용하는 원형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선천적으로 주어진 가능성을 말하는 것으로 개인적으로 습득되거나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형태다. 따라서 원형은 무의식이 개인을 초월해 있다는 집단적 무의식과 긴밀하게 연결된 개념으로 집단무의식이 이미지나 상징을 통해 구체적으로 발현된 상태를 의미한다. Barbara A. Turner(2009)는 원형의 핵심은 ‘archetype-as-such(원형과 유사한 것)’ 라고 하였으며 원형적 이미지 뒤에 놓인 관념이 중요한 것으로 콤플렉스가 형성되는 기초적 에너지의 핵이며 원형은 꿈, 모래놀이, 백일몽, 예술 등에 상징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또한 상징은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서로 대극적인 것을 연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주제, 태도, 신념, 문제 또는 관계들에 관한 견해 중 한 부분만 의식되고 다른 한 극은 무의식에 있는 경우 무의식에 있는 극은 인식되고자 하는 성향을 갖게 되고 무의식에 있는 대극 에너지가 의식에 접근할수록 정신에는 갈등적 에너지가 쌓이게 되어 분화하게 되고 의식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가 가지고 있으나 모르고 있는 무의식의 내용을 깨달아 나감으로써 작은 의식의 중심인 자아로부터 큰 전체정신의 중심인 자기로 다가가는데 이 과정을 자시 실현 또는 개성화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Jung(1996)에 의하면, 상징은 자발적으로 발생하며 치유적, 에너지-변환적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 힘은 의식과 무의식을 표상하는 상징을 매개하는 기능을 한다고 하였으며 더 나아가 Eliade(1998)는 상징을 이해한 사람은 객관적 세계에 대해 자신을 개방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의 개인적 상황으로부터 출발하여, 우주의 이해에 도달하는데 성공할 것이라고 하였다.

모래놀이 상자에는 항상 상징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박정옥, 2014). 모래놀이상자에 표현된 작품은 개인의 주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세계의 표현이다(김보애, 2006).

내담자는 모래놀이장면에서 유독 두 마리의 독수리를 끊임없이 사용하며, 모든 놀이의 중심에 있게 하였다. 아버지와 아들로, 전쟁에 출전한 위대한 영웅으로,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힘의 서열로 의인화하여 사용하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큰 독수리는 작은 독수리를 옆에 두고 챙겼다. 이에 동물의 상징성은 시각화된 무의식의 자기 모습이기에 모래상자에 나타난 독수리의 상징적 의미를 통해 정신세계 속에 내재된 내담자의 주관적 무의식을 의식화 해 봄으로써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미해결된 문제나 무의식적 행동들을 통찰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또한 아동은 독수리를 통해 어떤 위로 받고자 하였으며,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스스로에게는 어떤 의미였는지 모래상자에 나타난 독수리의 상징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본 론

본 연구는 신화와 종교, 문화와 문학에 나타난 독수리의 상징적 의미를 고찰하고 모래놀이 상자에 표현된 독수리의 상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독수리의 생물학적 특성

독수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맹금류 수릿과의 새로 펼친 날개의 길이가 3m에 달한다. 온몸이 암갈색을 띄며 머리와 윗목은 깃털이 없어 피부가 드러나 있다. 대부분 대륙의 풀밭, 바위로 된 산, 큰 삼림의 동굴, 절벽, 나무 등에 서식하며 암수가 같이 생활하고 2~4월에 한배에 한 개의 알을 낳는다(조나단 엘픽, 젠 그린, 바바라 테일러, 리처드 워커, 2003).

독수리는 한번 만든 둥지를 기억하고 있다가 철이 지나 돌아와 고쳐서 다시 사용한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것이 맹금류의 특징이지만 독수리는 예외적으로 사냥 능력이 없다. 그래서 땅에 있는 동물의 사체를 주로 먹는다. 반면 이집트의 독수리는 도구를 사용하여 타조의 알을 깨고 속을 먹기도 한다(조류도감, 1998).

같은 과의 맹금류인 매, 솔개, 수리, 황조롱이는 먹이를 구별해 낼 만큼 시력이 좋고 사냥기술이 발달하여 다양한 동물을 잡아먹으며, 새끼가 한입에 삼킬 수 있도록 작은 조각으로 찢어주는 자상한 면도 갖고 있다. 그러나 자기 새끼를 둥지에서 쫒아 내는 매정함으로 철저하게 반복 훈련을 시켜 강하게 단련시키기도 한다(위키백과, 2020).

독수리가 가진 상징의 역사

상징으로서 새들의 제왕인 독수리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과 고대 이집트에서 독수리는 하늘의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믿었으며 영원불멸의 삶을 상징하였다.

로마 건국 이전부터 독수리는 로마 그 자체로 인식되어 로마 건국신화에 등장하며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공식적인 상징이자 막강했던 로마 군대의 상징이기도 했다(엄대감, 2014).

신성로마제국이 붕괴된 후, 독수리 상징문장은 오스트리아에 나타났고 1871년 등장한 독일제국 나치에 의해 계승되어 광대한 제국, 무시무시한 군사권력 등에 사용되었다.

러시아 황제나 나폴레옹 황제의 문장에도 독수리가 사용되었으며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문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달러의 지폐에도 사용되었는데 이는 독수리가 씩씩하고 용맹한 기상의 상징이기 때문이었다(위키백과, 2020).

신화에 나타난 독수리

Jung(1996)은 신화를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자 원형으로 간주하였고, 켐벨(Joseph Csmbell)을 비롯한 신화종교학자들은 신화가 원시 공동체의 생활방식을 지배하는 규범에 근거하며 사회생활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고 하였다(신현숙, 2015).

신화에는 지역성과 보편성이 공존한다. 그래서 신화에 등장하는 독수리는 해당 문화권의 사회생활과 문화의 토대로서 각 민족의 고유한 종교적, 문화적 특성을 보유하면서 다른 지역의 민족 신화들과 상징체계의 일부분 혹은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신현숙, 2015).

그리스 신화에서 독수리는 제우스 그 자체이기도 하고 제우스의 명령을 전달하는 메신저로 등장하기도 한다. 인류를 위해 불을 훔쳤던 프로메테우스는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는데 프로메테우스를 괴롭히는 독수리를 보낸 이가 바로 제우스이기도 하다(김상준, 2016).

에스키모의 창조주가 물속 괴물을 퇴치하고 그 시체를 섬으로 만들었다는 <독수리의 선물> 신화는 창조 신화의 상징적인 의미가 우주 시작에 관한 것에 머물지 않고 한 개인의 세상에 대한 깨달음의 시작으로 보기도 하였다(김진숙, 2017).

이인식(2010)은 세계의 신화에 등장하는 상상의 가공 동물 독수리에 대해 정리하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린핀(griffin)’ 은 사자의 몸통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와 앞발을 가진 전설의 동물로 금은보석을 찾아내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금광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또한 힌두교에서 독수리는 불사조와 동일하게 여기는 황금의 새 ‘가우다’ 와 마다가스카르섬의 산속에 살며 새끼들에게 코끼리를 먹였다는 ‘로크(Roc)’, 암말과 그린피를 교미시켜 만든 상상의 동물 ‘히포그리프(Hippogriff)’ 로 표현되고 있다(조나단 엘픽, 2003).

종교에 나타난 독수리

다양한 종교 속에서의 독수리는 영적인 보호를 나타내며, 기도를 나르고, 힘, 용기, 지혜, 영의 깨달음, 치유, 창조 그리고 마법의 지식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독수리는 영계를 보기 위해 물질계를 넘어 올라서 감춰진 영적 진실을 보는 능력이 있고, 강한 힘과 균형, 우아한 기품, 더 높은 진리와의 연결, 지식과 노고로 얻어지는 직관과 창조적인 영의 은총을 나타낸다(진 쿠퍼, 2007).

그리스트교의 성서에 나타난 독수리는 이스라엘을 구한 상징적인 동물로 표현되고 있으며, 눈을 감지 않고 태양을 직시할 수 있으므로 신의 영광을 응시하는 예수의 상징이며, 태양까지 비상하고 바다로 내려와 그 날개를 적셔 새롭게 한다는 의미로 부활, 세례에 의한 신생(新生)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독수리는 하느님의 의지, 하느님의 뜻을 이룰 사람이자 군대로서 하느님을 대리한 심판자로 비유되기도 하였으며 초대교회에서 독수리는 하느님 말씀과 지혜의 상징이었다(진 쿠퍼, 2007).

불교에서 독수리는 부처의 전리품이며 불공성취여래(不空成就如來)의 부수물이었다.

유대교에서 독수리는 소생††(시편 103:5)을 뜻하고, 힌두교에서의 독수리는 비슈누 신이 타고 다니며 태양에 속하는 성조(聖祖) ‘가루다’ 로 나타났다(조나단 엘픽, 2003).

문화 속에 나타난 독수리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나타난 독수리의 토템은 위대한 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우학(2006)은 이들에게 있어서 자연과 인간 삶에 대한 그들의 독특한 관점에 독수리가 있는데 독수리 설화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자신들의 문화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고 하였다.

<얼룩 독수리와 까만 까마귀> 설화에서는 부족의 두 청년이 싸움에 나가 까만 까마귀의 배신으로 절벽에 갇혀 두 마리의 독수리와 같이 생활하다가 독수리의 도움으로 마을로 돌아와 어려움에 처한 마을을 구하고 두 마리의 독수리를 찾아가 약속을 지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버팔로와 독수리 날개> 설화는 버팔로가 동물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사람들에게 평화롭게 지내자고 요청하지만, 약속을 깨고 동물과 자연을 파괴하는 이야기로 인디언들의 삶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시베리아 원주민들의 토착 문화에서는 독수리를 태양, 빛, 불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고 숭배하였고(김민수, 2021), 미국의 토착 문화에서는 독수리가 은총의 상태를 나타내는데 거기에 도달하려면 내면작업, 이해 그리고 개인적 능력을 되찾기 위해 입문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고 독수리의 의술과 약물은 대령(大靈)의 권능으로 끈기의 영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티벳에서는 천장이라는 장법이 있는데 죽은 뒤에 시체를 독수리들이 먹어 치워야 하늘에 올라갈 수 있거나 혹은 부유한 집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런 토착문화는 우리나라 제주도가 몽골의 지배를 받는 기간 동안 영향을 미쳐 <한국구비문학대계>의 ‘삼두구미본’ 설화에서 삼두구미가 괴물을 퇴치하는 과정에 괴물의 시체를 독수리에게 던져주는 대목이 나오는데(현승환, 2009), 이는 독수리를 신성한 동물로 믿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문학에 나타난 독수리

내외적 전통의 힘들은 오랜 기간의 발달 과정을 통해 매우 강력해져서 원형적 이미지들이 한 형태의 단계를 취하게 된다. 이 형태를 사용하여 인간은 성스러운 이미지들을 고안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문학에서 독수리는 태양과 동일시되고 여성적인 자연을 비옥하게 만드는 남성적 원리를 상징하고 아버지를 암시한다(에드워드 C. 휘트몬트, 2019).

문학이 창조의 싹이라는 측면에서 독수리는 다른 동물들처럼 이중성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많은 도상(圖像, Icon), 상징, 우화 속에서 독수리는 희생물을 거느린 새로 표상되었다. 이것은 낮은 단계의 존재(본능)를 희생시키고 높은 단계의 힘, 곧 아버지의 원리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한다. 심지어 단테는 여러 작품에서 독수리를 신의 새라고 불렀다(이승훈, 2009).

박남수(1993)는 독수리를 파괴와 지배를 상징하며 신성한 존엄성과 승리를 상징한다고 하였고, 설성경(2013)은 윤동주의 ‘간’ 이라는 시에서 독수리는 내적 투쟁을 암시하며 인간의 세계보다 높은 곳에 있는 신성의 세계 혹은 그런 세계의 전언을 전달하는 전언자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모래상자에 나타난 독수리

본 연구는 아동대상연구로 아동의 대리인 모의 동의를 받아 진행된 사례다.

내담자는 초등학교 3학년의 남아로 출생 후 지속적인 부의 가정폭력과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3년 전부터는 부의 심각한 알코올중독으로 경제활동과 자녀 양육은 모가 전적으로 맡아 가정을 유지하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내담자를 훈육할 때는 “경찰이 잡아간다. 경찰서 유치장에 가둔다.” 등의 협박으로 불안과 적개심을 가지고 성장하게 되었고 이런 정서적 불안과 잠재된 분노는 취학 후 교사의 교권을 침해하고, 친구들에게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며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교실을 무단이탈하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모의 직장에 수시로 전화하여 조퇴하게 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쓰는 태도가 반복되었다.

부의 강한 거부에도 모의 동의를 받아 1년 10여 개월간 주 1회 40분씩 24회기 언어상담 및 놀이치료를 병행할 수 있었다. 명확하지 않은 이유를 대며 모래놀이실 입장을 거부하던 내담자가 겨울방학을 앞두고 “요즘 아빠가 술을 너무 많이 먹고 폭력이 심해져 119가 와서 아빠를 강제로 묶어 어디론가 데려갔다.” 고 하더니 갑자기 모래놀이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 후 논문 투고 시까지 7회기에 걸쳐 7상자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계속 진행 중인 사례이다.

모래실에 들어온 내담자는 거침이 없었다. 첫 모래상자 그림 1은 ‘정글과 사막’ 이라는 제목으로 늘 모래놀이를 해왔던 것처럼 바로 경찰이 모래상자를 지켜보도록 세워놓고는 모래상자를 헤집듯 소방차를 밀고 다녔다. “소방관은 혹시 불이 날 수 있으니 여기 와있는 거예요.” 라고 하며 날개를 펼친 큰 독수리를 보고 “와! 이 정도는 멋져야 독수리지. 아빠 독수리, 넌 아기 독수리.” 라며 웅크리고 있는 모습의 작은 독수리가 큰 독수리를 졸졸 따라다니게 하였다. 다른 동물과 다양한 새들이 자리한 속에서도 독수리 두 마리를 챙겼으며, 이후의 모래놀이 상자 속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에드워드 C. 휘트몬트(2019)Dora M. Kalff(2012)가 언급한 부성 원형처럼 내담자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배열된 부성 원형적 이미지가 모래놀이 장면에 나타나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녀 양육의 일부분으로 친근한 양육적인 활동을 포함해서 가족 경계 내에서 발생하는 기능과 관련된 부성으로서, 땅속 깊이 어둡고 풍요로운 곳에 살아있는 고대적 부성 이미지가 상징을 통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림 2는 ‘경찰과 독수리’ 라는 작품으로 “소방관은 여기서 물을 뿌리고 있어, 경찰은 교통정리를 해.” 라고 하더니 큰 독수리와 작은 독수리를 들여와 상자에 놓고 큰 독수리가 경찰을 낚아채 날아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구현하였다. 상자에 놓인 피겨들이 토너먼트로 싸움을 벌이는 중에도 독수리가 경찰을 괴롭히는 모습을 꾸준히 연출하였는데 이를 분석심리학 관점에서는 통제를 당하고 있는 상태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하였다. 위험으로부터 긍정적 측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 경찰, 담장, 무기, 군인 등은 어린 시절부터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 피겨에 대한 대항 또는 분리로 권위에 대한 대항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에드워드C. 휘트몬, 2019).

내담자는 모래놀이 상담이 진행되는 중에도 병원에 계신 아빠의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다고 하면서도 학교에서의 생활태도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짜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림 3 상자에서는 엑팅아웃이 될 정도로 다양한 동물들이 큰 독수리와 얽혀 싸우는 상황을 연출하였는데 Jung(1996)에 의하면 견딜 수 없는 갈등은 삶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증거이며, 내면에 해결해야 할 것들로 인해 어느 정도의 갈등은 필요하고 이 갈등이 자기조절 기능을 가졌다고 하였다.

내담자는 “아빠 위험해요, 힘내세요.” 라며 우는 듯 울부짖는 괴성을 지르며 큰 독수리를 괴롭히는 이두용을 공격하였지만 결국엔 아빠 독수리가 져서 진자의 무덤이라며 만들어 놓은 모래 언덕 위에 내던져졌다. 평상시 부에게 돌봄을 받지 못했던 내담자가 모래상자에서 독수리를 통해 부성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느낀 연구자는 싸움에서 져 무덤에 내 던져지는 독수리를 보고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그림 4에서는 엄마 혼자만 병원에 가서 아빠를 보고 왔다고 몹시 아쉬워하며 자신이 제일 힘이 세다고 생각되는 피겨들을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들여와 상자에 배치하고는 “아기 독수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아빠 옆에 있어야 해.” 라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모습을 보였다. 김보애(2008)는 손은 모래에서 움직이고, 입에서는 자신이 치유되어야 할 심리적 내용들이 끊임없이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줄줄줄 나온다고 하였는데 아빠와 강제적으로 떨어지자 자신에게 폭력만 휘둘렀던 아빠라도 사랑받고 챙김을 받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고, 자신도 그런 아빠지만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5에서는 “이쪽엔 다양한 동물들이 있고, 이쪽엔 다양한 자동차들. 영차 영차.” 하며 공사를 하더니 “혼자만 힘들게 일했다. 좀 쉬어야겠다.” 고 하며 소방관, 경찰, 공작새, 큰 독수리, 작은 독수리와 몇몇 동물을 넘어뜨렸다. 그리고 자신도 쉬어야 한다며 모래놀이를 멈추었다. 모와의 상담으로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부가 금단증상으로 인한 발작을 일으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기에 상담실을 나가는 내담자의 뒷모습에서 침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상자를 꾸민지 6회기 되는 날은 힘없고 슬픈 표정으로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그렇게 끌려가고 나서 코로나로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아빠가 어렸을 때 발도 만져주고, 많이 놀아주고 동물원도 갔었는데 이젠 못 보게 됐어요.” 라며 모래를 만졌다.

모래 산을 쌓은 후 아빠의 집이라고 하며 사자를 가져와 아빠 집을 지켜준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아빠의 집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연구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여 사자가 지키고 있는 모래 산을 내담자의 핸드폰으로 찍어 주었다.

그림 6처럼 상자에는 아빠 독수리라고 늘 등장하던 큰 독수리가 등장하지 않았다. 몇 개 안 되는 피겨를 놓고는 모래만 만지다 피겨장에 가서 아기 독수리라고 했던 작은 독수리만 만지작거렸다. “아기 독수리는 왜?” 라고 묻는 연구자의 질문에 “슬퍼 보여요.” 라고 말하던 내담자는 길 잃은 양처럼 보였다.

7회기 상담시간이 되어 상담실에 온 내담자는 겨울비가 내리는 밖을 보며 “밖에 내리는 비는 제가 보고 싶어 하늘에서 울고 있는 아빠의 눈물이에요.” 라고 힘없이 말했다. 큰 독수리가 작은 독수리를 등에 태우고 아빠 산의 꼭대기에 앉더니 “여기가 우리 땅이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다양한 동물들과 큰 독수리가 싸움을 시작하였는데 갑자기 아빠 독수리가 아기 독수리를 발로 차고 내리찍는 등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연출하고는 “아빠, 저까지 공격하면 어떻게 합니까?” 라고 말하며 아빠 산을 무너트리고 모래를 밀쳐내는 등 모든 피겨들을 뭉개듯 함부로 다뤘다. 그러더니 그림 7과 같이 모래에 파묻혔던 피겨들을 모래를 털어 하나하나 동그랗게 세우더니 “우리 머리를 맞대고 생각 좀 해보자. 왜 갑자기 산사태가 나서 아빠 산이 무너졌는지. 난 아빠가 보고 싶단 말이야.” 라고 하였다. 한동안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대화를 나누더니 그림 8과 같이 다시 피겨를 모래와 함께 뭉개고 던지며 한쪽으로 쓸어버리고는 놀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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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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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가 진행될수록 내담자가 모래상자에서 아빠와 자신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절박함 과 떠난 아빠가 주지 못한 부성을 스스로 찾아 화해하고 안착하고자 하는 무의식적 내용들이 모래상자에 원형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림 9는 한 장에 그린 HTP 사전 사후 그림 검사이다. 사전 검사에서 내담자는 자신이 사는 지역 경찰서를 그려주었는데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듣지 않아 아빠가 경찰서에 신고해서 잡혀가 갇혀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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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사전-사후 그림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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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후검사에서는 경찰서를 그리기는 하였으나 엄마와 내담자가 건물밖에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무는 사전 검사 때보다 좀 더 건강하고 구체적이며 과일이 매달려 있다. 분위기도 평화롭다고 했다. 경찰서 건물도 사전 검사에서는 형태가 완전하지 못하고 건물로써의 기능이 미흡해 보였으나 사후검사에 표현된 집은 구성요소가 갖추어진 건물형태를 보이며 전반적으로 크기와 구도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변화하였다. 자아상이 확연하게 건강하고 단단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결 론

본 연구는 고대 역사 속에서부터 권위, 힘, 영적 원리, 정오의 태양, 모든 하늘신의 상징인 독수리를 신화와 종교, 문화와 문학에 나타난 상징의 의미를 살펴보고 모래놀이 상자에서는 내담자의 내면 여정에 어떠한 의미였는지 동행하며 살펴보았다.

신화에 나타난 독수리는 신과 동일시되고 아버지를 상징하였으며, 종교에서 독수리는 신의 전령으로 지상의 기도를 하늘에 전달하는 인간의 영적 원리를 상징하였다. 인류 역사문화에서 새들의 제왕인 독수리는 영원불멸의 삶, 전사의 상징, 재생과 부활, 태양의 빛으로 상징되었고, 문학작품 속에서는 삶의 역경과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는 용기와 자연과 온 우주와 공존하는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내담자의 모래놀이 상자에서는 무의식적인 것, 특히 원형적인 것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미지는 상징에 투사되어 무의식이 의도하고 영향을 미치는 바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또한 독수리는 태양과 동일시되고 여성적인 자연을 비옥하게 만드는 남성적 원리를 상징하기 때문에 아버지를 암시하며, 늠름한 비상과 속도는 영웅적 숭고성을 상징하며 때때로 지상의 사자와 동일시되어 사자의 머리를 한 새로 묘사된다고 하는데(이승훈. 2009) 내담자도 사자 피겨를 만지작거리며 “네가 참 마음에 든다.” 라는 말을 자주 하였었다.

Jung(1996)은 모래상자에는 다양한 형태의 부모-자녀 관계가 등장하는데 상징이 더 고태적이고 더 심층적이며 생리적인 층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더 집단적, 보편적이고 물질적인 것이 된다고 하였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 형태보다는 동물 형태의 부모 자녀 상징이 더 무의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래상자에 나타난 큰 독수리는 아기 독수리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기 독수리는 아버지 독수리의 곁에 늘 같이 있었으며, 아버지 독수리가 죽은 후 무덤을 세우고 보존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내담자가 구현한 큰 독수리와 작은 독수리는 동물 형태의 부모-자녀 관계 상징이며 원형적인 부모-자녀 관계와 개인적인 부모-자녀 관계가 모두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강화되지 않은 태도나 가치 혹은 특성이 억압되어 무의식화 되었고, 억압된 것과 의식된 것은 대극을 이루게 되어 갈등적이고 대극적인 감정, 태도 등이 인식되었고 자기조절을 통해 분화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태도, 신념, 행동, 부와의 새로운 관계 창조를 통해 자아실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Notes

대승불교와 금강승불교에서 다섯 화신불의 하나.→ 선정불.

†† 동쪽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저서 「신곡」.

acting out(행동화)이란 내적으로 금지된 감정과 소망, 혹은 너무도 괴로운 공포, 환상, 기억 등과 연관된 불안을 다스리려는 무의식적 욕구가 촉발한 모든 외적 행동을 기술하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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