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학교폭력 외상을 경험한 초등학교 5학년 여아의 모래놀이치료 단일사례연구-꿈과 상징의 변화 중심으로

박문희1, 곽현정2,
Moon-Hee Park1, Hyeon-Jeong Kwak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맑은마음상담센터 수석상담사
2단국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
1Puresoul Center
2Dankook University
Corresponding author : Hyeon-Jeong Kwak, (31116) Adjunct Professor, Department of Counseling Psychology, The Graduate School of Policy and Business Administration, Dankook University, 119 Dandae-ro, Dongnam-gu, Cheonan, Chungnam, Republic of Korea, E-mail : hangil7955@naver.com

© 2026 Korean Association of School Sandpla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ShareAlike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26, 2026; Revised: Jun 08, 2026; Revised: Jul 18, 2026; Accepted: Aug 02, 2026

Published Online: Aug 10, 2026

요약

본 연구는 학교폭력 외상을 경험한 초등학교 5학년 여아 1인을 대상으로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꿈과 모래작품의 상징 변화 양상과 그 의미를 탐색한 질적 단일사례연구이다. Stake(1995)의 도구적 사례연구(instrumental case study) 관점에 기반하여 총 15회기의 상담 과정에서 수집된 모래작품 사진, 꿈 보고, 치료자 관찰기록, 보호자 및 교사 보고, 심리검사 자료를 분석하였다. 자료분석은 Stake(1995)가 제시한 직접해석(direct interpretation)과 범주적 종합(categorical aggregation)의 원리를 참고하여 수행하였으며, 상징은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내담자의 개인적 맥락을 중심으로 해석하였다. 연구 결과, 모래작품의 상징은 초기의 안전 공간 형성과 보호에서 중기의 관계 탐색과 내면 경험의 표현을 거쳐, 후기에는 대극의 공존과 외상 경험에 대한 능동적 직면으로 변화하였다. 치료 초기에 보고된 꿈의 상징은 모래작품에서 단순히 반복되지 않고 치료 과정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변형·전개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수면 안정, 정서 안정, 대인관계의 확장 등 일상 적응의 변화와 심리검사 결과에서도 일관된 방향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외상 경험 아동의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꿈과 모래작품에 나타난 상징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고, 두 자료의 연계적 변화를 통해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증상 변화 중심의 효과연구를 보완하여, 외상 아동의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징 변화와 치료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Abstract

This qualitative instrumental single-case study explored the patterns and meanings of symbolic changes in dreams and sandplay works during sandplay therapy with a fifth-grade girl who had experienced school violence-related trauma. Based on Stake’s (1995) instrumental case study approach, data collected from 15 counseling sessions—including photographs of sandplay works, dream reports, therapist observation records, parent and teacher reports, and psychological assessment data—were analyzed. Data analysis was guided by Stake’s (1995) principles of direct interpretation and categorical aggregation, and symbolic meanings were interpreted from a Jungian analytical psychology perspective while giving priority to the client’s individual context. The findings showed that the symbols expressed in the sandplay works evolved from themes of safety and protection in the early stage, through relational exploration and the expression of inner experiences in the middle stage, to the coexistence of opposites and active confrontation with traumatic experiences in the later stage. Dream symbols reported at the beginning of therapy were not simply repeated in the sandplay works but were transformed and elaborated throughout the therapeutic process. These symbolic changes were accompanied by improvements in sleep stability, emotional stability, interpersonal relationships, and psychological assessment findings, demonstrating a consistent pattern of psychological change across multiple sources of data. This study traced the symbolic transformation of dreams and sandplay works over the course of therapy and suggests that examining their interrelated changes may contribute to a deeper understanding of psychological processes in children who have experienced school violence-related trauma. The findings also extend the literature beyond symptom-focused outcome research by providing a process-oriented perspective on symbolic change in sandplay therapy.

Keywords: 학교폭력; 외상; 모래놀이치료; 꿈; 상징; 도구적 사례연구
Keywords: school violence; trauma; sandplay therapy; dreams; symbols; instrumental case study

Ⅰ. 서론

학교폭력은 아동·청소년의 심리적 안정감과 발달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대인관계 외상 사건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우울, 불안, 사회적 위축, 낮은 자아존중감, 학교부적응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관련되며, 특히 반복적이거나 위협적인 또래 피해 경험은 외상 사건으로 경험될 수 있다(Arseneault et al., 2010; Hawker & Boulton, 2000). 주목할 점은 학교폭력의 공식적 처분 수준과 피해 아동이 경험하는 심리적 외상의 심각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교적 경미한 사안으로 종결된 경우에도 피해 아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침습적 기억, 회피, 과각성, 악몽, 수면장애 등의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이러한 반응은 사건 종료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Idsoe et al., 2012; Nielsen et al., 2015).

학령기(middle childhood)는 또래관계를 통해 사회적 유능감과 자기개념이 형성되는 발달적으로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의 또래 수용 경험은 심리적 안정감과 사회성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반면, 또래로부터의 반복적인 배척이나 공격 경험은 자기개념의 손상, 대인불신, 정서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Erikson, 1968; Harter, 1999). 특히 초등학교 중학년 시기에 경험한 학교폭력은 이후 학년이 올라간 뒤에도 또래관계 불안, 과도한 경계, 자기보호적 행동 등의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가해 학생과의 재회와 같은 촉발 사건에 의해 외상 기억이 재활성화될 수 있다(Copeland et al., 2013).

외상을 경험한 아동은 자신의 심리적 고통을 직접적으로 언어화하는 데 제한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발달적으로 정서 인식과 언어적 표현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아동은 놀이, 그림, 행동, 신체반응, 꿈 등의 비언어적 방식으로 내적 경험을 표현하기도 한다(Gil, 2017; Terr, 1990). 이 가운데 반복적 악몽은 아동 외상의 대표적인 임상 증상 중 하나로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충분히 처리되지 못한 외상 기억은 꿈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재현될 수 있으며(Pynoos et al., 1999), 이러한 악몽은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고 각성 수준을 높임으로써 아동의 일상 기능을 추가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Sadeh, 1996). 그러나 기존 외상 관련 꿈 연구는 주로 악몽을 외상 기억의 병리적 재현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어 왔으며, 꿈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심리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탐색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와 관련하여, Carl Gustav Jung의 분석심리학(Analytical Psychology)은 꿈에 대한 보완적 이해를 제공한다. 융의 관점에서 꿈은 단순한 외상의 병리적 반복이 아니라 무의식의 자기표현(self-expression of the unconscious)으로서, 현재의 어려움과 두려움을 반영하는 동시에 내면의 치유 가능성과 성장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Jung, 1964/2013). 이는 꿈이 보상적(compensatory) 기능을 수행하여 의식적 태도의 일면성을 보완하고 정신 전체의 균형과 통합을 지향한다는 융의 꿈 이론에 근거한다(Jung, 1974). 이러한 관점은 외상 아동의 꿈을 병리적 증상으로만 환원하지 않고, 외상 관련 이미지와 성장 잠재성이 공존할 수 있음을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외상 아동의 꿈을 이해할 때에는 외상 증상으로서의 측면과 무의식의 자기조절 기능으로서의 측면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상 경험 아동에 대한 치료에서는 아동이 안전한 치료적 관계 안에서 정서적 경험을 표현하고 재조직할 수 있도록 돕는 개입이 중요하다. 놀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적 접근은 아동의 정서 표현을 촉진하고 자기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며, 불안 감소와 심리적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Bratton et al., 2005; Landreth, 2012). 특히 모래놀이치료(Sandplay Therapy)는 언어적 표현 이전의 비언어적·상징적 방식으로 내면세계를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동 외상 치료에 효과적인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내면화 증상과 외현화 증상 등에 대해 큰 효과크기(Hedges’ g = 1.10)가 보고되었다(Wiersma et al., 2022). 또한 대인관계 피해를 경험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내면화 및 외현화 증상의 유의미한 감소 효과가 확인되었다(Matta & Ramos, 2021). 모래놀이치료에서 내담자는 Kalff(2003)가 제안한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free and protected space)’ 안에서 소품을 선택하고 배치함으로써, 언어화하기 어려운 내면의 심리적 내용을 상징적으로 외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상징적 표현 과정은 꿈에서 나타난 무의식적 이미지들이 모래상자라는 구체적 공간 안에서 재현되고 변화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치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아동 대상 치료 연구는 정서·행동 문제 감소나 학교적응 향상과 같은 치료 효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으며,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징과 내면 경험의 변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한 질적 단일사례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특히 학교폭력을 경험한 아동이 치료 초기 보고한 꿈의 상징과 이후 모래작품에서 나타나는 상징 변화를 연계하여 탐색한 연구, 즉 외상 관련 이미지와 성장 가능성의 상징이 치료 과정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통합되는지를 추적한 단일사례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Cohen et al., 2017).

따라서 본 연구는 학교폭력을 경험한 후 외상 관련 증상과 정서적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보인 초등학교 5학년 여아에게 실시한 모래놀이치료 과정을 통해, 치료 초기 꿈 보고에 나타난 상징적 이미지와 모래작품의 변화 과정을 탐색하고, 이러한 변화가 내담자의 정서 안정 및 일상 적응과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모래작품에 나타난 상징은 치료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둘째, 초기 꿈에 나타난 상징은 모래작품을 통해 어떻게 전개되고 통합되는가? 셋째, 이러한 변화는 내담자의 정서 안정 및 일상 적응과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는가?

Ⅱ. 연구방법

연구설계

본 연구는 Stake(1995)의 도구적 사례연구(instrumental case study) 관점을 기반으로 수행된 질적 단일사례연구이다. 도구적 사례연구는 특정 사례 자체의 이해보다 그 사례를 통해 보다 넓은 현상과 의미를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두는 접근으로, 본 연구에서는 학교폭력 외상을 경험한 아동 1인의 모래놀이치료 과정을 통해 꿈과 모래작품에 나타난 상징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가 정서 안정 및 일상 적응과 어떠한 관련성을 보이는지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연구 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중부 지역 A시 소재 상담기관에 의뢰된 초등학교 5학년 여아 1인이다. 내담자는 초등학교 3학년 시기 또래 남학생 3~4명으로부터 반복적인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였으며, 이로 인해 신체적 손상과 함께 심리적 외상 반응을 보였다.

해당 사건 이후 내담자는 불면, 악몽, 가위눌림, 빈뇨, 신체 긴장, 과도한 불안 및 공포 등의 외상 관련 증상을 지속적으로 나타냈다. 이후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진단을 받고, 이후 약 1년 이상 약물치료와 놀이치료를 병행하였다.

이후 일부 증상의 호전이 있었으나 약물치료는 유지된 상태였으며, 본 기관 상담 의뢰 직전 학교에서 외상 관련 자극이 재경험되면서 불안, 수면장애, 등교 회피 등의 증상이 재악화되었다. 이에 반복되는 악몽, 대인관계에서의 과도한 경계, 정서적 불안정 등을 주요 호소 문제로 본 기관에 의뢰되었으며, 치료적 개입으로 모래놀이치료가 실시되었다. 본 기관에서의 모래놀이치료 기간 중 내담자는 약물을 병행 복용하고 있었으나,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수면 상태가 호전되면서 점차 약물 복용 빈도가 감소하였고, 모래놀이치료 9회기(전체 15회기) 시점에서는 병원 진료 및 약물 복용을 중단한 상태로 보고되었다.

연구 절차 및 윤리

본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받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연구 윤리를 확보하기 위해 상담 시작 전에 보호자(모)와 내담자에게 연구 목적, 상담 과정의 기록, 사례 자료의 학술적 활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후 서면 동의를 받았다. 또한 연구 전 과정에서 내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지역명, 학교명, 가해 학생 정보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익명 처리하였다.

전체 상담은 총 15회기로 진행되었으며, 초기상담 1회기, 사전 심리검사(SCT, K-HTP) 2회기, 언어상담 1회기, 모래놀이치료 9회기, 사후 심리검사(K-HTP) 2회기 순으로 구성되었다. 언어상담에서는 모래놀이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내담자가 학교에서 경험한 학교폭력과 가해 학생들에 대한 경험, 그로 인해 느끼는 정서적 어려움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고 치료 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래놀이치료는 주 1회, 회기당 50분씩 실시하였다.

모래놀이치료 1회기(전체 5회기)에서는 모래를 자유롭게 탐색하며 꿈을 보고하고 자신의 경험을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이 이루어졌으며, 모래작품 제작은 모래놀이치료 2회기(전체 6회기)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제시한 '작품 1(6회기)'은 모래놀이치료 2회기에 제작된 첫 번째 모래작품을 의미한다.

각 회기에서는 모래작품의 구성 내용, 내담자의 언어적 보고, 행동 반응을 기록하여 질적 사례자료를 구축하였다. 상담 종결 이후에는 내담자의 적응 상태와 치료 효과의 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 및 대면 방식으로 총 3회의 추수상담(follow-up counseling)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 단위는 모래놀이치료 각 회기에서 제작된 모래작품과 이에 수반된 내담자의 언어적 보고, 꿈 자료 및 회기별 행동 관찰기록으로 설정하였다. 이러한 자료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상징의 변화 양상과 그 의미를 해석하였다.

자료수집 및 분석 절차

자료수집은 Stake(1995)가 제안한 사례연구의 다원적 자료원 활용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보호자(모) 및 담임교사 상담기록, 초기 언어상담 기록, 회기별 모래작품 사진, 치료자의 관찰기록 및 임상기술노트를 수집하였다. 또한 심리적 특성과 치료 전후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문장완성검사(SCT)는 사전에, 동적 집-나무-사람 검사(K-HTP)는 사전 및 사후에 실시하였다. 분석 단위는 각 회기에서 제작된 모래작품과 이에 대응하는 내담자의 언어적 보고, 꿈 자료 및 행동 관찰기록으로 설정하였다.

자료분석은 Stake(1995)가 제시한 직접해석(direct interpretation)과 범주적 종합(categorical aggregation)의 원리를 참고하여 수행하였다. 직접해석은 각 회기에서 나타난 모래작품, 내담자의 언어적 보고, 행동 반응 및 꿈 자료를 사례의 맥락 안에서 개별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다. 범주적 종합은 회기 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상징 요소와 주제적 흐름을 확인하여 초기·중기·후기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연구자는 각 회기의 자료를 반복적으로 검토하면서 사례 내에서 반복되거나 변화하는 상징적 주제와 표현 양상을 확인하였으며, 꿈, 모래작품, 심리검사 및 일상 보고 자료를 상호 비교하여 자료원 간 나타나는 상징적 주제의 반복성과 변화 양상을 검토하였다.

상징 해석은 분석심리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내담자의 개인적 경험과 사례 맥락에서 나타나는 의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여러 회기에 걸쳐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Jung(1964/2013), Kalff(2003), Neumann(1954)의 원형적 상징 이해를 보완적으로 참고하였다. 상징의 의미는 확정적으로 단정하기보다 사례의 맥락에서 이해 가능한 하나의 해석으로 제시하였다.

전문가 검토

본 연구에서는 연구자의 해석에 대한 신뢰성을 보완하기 위해 분석심리학적 관점을 공유하는 4인의 전문가에게 사례 자료에 대한 검토와 수퍼비전을 받았다. 검토에 참여한 전문가는 일본 모래놀이치료 분야의 임상 및 학문적 경험을 가진 Okada Yasunobu, 국제공인 모래놀이치료 전문가(ISST)이자 모래놀이치료 효과 연구를 수행한 Lorraine Razzi Freedle, 아동·청소년 모래놀이치료 분야의 임상 수퍼바이저 Ahn, 융 분석가이자 분석심리학 연구자인 Kim으로 구성되었다.

수퍼비전은 2026년 2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었으며, 전문가들에게 회기별 모래작품 사진, 내담자의 언어적 보고, 꿈 자료 및 심리검사 결과를 제공하고 사례 해석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였다. 연구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비교·검토하여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상징적 주제와 해석상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연구자의 해석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자료로 활용하였다.

다만 본 연구의 전문가 검토는 서로 다른 이론적 관점에 기반한 독립적 교차검증이라기보다, 동일한 분석심리학적 관점 내에서 해석의 타당성을 보완하기 위한 이론 내적 검토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를 전문가 검토(expert review)로 명명하였다. 수퍼비전 과정에서 제시된 전문가 의견은 출판된 문헌이 아닌 사례 검토 과정에서 이루어진 구술적 의견으로, 본문 인용 시 개인적 의사소통(personal communication)에 준하여 처리하였다.

내담자의 인상

초기 면담에서 내담자는 다소 몽롱한 표정으로 입실하였으며, 전반적인 언어 표현의 속도와 크기는 평균 수준이었다. 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에게 질문을 자주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주제가 여러 방향으로 전환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또한 상담자의 반응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모습이 나타났으며, 이는 타인의 반응에 대한 민감성과 대인관계 상황에서의 긴장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가족력

내담자는 부모와 형제자매로 구성된 가족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부는 책임감 있고 안정적인 양육 태도를 보이며 필요 시 자녀를 지원하였고, 모는 자녀의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보호하는 양육 방식을 보였다. 형제자매 관계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며, 가족 내 정서적 지지 기반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만 내담자는 성장 과정에서 가족의 보호와 지원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경험해 왔으며, 이러한 발달적 배경은 이후 학교폭력 경험으로 인한 관계적 위협과 불안 반응을 이해하는 데 고려할 필요가 있다.

Ⅲ. 결과 및 해석

1. 꿈 보고와 상징 분석

내담자는 모래놀이치료 1회기에서 모래를 만지며 학교폭력 피해 이후 반복적으로 경험해 온 다섯 가지 꿈을 자발적으로 보고하였다. 이 꿈들은 치료자의 질문에 의해 유도된 것이 아니라 내담자가 스스로 이야기한 내용으로, 현재의 심리 상태와 내면의 갈등 구조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꿈에 나타난 상징은 크게 외상 경험과 관련된 위협 및 불안의 이미지와 통합과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로 구분되었다. 전자는 꿈 속 침입, 공격, 죽음, 고립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후자는 연결, 결합,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동과 같은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상징적 주제는 이후 모래작품에서도 유사한 주제로 반복되거나 변형되어 나타났다.

1) 외상과 위협의 상징
꿈 1: 꿀벌과 말벌

내담자는 집 안으로 꿀벌과 말벌이 들어오는 꿈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고 보고하였다. 꿈속에서 꿀벌은 날아다니다 사라졌으나 말벌은 세 차례 자신을 쏘았고, "꿈인데도 많이 아팠다."고 표현하였다.

연구자는 이 꿈에서 안전한 공간으로 경험되어야 하는 집 내부에 외부의 위협이 침입하는 구조에 주목하였다.

이는 학교라는 보호받아야 할 공간에서 반복적인 폭력을 경험한 외상 기억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또한 말벌이 세 차례 자신을 공격하는 장면은 실제 학교폭력 경험과 연결될 가능성을 시사하며, 반복되는 공격 경험이 지속적인 긴장과 경계 상태로 내면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는 꿀벌과 말벌의 대비 구조가 외상 이후 경험되는 긴장과 상반된 정서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논의되었다. Kim은 꿀벌과 말벌의 대조적 이미지를 상반된 정서 경험의 공존으로 보았으며, Ahn은 반복되는 말벌의 공격 장면을 외상 이후 지속되는 심리적 긴장 상태와 연결하였다.

꿈 2: 죽음과 고립

내담자는 죽거나 혼자 남겨지는 꿈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고 보고하였으며, 현실에서의 고통이 더 힘들었기 때문에 꿈속의 죽음은 크게 무섭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였다.

연구자는 이 꿈을 외상 경험 이후 경험한 무력감과 고립감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동시에 죽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표현은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한 정서적 거리감 또는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전환의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것으로 보았다.

전문가 검토에서는 죽음 이미지가 단순한 소멸의 의미뿐 아니라 심리적 변화와 전환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상징으로 논의되었다. Kim은 이를 심리적 전환의 과정으로 이해하였으며, Ahn 역시 반복되는 죽음 이미지 안에 변화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았다.

SCT에서 보고된 꿈: 엄마가 괴물로 변하는 꿈

문장완성검사에서 내담자는 “엄마가 갑자기 돌변해서 괴물이 되는 꿈”을 가장 무서운 꿈으로 보고하였다.

연구자는 이 꿈에서 보호의 대상으로 경험되는 어머니가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로 변화하는 양가적 이미지에 주목하였다. 이는 외상 경험 이후 안전감과 관계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보호받고 싶은 욕구와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함께 존재하는 발달적 과제와도 연결하여 살펴볼 수 있다.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 이 꿈은 보호와 위협이라는 양가적 경험을 포함하는 상징으로 논의되었다. Okada는 이를 그레이트 마더(Great Mother) 원형이 지닌 양가적 측면과 관련하여 이해하였으며, Ahn은 분리-개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보호 욕구와 독립 욕구 사이의 심리적 갈등으로 해석하였다.

2) 통합과 성장의 상징
꿈 3: 두 별자리의 연결

내담자는 서로 연결된 두 별자리와 주변을 둘러싼 많은 별들을 보았다고 이야기하였다.

연구자는 이 꿈을 분리되어 있던 심리적 요소들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는 상징으로 이해하였다. 특히 본 사례에서 반복되는 '둘'의 구조(꿀벌-말벌, 해-달, 두 별자리)는 내면의 대극을 나타내며, 이 꿈에서는 두 요소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통합의 가능성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하였다.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는 두 별자리의 연결 이미지가 분리된 요소들이 새로운 관계와 질서를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논의되었다. Kim은 본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둘’의 구조를 대극적 요소들이 관계를 형성하는 상징적 주제로 이해하였으며, Okada와 Ahn은 연결된 별자리의 이미지를 관계 회복과 내적 질서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해석하였다.

꿈 4: 해와 달의 합일

내담자는 해와 달이 각각 절반씩 결합된 하나의 형체를 보았으며, 한쪽은 밝고 다른 한쪽은 어두웠다고 보고하였다.

연구자는 이 꿈을 의식과 무의식, 밝음과 어둠이라는 상반된 요소가 하나의 전체 안에서 공존하는 상징으로 이해하였다. 특히 이 꿈을 SCT에서 "가장 좋은 꿈"으로 보고한 점은 내담자가 이러한 통합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경험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 검토에서는 해와 달이 하나의 형체 안에 공존하는 이미지가 대극적 요소의 통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논의되었다.

Kim은 해와 달을 의식과 무의식, 밝음과 어둠이라는 대극적 요소의 상징으로 이해하였으며, Ahn은 이러한 결합 이미지가 내면의 통합을 향한 심리적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꿈 5: 하늘의 맨홀

내담자는 하늘에 있는 맨홀로 빨려 들어가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었으며, "게임을 클리어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였다.

연구자는 이 꿈에서 하늘에 존재하는 맨홀이라는 역설적 이미지에 주목하였다. 일반적으로 맨홀은 지하와 연결되지만, 이 꿈에서는 상향적 공간에 위치함으로써 미지의 세계를 향한 새로운 접근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이를 공포가 아닌 성취감으로 경험한 점은 내면의 성장 에너지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전문가 검토에서는 하늘에 위치한 맨홀이라는 역설적 이미지가 기존의 익숙한 공간을 넘어 새로운 심리적 영역으로 접근하는 상징으로 논의되었다. Kim은 이를 보다 정신적이고 초월적인 무의식 세계로 향하는 접근으로 이해하였으며, Ahn은 자기(Self)를 향한 심리적 여정의 이미지로 해석하였다.

3) 꿈 상징의 요약

다섯 가지 꿈과 SCT에서 보고된 꿈을 종합하면, 내담자의 꿈은 외상 이후의 위협과 불안(말벌, 죽음, 괴물 엄마)과 통합과 성장의 가능성(별자리의 연결, 해와 달의 합일, 하늘의 맨홀)이 동시에 존재하는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특히 '둘'의 구조와 대극의 공존은 본 사례를 관통하는 핵심 상징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이후 모래작품에서 흑백 토끼, 좌우의 대극 배치, 남녀 인물의 공존 등으로 반복·변형되면서 점차 통합의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따라서 꿈은 독립적인 자료라기보다 모래작품의 상징 변화와 함께 내담자의 심리적 변화를 이해하는 해석의 준거틀로 기능하였다.

2. 모래작품의 상징 변화

모래놀이치료 2회기부터 9회기까지 제작된 총 8개의 작품은 상징 변화의 흐름에 따라 초기(작품 1~3), 중기(작품 4~6), 후기(작품 7~8)의 세 단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초기에는 위협 속에서 안전한 공간을 형성하고 보호받고자 하는 상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중기에는 관계와 공동체, 자기표현 및 내면 탐색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증가하였다. 후기에는 대극의 공존과 갈등의 직면, 자기보호와 통합을 시사하는 상징이 두드러졌다. 각 단계의 주요 상징, 공간 구성, 내담자의 핵심 표현, 꿈 상징과의 연관성 및 정서·일상 기능의 변화에 대한 통합 분석은 부록 표 1에 제시하였다.

표 1. 모래작품의 단계별 상징 변화와 꿈 상징 및 정서 변화의 통합 개관
단계 주요 상징 내담자의 핵심 표현 꿈과의 연관성 정서·일상 변화 통합 해석
초기 숨겨진 보석· 진주, 새끼새, 흑백 토끼, 꽃, 공룡알 부화,우물, 화석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공존" "옛날시대" "해피라이프" 말벌(위협) 죽음(상실) 엄마괴물(양육 ·삼키는) 수면 호전 시작, "이제 무섭지 않다", 약물 복용 빈도 감소, 노력상 수상 위협 속에서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보호받고자 하는 상징이 반복됨
중기 야생 공간, 뱀, 상자 틀 위 새, 마을 공동체, 만다라적 구조, 하트 경계,거미·지네 "새가 나" "평화로운마을" "사람이무섭다" 별자리(연결·질서)엄마괴물(분리·개별화)맨홀(경계탐색) "아낌없이 주는 나무", 보호자 역할 인식, 치료자와의 신뢰 형성 관계와 공동체, 자기표현 및 내면 탐색 활성화
후기 봄 풍경, 남녀 인물 공존, 좌우 대극 배치, 가해자 매장, 벌 주기, 칼 "봄과 여름 사이" "좋아하는것과 싫어하는 것이 함께 있다" 해·달 (대극의 공존) 맨홀(도전과성취) 약물 중단, 수면 안정, 호러영화 감상, 보디가드 역할 대극의 공존과 외상의 능동적 직면, 자기보호와 통합을 시사하는 상징이 나타남

주. 초기에는 안전과 보호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반복되었고, 중기에는 관계와 자기탐색을 나타내는 상징이 증가하였다. 후기에는 대극의 공존과 외상 경험의 능동적 직면이 두드러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꿈에서 보고된 상징과 정서 및 일상 적응의 변화와 전반적으로 일치하는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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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기 단계(작품 1~3: 전체 6~8회기)

초기 단계에서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자연 공간을 구성하면서도 보석, 진주, 새끼 새 등 보호가 필요한 대상들을 모래 속에 숨기는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위협적 존재는 아직 모래작품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으며, 내담자는 "공존", "새로운 역사", "해피라이프"와 같이 조화와 새로운 시작을 지향하는 표현을 반복하였다. 이는 외상 경험을 직접 다루기보다 안전한 심리적 공간을 우선 형성하려는 초기 치료 과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작품 1(6회기)

작품의 내용: 내담자는 바다와 연못이 공존하는 자연 공간을 구성하고, 모래 속에 보석과 진주를 숨겼으며 소나무 아래에는 새끼 새를 배치하였다. 검은 토끼와 흰 토끼를 함께 두며 "사람도 인종과 관계없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하였고, 공룡알이 부화하는 장면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모두가 공존하는 때"라고 표현하였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이 작품에서 안전한 자연 공간과 모래 아래 숨겨진 대상들의 이중 구조에 주목하였다. 아름다운 자연 공간은 치료 초기 심리적 안전기지를 형성하려는 모습을, 숨겨진 보석과 진주, 새끼 새는 아직 충분히 의식화되지 않은 내면의 자원과 보호받아야 할 자기(Self)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흑백 토끼의 공존과 공룡알의 부화는 꿈에서 반복된 대극의 구조가 모래작품 안에서 새로운 시작과 공존의 이미지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는 작품의 표면적 안정성과 내면적 긴장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논의되었다. Okada는 안정된 자연 공간과 그 아래 숨겨진 요소들의 공존에 주목하였으며, Ahn은 보석과 새끼 새를 성장 가능성과 새로운 탄생의 상징으로 이해하였다. Freedle은 이를 치료 초기 자기(Self)와 접촉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작품 2 (7회기) 옛날 시대-훈훈함

작품의 내용 : 내담자는 원래 바다였던 곳이 시간이 지나 땅이 되었으며, 땅속에는 화석과 보석이 숨겨져 있다고 설명하였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과 우물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땅속에 묻힌 보석은 이 마을의 축복"이라고 표현하였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이 "이제는 무섭지 않다"고 이야기하였으며, 최근에는 수면이 좋아지고 약을 먹지 않을 때도 잘 잔다고 보고하였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자연 중심의 공간이 공동체 공간으로 확장된 점에 주목하였다. "바다가 땅이 되었다"는 표현은 혼란스러운 무의식이 점차 의식화되는 과정을, 우물은 내면의 회복 자원과 심리적 에너지의 원천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공동체와 가족의 등장은 외상 이후 손상된 안전감과 소속감이 점차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여주며, 가해 학생에 대한 두려움 감소와 수면 호전은 이러한 변화가 일상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 검토에서는 우물과 공동체 공간의 출현이 회복 자원과 내적 통합 과정의 상징으로 논의되었다. Okada는 우물을 심리적 에너지의 원천으로 보았으며, Ahn은 이를 무의식적 경험이 점차 의식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Freedle은 외상 기억이 현재의 자아 안에서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였다.

작품 3 (8회기) 해피라이프-서로 사이좋게 지냄

작품의 내용 : 내담자는 자연과 동물이 함께하는 공간을 구성하며 "해피라이프인데 사람이 들어와서 해치는 순간 헬라이프가 된다"고 표현하였다. 해바라기와 노란색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였으며, 태권도장에서 노력상을 받고 학교생활도 편안해졌다고 하였다. 또한 "약한 친구를 지켜주고 싶다"고 말하며 보호자 역할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이 작품에서 외상 경험이 상징적 언어로 보다 분명하게 표현되기 시작한 점에 주목하였다. "사람이 들어와 해피라이프가 헬라이프로 변한다"는 표현은 안전한 세계가 타인의 침입으로 붕괴된 외상 경험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꿈에서 반복된 위협의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동시에 자연 공간이 유지되는 것은 아직 대인관계를 직접 다루기보다 안전한 심리적 기반을 유지하려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약한 친구를 보호하고 싶다는 표현은 피해자의 위치에서 보호자의 역할을 내면화하기 시작한 변화로 해석하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는 자연과 생명의 이미지가 유지되는 가운데, 외상 경험과 보호 욕구가 점차 상징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논의되었다. Okada는 자연과 생명의 지속적 출현이 심리적 회복 자원의 유지와 관련된다고 보았으며, Ahn은 보호적 아니무스(animus)의 발달과 자기(Self)의 성장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였다. Freedle은 외상 경험이 직접적 기억이 아닌 상징적 표현으로 전환되고 내면 자원이 활성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였다.

초기 단계 소결

작품 1~3은 내담자가 자연과 동물을 중심으로 한 안전한 공간을 반복적으로 구성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모래 아래 숨겨진 보석과 진주, 새끼 새는 보호받아야 할 자기와 잠재된 성장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며, 자연 공간은 점차 공동체로 확장되었다. 또한 외상 경험은 직접적인 재현보다 상징적 표현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가해 학생에 대한 두려움 감소와 수면 호전 등 일상에서의 변화도 함께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꿈에서 나타난 위협과 고립의 이미지가 모래작품 안에서 안전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초기 치유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2) 중기 단계 (작품 4~6: 전체 9~11회기)

중기 단계에서는 초기의 자연 중심 공간에서 벗어나 야생의 세계, 공동체, 안과 밖이 구분된 공간 등 보다 분화된 장면이 나타났다. 모래 속에 숨겨져 있던 위협적 요소들이 점차 표면으로 드러났으며, 내담자는 치료자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외상 경험과 관련된 대인관계의 두려움을 언어화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안전한 치료 환경 안에서 내면의 다양한 측면을 탐색하고 관계를 확장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작품 4 (9회기)

작품의 내용 : 내담자는 첫 소품으로 수초를, 마지막으로 상자 틀 위에 새를 배치하였다. 부모를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다"고 표현하였으며, 원래 바다였던 곳이 시간이 지나 땅이 되었고 사람들은 모두 떠나 동물과 유물만 남았다고 설명하였다. 상자 틀 위의 새에 대해서는 "선생님 바라기이고, 새가 나"라고 하였으며, 깊은 산골짜기의 야생 공간과 나무 위의 뱀을 함께 구성하였다. 또한 모래 속에 숨긴 소품을 치료자에게 찾아보라고 하며 놀이를 이어갔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상자 틀 위에 배치된 새를 "나"로 표현한 점에서 치료자와의 관계를 향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사람이 떠나고 동물과 유물만 남은 야생 공간은 보다 깊은 내면세계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뱀의 등장은 무의식의 어두운 측면이 점차 의식화되는 변화를 시사하였다. 치료자에게 숨긴 소품을 찾아보라고 한 행동은 내면의 자원을 함께 발견하고자 하는 관계적 표현으로 이해하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들은 상자 틀 위에 놓인 새와 야생 공간의 등장을 중요한 변화로 보았다. Okada는 이를 치료 관계와 심리적 경계의 변화로, Ahn은 아직 의식화되지 않은 내면 자원과 심리적 경계의 상징으로 해석하였다. Freedle은 반복되던 토끼 대신 새가 등장한 점을 보다 넓은 세계를 향한 변화로 이해하였다.

작품 5 (10회기) 평화로운 마을

작품의 내용 : 내담자는 첫 소품으로 이발관을, 마지막으로 다람쥐를 배치하였다. 텃밭, 병원, 역, 경찰, 학교에 가는 여학생 등을 배치하며 평화로운 마을을 구성하였다. 중앙에는 큰 나무를 중심으로 집들을 배치하였고, 돌 아래에는 보석이 숨어 있다고 설명하였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작품이 자연 중심의 공간에서 현실적인 공동체로 확장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중앙의 큰 나무를 중심으로 한 원형 구조는 심리적 중심이 형성되는 만다라적 구성을 보여주며, 이는 꿈에서 나타난 별자리의 연결과 질서의 회복이 공간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이전 회기보다 보석이 지면 가까이에 나타난 것은 내면의 자원이 점차 의식화되는 과정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 검토에서는 중앙의 나무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 구성(만다라 구조)과 보석 위치의 변화가 내면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요소로 논의되었다. Okada는 이를 심리적 중심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으로 보았으며, Ahn은 자기(Self)의 요소가 점차 의식 수준에서 표현되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Freedle은 이전에 숨겨져 있던 내면의 측면을 탐색하고 수용할 준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해석하였다.

작품 6 (11회기)

작품의 내용 : 내담자는 첫 소품으로 해바라기를, 마지막으로 가오리를 배치하였다. 치료자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며 "토끼가 나예요. 토끼가 꽃다발을 바쳐요."라고 표현하였다. 하트 안에는 좋아하는 것들을, 밖에는 거미, 뱀, 지네 등 무섭고 싫어하는 것들을 배치하였으며, "사람이 무섭다"고 이야기하였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하트를 중심으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한 구조에 주목하였다. 이전까지 숨겨져 있던 위협적 존재들이 작품 전면에 등장한 것은 외상과 관련된 감정을 안전한 경계 안에서 다루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사람이 무섭다"는 표현은 대인관계에 대한 외상 경험이 처음으로 직접 언어화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치료자에게 꽃을 선물한 행동은 치료 관계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졌음을 시사하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들은 위협적 존재의 등장과 하트로 구분된 공간 구조를 치료의 중요한 진전으로 이해하였다. Okada는 만다라적 구조와 그림자의 출현에, Ahn은 위협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기 시작한 점에, Freedle은 안전한 경계 안에서 그림자와 만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중기 단계 소결

작품 4~6은 초기 단계에서 형성된 안전한 기반 위에서 내담자가 보다 깊은 내면과 대인관계의 문제를 탐색하기 시작한 시기로 이해하였다. 자연 중심의 공간은 야생, 공동체, 경계가 있는 구조로 확장되었고, 이전까지 숨겨져 있던 위협적 요소들도 점차 작품의 표면에 등장하였다. 또한 치료자와의 신뢰가 깊어지고 "사람이 무섭다"는 외상 경험이 직접 언어화되면서, 외상 기억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심리적 준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꿈에서 나타난 연결과 통합의 상징, 그리고 일상에서 보고된 정서적 안정 및 관계 회복과도 일관된 흐름을 나타내었다.

3) 후기 단계 (작품 7~8: 전체 12~13회기)

후기 단계에서는 밝은 색채와 봄의 풍경 속에 남녀 인물이 함께 등장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하나의 공간 안에 공존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특히 마지막 작품에서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직접 작품 안에 등장시켜 묻고 벌을 주는 행동이 나타났다. 이는 초기에는 모래 속에 숨겨져 있던 위협이 중기를 거쳐 표면에 드러나고, 후기에는 안전한 치료 공간 안에서 능동적으로 직면되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작품 7 (12회기)

작품의 내용 : 내담자는 첫 소품으로 병아리를, 마지막으로 소나무를 배치하였다. 최근에는 수면이 안정되어 병원 진료와 약물 복용을 중단하였다고 하였으며, 호러·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고 "약한 친구들의 보디가드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하였다. 작품은 노란 꽃이 가득한 봄 풍경으로 구성되었으며, "봄과 여름 사이"의 계절을 표현하였다. 전나무 앞에는 자신과 남자친구가 함께 토끼와 병아리를 바라보는 장면을 배치하였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이 작품을 치료 후반부의 정서적 회복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해하였다. 초기의 자연 공간과 중기의 탐색적 공간을 지나 밝은 봄 풍경이 중심이 된 것은 심리적 안정과 활력의 회복을 시사한다. 또한 처음으로 또래와의 친밀한 관계가 등장한 것은 꿈 2에서 반복되던 고립의 이미지가 관계의 이미지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약물 중단과 수면 안정, 그리고 보호자 역할을 자발적으로 표현한 점 역시 정서적 안정과 자기효능감의 향상을 시사하는 변화로 이해하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 검토에서는 후기 작품에서 나타난 밝은 색채, 관계적 이미지, 생명력 있는 상징들이 정서적 회복과 관계 확장의 과정으로 논의되었다. Okada는 반복되는 원형적 공간 구성이 심리적 중심의 안정과 관련된다고 보았으며, Ahn은 남녀 인물의 등장과 "봄과 여름 사이"라는 표현을 발달적 성장과 관계 확장의 상징으로 이해하였다. Freedle은 수면 안정과 약물 중단을 기능 회복의 지표로 보았으며, 벌의 이미지를 공동체 안에서 역할과 에너지를 발휘하는 상징으로 해석하였다.

작품 8 (13회기)

작품의 내용 : 내담자는 첫 소품으로 아기를, 마지막으로 병아리를 선택하였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남학생들을 모래 속에 묻으며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였다. 또 다른 여자아이에게는 "남에게 상처를 줘서 벌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작품의 좌측에는 싫어하는 사람과 동물을, 우측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물건을 배치하여 각각 "음산한 분위기"와 "화목한 분위기"라고 표현하였다.

연구자의 해석 : 연구자는 이 작품을 치료 과정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이해하였다. 초기에는 위협이 모래 속에 숨겨져 있었고 중기에는 표면으로 드러났다면, 후기에는 실제 가해 학생을 작품 안에서 직접 다루는 능동적 행동으로 변화하였다. 이는 외상 경험을 치료적 공간 안에서 안전하게 직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하나의 공간 안에 함께 배치한 구성은 꿈 4의 해와 달처럼 대극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담아낼 수 있는 심리적 통합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문가 검토 : 전문가 검토 과정에서는 마지막 작품에서 나타난 가해 학생에 대한 직접적 표현과 양분된 공간 구성이 외상 경험을 다루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Okada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하나의 공간 안에 배치한 구성을 심리적 거리 조절과 내적 힘의 형성과 관련하여 이해하였다. Ahn은 가해 학생을 모래 안에 묻는 행동을 치료적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 안전한 직면 과정으로 해석하였다. Freedle은 이를 외상 이후 수동적 방어 상태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힘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았으며, 칼의 이미지를 위험과 보호를 구별하는 심리적 변별력의 상징으로 이해하였다.

후기 단계 소결

후기 단계에서는 정서적 안정과 관계의 확장, 그리고 외상 경험에 대한 능동적 직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봄 풍경과 또래 관계의 등장은 심리적 회복과 대인관계의 확장을 보여주었으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하나의 공간 안에 함께 담아낸 구성은 대극을 통합하려는 내면의 변화를 시사하였다. 특히 마지막 작품에서 가해 학생을 직접 등장시켜 다룬 장면은 초기의 '숨김', 중기의 '드러남', 후기의 '직면과 통합'으로 이어지는 치료 과정의 핵심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약물 중단, 수면 안정, 보호자 역할에 대한 표현 등 일상생활의 긍정적 변화와도 일관된 방향을 나타냈으며, 꿈에서 반복되었던 대극과 통합의 주제가 모래작품 안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3. 꿈과 모래작품에 나타난 상징 변화와 통합

1회기에 보고된 다섯 가지 꿈의 상징은 이후 모래작품에서 반복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단계에 따라 표현 방식과 의미가 변화하며 점차 통합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연구자는 꿈 상징이 모래작품에서 어떻게 연계되고 변형되었는지를 중심으로 변화 과정을 분석하였다.

1) 위협과 공격의 상징

꿈 1의 말벌은 안전한 공간을 침입하는 위협의 상징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미지는 모래작품에서 위협적 존재의 위치 변화로 이어졌다. 초기 단계(작품 1~3)에서는 도마뱀과 뱀 등 위협적 존재가 모래 아래 숨겨져 있었으나, 중기 단계(작품 6)에서는 거미, 뱀, 지네 등이 작품의 표면에 등장하였다. 후기 단계(작품 8)에서는 내담자가 실제 가해 학생을 작품 안에 등장시켜 흙에 묻고 벌을 주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는 외상과 관련된 위협이 은폐에서 드러남을 거쳐 능동적 직면으로 변화한 과정을 보여주며, 꿈에서 수동적으로 공격당하던 경험이 치료적 공간 안에서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으로 전환된 것으로 이해하였다.

2) 고립과 단절의 상징

꿈 2의 죽음과 고립 이미지는 모래작품에서 관계의 변화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어미를 기다리는 새끼 새(작품 1),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여자아이(작품 2)를 통해 고립감이 표현되었다. 이후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고(작품 5), 치료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행동(작품 6), 또래와 함께하는 장면(작품 7)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고립의 이미지는 점차 관계와 연결의 이미지로 변화하였다.

3) 양가적 모성의 상징

SCT에서 보고된 '엄마가 괴물로 변하는 꿈'은 중기 단계에서 깊은 산골짜기, 뱀, 검은 나무(작품 4) 등의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이후 작품 5에서는 수확과 나눔이 이루어지는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위협적이던 모성적 에너지가 양육과 돌봄의 기능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Ahn은 수퍼비전에서 이러한 상징의 변화를 자아가 모성 원형으로부터 점차 분리·개별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4) 연결과 질서의 상징

꿈 3의 두 별자리가 연결되는 이미지는 모래작품에서 만다라적 공간구조로 발전하였다. 작품 5에서는 중앙을 중심으로 한 원형 배치가 처음 나타났고, 작품 6과 작품 7에서도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었다. 수퍼비전에서도 이러한 원형적 배치는 심리적 중심(Self)이 점차 형성되는 과정으로 이해되었다.

5) 대극 통합의 상징

꿈 4의 해와 달은 하나의 형체 안에 공존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극 구조는 작품 1의 흑백 토끼에서 시작되어, 작품 6에서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하트 안과 밖으로 구분하는 형태로 발전하였으며, 작품 8에서는 좌우 공간 안에 함께 배치되는 형태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대극이 분리된 채 공존하였다면, 후기에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함께 담아내는 통합의 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6) 내면 자원의 의식화

꿈 5의 하늘 맨홀은 더 깊은 자기(Self)를 향한 접근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이해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모래작품에서는 초기의 숨겨진 보석과 진주가 중기에 지면 가까이 드러나고 수확의 이미지로 이어지면서, 내면의 심리적 자원이 점차 의식화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소결

이상의 분석을 종합하면, 모래놀이치료 초기(5회기) 보고된 꿈의 상징은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각각 고유한 변화 경로를 거치며 전개되었다. 위협의 상징은 은폐에서 능동적 직면으로, 고립의 상징은 단절에서 관계로, 모성의 상징은 양가성에서 양육적 기능으로, 대극의 상징은 분리에서 통합으로, 내면 자원의 상징은 은폐에서 의식화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꿈과 모래작품이 동일한 심리적 변화를 서로 다른 표현 양식으로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위협과 분열에서 관계와 통합으로 향하는 공통된 변화 과정을 반영하였음을 시사한다.

4. 정서 안정 및 일상 적응과의 관련성

치료 과정에서 내담자의 정서 및 일상 적응은 단계에 따라 점진적인 변화를 보였다. 초기 단계(작품1-3)에는 수면이 호전되기 시작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면서 "이제는 무섭지 않다"고 표현하였으며, 태권도장에서 노력상을 받는 등 자기효능감의 향상을 보고하였다. 중기 단계(작품4~6)에는 부모에 대한 감사 표현과 치료자에 대한 신뢰, 약한 친구를 보호하고 싶다는 역할 인식 등 관계 경험이 확장되었다. 후기 단계(12~13회기)에는 약물 복용을 중단한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수면을 유지하였으며, 호러·스릴러 영화를 즐기고 보디가드 역할을 이야기하는 등 이전보다 공포를 능동적으로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모래작품에서 나타난 상징 변화와 시기적으로 함께 관찰되었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모래놀이치료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선행 치료, 발달적 성숙, 환경적 요인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5. 심리검사를 통한 변화의 확인

내담자의 심리적 변화를 다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사전(2~3회기)과 사후(14~15회기)에 K-HTP와 SCT를 실시하였다. SCT는 사전 검사에서만 실시하였으며, K-HTP의 사전·사후 변화는 표 2에 제시하였다.

표 2. 심리검사 사전·사후 변화 요약
영역 사전 사후
할머니 집 "싸움 없이 화목하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부모와 함께 생활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10살,"이 나무가 나" 가로수 50살, 소원 없음
사람(여) 선생님, 뒷짐 지고 산책 다리 생략 작은 언니(24세)사진 찍히는중,다리 생략 지속
사람(남) 연예인,얼굴만 표현 또래 친구(11세)다리 표현시작
가족화 가족 전원 예배 화목한 분위기 기도 장면이나 언니 이탈 부모 갈등 표현
SCT 산만, "해·달 꿈"(가장 좋은 꿈)"괴물 엄마 꿈“(가장 무서운 꿈) (사후 미실시)
검사 태도 산만, 주제 이탈 상담자 눈치 빠르고 자연스러운 수행 현실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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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자의 해석

연구자는 심리검사의 변화를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였다.

첫째, 이상화된 표현에서 현실적 인식으로의 변화이다. 사전 검사에서는 할머니집, 화목한 가족, '아낌없이 주는 나무' 등 이상화된 자기와 관계의 이미지가 두드러졌으나, 사후 검사에서는 현재의 아파트, 가로수, 실제 또래, 가족 간 갈등 등 보다 현실적이고 분화된 표현이 나타났다.

둘째, 자기표상의 현실화이다. 사전 검사에서는 사람 그림의 다리 생략과 얼굴 중심 표현 등 미성숙한 자기표상이 나타났으나, 사후에는 남자 그림에 다리가 표현되고 인물의 나이가 실제 연령과 일치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자기표상이 관찰되었다. 다만 여자 그림의 다리 생략은 지속되어 일부 불안 요소가 남아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셋째, 가족관계 인식의 분화이다. 사전 가족화에서는 가족 전체가 이상화된 모습으로 표현되었으나, 사후에는 언니의 이탈과 부모의 갈등 등 가족 구성원의 개별성과 현실적인 관계가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2) 전문가 검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상화에서 현실적 인식으로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Okada는 집과 나무 그림의 구성이 사후 검사에서 보다 정돈되고 가지가 확장된 점을 심리적 안정과 대인관계 확장의 가능성으로 이해하였으며, 어머니의 보호적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았다.

Ahn은 나무를 자기(Self)의 상징으로 이해하면서, 보호와 돌봄의 이미지에서 현실적 가로수로의 변화는 현실 속에서 자기 위치를 형성해 가는 과정으로 해석하였다. 또한 사람 그림과 가족화의 변화는 자기정체성과 가족관계가 점차 현실적으로 분화되는 과정으로 이해하였다. Freedle은 가족화에서 가족에 대한 이상화가 감소하고 보다 현실적인 관계 인식이 나타난 점을 긍정적인 변화로 보았다. 세 전문가 모두 심리적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는 공통된 견해를 보였으나, 각각 안정성, 자기(Self)의 발달, 가족관계의 현실화에 상대적으로 더 주목하였다.

3) 꿈·모래작품·심리검사의 수렴

심리검사에서 나타난 이상화에서 현실성으로의 변화, 자기표상의 현실화, 가족관계 인식의 분화는 모래작품에서 나타난 안전 공간 형성→관계의 확장→대극의 통합, 그리고 꿈에서 확인된 위협과 고립→연결과 통합의 변화와 일관된 방향을 보였다. 서로 다른 자료원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이러한 변화는 내담자의 심리적 변화가 다양한 표현 양식을 통해 수렴적으로 나타났음을 시사한다.

6. 결과의 종합

본 연구의 결과를 연구문제별로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래작품에 나타난 상징은 치료 과정에 따라 안전 공간의 형성 → 관계와 내면 탐색 → 대극의 공존과 능동적 직면으로 변화하였다. 초기에는 보호와 안전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중심을 이루었으며, 중기에는 관계와 공동체, 자기표현 및 그림자 직면이 나타났다. 후기에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하나의 공간 안에 함께 담아내고 외상 경험을 직접 다루는 장면이 나타나면서 상징의 통합이 확인되었다.

둘째, 초기에 보고된 꿈의 상징은 치료 과정에서 모래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형태로 전개되었다. 위협과 고립의 이미지는 점차 관계와 직면으로 변화하였고, 양가적 모성, 대극의 공존, 내면 자원의 상징 역시 치료 과정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이는 꿈과 모래작품이 동일한 심리적 변화 과정을 서로 다른 표현 양식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이러한 상징의 변화는 정서 및 일상 적응, 심리검사의 변화와도 일관된 방향을 보였다. 치료 과정에서 수면과 정서가 점차 안정되고 대인관계와 자기표현이 확장되었으며, 심리검사에서도 이상화된 표현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분화된 자기 및 관계 인식으로의 변화가 확인되었다. 꿈, 모래작품, 심리검사 및 일상 보고에서 공통된 변화가 관찰된 점은, 내담자의 심리적 변화가 다양한 자료원에서 수렴적으로 확인되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모래놀이치료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본 사례에는 선행 약물치료와 놀이치료의 지연 효과, 발달적 성숙, 환경적 요인 등이 함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으며, 치료 종결 무렵 보고된 초경 역시 심리적 변화와 함께 나타난 발달적 사건으로서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결과의 이론적·임상적 함의는 다음 장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Ⅳ. 논의

본 연구는 학교폭력 외상을 경험한 초등학교 5학년 여아를 대상으로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꿈과 모래작품의 상징 변화 양상을 추적하고, 이러한 변화가 정서 안정 및 일상 적응과 어떠한 관련성을 보이는지를 탐색하였다.

1. 상징 변화의 이론적 의미

본 사례에서 모래작품의 상징은 안전 공간 형성 → 관계 탐색과 내면 직면 → 대극의 공존과 능동적 직면으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Kalff(2003)가 제시한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free and protected space)' 안에서 자기(Self)가 점차 발현되는 치유 과정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중기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난 만다라적 공간구조는 자기(Self)의 중심성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치료 과정 전반에 걸쳐 반복된 대극적 이미지(꿀벌-말벌, 해-달, 흑백 토끼 등)는 Jung(1964/2013)의 대극(opposites) 개념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초기에 분리되어 나타나던 상반된 이미지가 후기에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공존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은, 상반된 정서와 경험을 점차 수용하고 통합하려는 심리적 움직임을 시사한다. 다만 이를 개성화의 완성으로 보기보다는, 사춘기 초입에서 나타나는 초기적 변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중기의 야생 공간과 위협적 모성 이미지가 후기의 양육적 공동체로 변화한 흐름은 Neumann(1954)이 설명한 자아의 의식 발달 과정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자아가 원형적 모성 세계와 보다 분화된 관계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치료 종결 무렵 보고된 초경과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는 점은 심리적 분화와 신체적 성숙이 함께 이루어진 발달적 전환기의 특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는 시간적 일치를 의미할 뿐, 두 변화 간의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치료 초기에 보고된 꿈의 상징이 모래작품에서 단순히 반복되지 않고 각각 고유한 변화 경로를 거쳐 전개된 점은 Jung(1974)의 꿈의 보상적 기능(compensatory function)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꿈에서 압축적으로 나타난 상징은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구체적인 공간과 소품으로 외현화되고,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며 변형·통합되었다. 이는 모래놀이치료가 무의식적 이미지를 의식 수준에서 경험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치료적 장(therapeutic field)으로 기능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꿈과 모래작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함께 추적하였다는 점은 기존 국내 사례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드물게 다루어진 접근으로, 본 연구의 의의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모래놀이치료 연구에서 보고된 변화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Wiersma 등(2022)의 메타분석에서는 모래놀이치료가 아동·청소년의 내면화 및 외현화 문제에 유의한 효과를 보였으며, Matta와 Ramos(2021) 역시 대인관계 외상을 경험한 아동에서 정서적 안정과 적응의 향상을 보고하였다. 본 사례에서도 수면 안정, 두려움 감소, 관계의 확장, 자기보호 행동의 출현 등 유사한 변화가 관찰되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이 주로 치료 전후의 증상 변화를 중심으로 효과를 검증한 반면, 본 연구는 꿈과 모래작품에 나타난 상징이 치료 과정에서 어떠한 경로를 거쳐 변화하고 통합되는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특히 꿈과 모래작품을 함께 분석하여 상징의 변화 과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점은 모래놀이치료의 치료 과정을 이해하는 과정 연구(process research)로서 의의를 가진다.

2. 임상적 시사점

본 연구는 몇 가지 임상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치료 초기에 보고되는 꿈은 이후 치료 과정에서 전개될 핵심 상징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료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임상 자료가 될 수 있다. 둘째, 치료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원시적이거나 퇴행적으로 보이는 작품 내용은 병리적 악화가 아니라 심층적인 상징 작업의 과정일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꿈, 모래작품, 심리검사, 일상 적응과 같은 다양한 자료원을 함께 검토하면 단일 자료에 의존한 해석의 한계를 보완하고 치료 과정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3.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

본 연구는 단일 사례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이므로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치료자와 연구자가 동일인이라는 점에서 해석의 주관성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문가 검토를 실시하였으나 모든 전문가가 분석심리학적 관점을 공유하고 있어 해석의 다양성에는 제한이 있다. 아울러 내담자는 모래놀이치료 이전에 약물치료와 놀이치료를 받았고, 치료 기간 중에도 약물을 병행하다가 점차 중단하였으므로, 관찰된 변화를 모래놀이치료의 효과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서 및 일상 적응의 변화는 내담자와 보호자의 보고 및 치료자의 관찰에 근거하였으며, PTSD 증상을 평가하는 표준화 척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확인된 변화는 증상의 완전한 소실이라기보다 증상 완화와 적응 향상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상징 해석은 분석심리학적 관점에 근거하였으므로 다른 이론적 관점에서는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복수 사례를 대상으로 상징 변화 과정을 비교하고, 표준화된 심리평가를 병행하며, 다양한 이론적 관점에서 교차 검토를 수행함으로써 외상 아동의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징 변화에 대한 이해를 더욱 확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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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ces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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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놀이치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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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선정

한국학교공공상담협회가 발간하는 학술지인 '심리상담 및 모래놀이치료((전)학교상담 및 모래놀이)'가
한국연구재단의 2024년도 신규 등재학술지로 선정되었습니다.

등재지 선정을 위해 수고하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아낌없는 헌신과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좋은 원고 투고를 부탁드리며, 등재학술지로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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