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상담은 학교라는 제도적 환경 속에서 아동과 청소년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통합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다(이나혜, 천성문 2006). 또한 학교상담은 단순히 행동이나 학습, 정서 문제를 지닌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일상생활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모든 학생들의 개별성을 고려하고 전인적 발달을 돕는데 초점을 둔다. 이에 따라 학교상담은 심리적 변화뿐 아니라 생활 전반의 적응과 회복을 지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사와 상담자 간의 협력적 체계 형성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이나혜, 천성문 2006).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전문상담교사 배치 의무화를 통해 학교상담은 교육과정 속의 제도적 영역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은 여전히 다양한 위기 상황에 노출되고 있으며, 가족 해체, 학교폭력, 학교적응문제 등 사회적 위기는 개인의 심리적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의 ‘2022년 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 고학년의 34.8%가 ‘예전보다 불안해졌다’고 응답하였으며, 학생 전체의 43.2%가 학업 스트레스의 증가를 호소하였다(김정현, 2022). 이러한 현실은 학교상담이 단지 예방적 접근을 넘어, 정신건강 위기에 대응하는 치료적 기능까지 포함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여전히 상담교사에 대한 인식 부족, 상담활동에 대한 협조 부족, 역할 모호성과 행정 부담 등으로 인해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한다(김지정, 이영순, 2014). 전문상담교사는 상담자와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동시에 요구받으며, 실제 학교에서 그 역할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수행의 일관성과 전문성 확보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나연금, 2006; 금명자, 2007). 즉, 학교상담이 점차적으로 제도적 정비와 외형적 확장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나, 실질적인 역할과 전문성에 대한 정의는 아직 분명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학교상담자의 역할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교사, 관리직, 학생, 학부모 등의 인식을 통해 역할을 도출하려는 시도(김지연, 김동일, 2016), 문헌 분석을 통한 전문가 관점 정립(이상민, 안성희, 2003), 학교상담자의 자기 인식에 주목한 연구(김민향, 김동민, 2015)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전문상담교사에 대한 역할 기대와 실제 간의 인식 차이를 줄이려는 시도였으나, 여전히 과도한 역할 요구와 역할 갈등은 상담자의 소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Fye, 2016). 더욱이 학교상담의 핵심 역할에 대한 종합적인 정의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학교상담의 기능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심화된 심리적 고립, 정신건강 위기, 돌봄의 경계 모호화, 아동학대 및 위기 대응의 어려움은 학교상담이 단일 기관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을 드러냈다(손강숙, 2021). 이는 결국 학교상담이 학생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차원을 넘어, 학생을 둘러싼 생태환경적 맥락 전체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다(박지혜, 하정희, 2020). 다시 말해, 학교상담은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사회, 가정, 제도적 지원체계와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학생 문제를 조망하고 개입하는 사례관리적 접근으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실제로 전문상담교사 운영 및 활동 매뉴얼(교육부, 2010)은 상담교사가 반응적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필요시 외부 전문가와의 연계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Wee센터 및 Wee클래스 운영 가이드(한국교육개발원, 2021)에서도 사례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운영가이드에서 조차 실무적 정의와 내용은 Wee센터와 Wee클래스의 내용이 상이하며 일관된 기준이 부재하다. 상담분야 NCS 분류 역시 연계, 자문, 위기개입, 지역사회 협업 등 생태적 접근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지만(김인규, 조남정, 2010), 현장에서의 구체적 실행 내용과 과정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학교상담의 영역이 개인상담에 머무르지 않고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을 포함하게 되었음에도, 실제 학교 현장에서 수행되는 ‘사례관리’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다. 이는 학교상담자가 수행하는 다각적 서비스 제공과 연계의 실체를 조망하고, 이를 구조화할 수 있는 실증적 탐색이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학생 중심의 생태적 접근을 실천하고 있는 현장 상담자의 실제 경험에 주목할 때, 학교상담의 사례관리 개념은 더욱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학교상담자가 현장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례관리 활동의 핵심 과정과 실제 양상을 탐색하고, 그 범위를 구조화함으로써, 한국 학교상담의 고유한 역할 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분석은 향후 학교상담자 양성과 교육과정 개발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다음의 연구문제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학교상담의 역할 변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
급변하는 사회와 정보 과잉 속에서, 학생들은 정서적 불안과 심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양육의 공백과 돌봄의 부재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감정과 생각을 조절할 방법을 스스로 찾도록 강요하며, 이로인해 혼란스러운 상태를 홀로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만든다. 일반가정의 청소년은 부모와의 안정된 관계를 통해 사회화를 수월하게 습득할 수 있지만, 한부모 가정 청소년은 부 또는 모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쉽고, 자아통제력과 대인관계 능력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이주리, 2008). 이러한 위기청소년의 건전한 발달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과 보호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학교상담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구본용, 임예지, 2022).
학교는 다양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복합적 공간이다. 양미경(2004)은 한국 사회에서 학교에 대한 요구들이 다중적이며 서로 상충된다고 지적하였고, 이는 교육주체 간 가치 기준의 차이와 상황적 가변성을 반영한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는 여러 전문가의 협업 아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하였다. 여러 가지 사회적 요구와 다양한 학생의 필요에 따라 국내 최초로 수업 시수가 없는 전문상담교사가 2005년 학교에 배치되었다. 결국 전문상담교사는 학교폭력, 게임 중독, 성폭력, 도벽, 가출 등 심화되는 청소년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필요에서 비롯되었다(이상민 등, 2007).
학교상담은 발달적 접근을 통해 문제를 조기 발견하고 예방적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일반 심리상담과 구별된다. 동시에 교육의 일환으로서,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하며, 상담자에게는 교육적 소양과 상담 전문성이 함께 요구된다(김영란, 연문희, 2002). 이에 따라 학교상담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를 포함한 다양한 대상에게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는 상담활동이 단일 개입이 아닌 교육과정 전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ASCA(American School Counselor Association) 모델은 학교상담자의 역할을 기초, 운영, 전달, 책무성 영역으로 구분하며, 학생의 발달을 중심에 두고 계획, 평가, 직접적 상담, 자문, 지역사회 연계 등 다양한 실천적 책임을 강조한다(이혜은 등, 2019).
ASCA에서는 다른 상담 모델과 달리 학생의 학업, 진로, 개인적·신체적 영역을 균형 있게 다루며, 상담과 생활지도를 학교 전체 교육 맥락에서 실행을 제시(이혜은 등, 2019)하고 있다. ASCA에서 사례관리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간접서비스 내 자문, 연계 조정, 옹호의 기능을 명시하고 있으며 사례관리는 결국 이 영역들의 상위실행 개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종합적 학교상담체계로서 Wee프로젝트가 도입되었고, 단위학교-교육청-지역사회 간 협력 기반의 치유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일 학교의 개입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고위기 사례가 증가하면서, 병원형·가정형 Wee센터, 병원학교 등 보다 복합적인 지원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전인식 외, 2015). 이에 따라 학교상담자의 역할도 점점 더 전문화되고 분화되어야 하며, 상담자의 역량은 개인상담을 넘어 팀 기반 사례관리 능력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사례관리의 역할이 개인의 증상을 개선하는데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학습권을 보호하고 대인관계를 회복하며 학교적응과 안전한 학교와 가정생활을 돕는(천성문, 박원모, 2007)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사례관리의 측면은 학교상담이 사례관리의 실질적 실행 주체로 학생의 통합적 개입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관리의 실질적 실행 주체로서의 학교상담자가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사례관리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을 조망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교상담의 고유한 실적 맥락과 실제적 양상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사례관리의 중요성
1970년대 미국 사회복지 실천 분야에서는 치료(Cure) 중심의 접근에서 보호(Care)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이는 다양한 서비스 연계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례관리(case management)의 발전으로 이어졌다(권진숙 등, 2012). 사례관리는 인본주의와 체계이론을 기반으로, 개인과 가족이 스스로의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적 활동이다(권진숙, 2007).
사례관리는 개인을 미시체계(가족, 친구, 교사)에서 거시체계(정책, 문화, 지역사회)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환경 속에서 이해하고, 각 체계 간 상호작용에 개입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권진숙, 박지영. 2015). 이러한 접근은 특히 다양한 문제와 욕구를 동시에 지닌 클라이언트에게, 공공 및 민간 자원을 활용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고 조정하는 통합적 개입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김윤나, 이희연, 2020; 이아람, 김병년, 2022).
사례관리는 단순한 서비스 전달을 넘어, 클라이언트 중심의 민감하고 반응적인 개입, 임파워먼트 촉진, 자원 개발, 일상적 지원체계 구축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실천전략을 포괄한다(김나영, 김광병, 2023). 이를 통해 사례관리자는 임상적, 행정적, 조정적, 옹호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문인력으로 자리 잡는다.
사례관리는 특히 서비스 중복이나 단절을 방지하면서, 내담자의 복잡한 요구를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박정윤 등, 2018). 사례관리 실천(practice)은 임상 중심의 직접 개입을 강조하고, 사례관리 수행(performance)은 지역사회 연계와 옹호 활동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도광조, 2010).
학교상담에서도 이러한 역할 재개념화의 흐름이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학교상담자는 이제 단순한 반응자나 조력자의 역할을 넘어, 자문자, 조정자, 옹호자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Martin, 2002), 이는 상담자가 교육의 동반자이자 제도 개혁의 참여자로까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저소득층과 소수자 학생을 위한 교육적 형평성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상담자는 능동적 개입과 정책적 시야를 갖춘 리더십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해외에서도 사례관리는 교육, 의료,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NaBITA는 사례관리를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식별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체계'로 정의하며(National Association for Behavioral Intervention and Threat Assessment, 2025), 미국교육부(2025)는 이를 '학교전문가가 중퇴 위기 학생을 대상으로 집중적 조언과 다차원적 지원을 제공하는 학교 기반 개입'으로 설명한다. 이처럼 사례관리는 내담자의 건강과 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자원과 체계를 연계하는 실천 방법으로 이해된다.
청소년 상담 및 사례관리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요인의 탐색이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정려원 등, 2021)되어 왔으며, 사례관리는 복합적 문제를 지닌 개인 및 가족을 위한 통합적 접근으로 정의되어 왔다(권진숙 등, 2012). 학교상담 맥락에서의 사례관리는 상담자의 심리·행정적 개입능력(투입)을 바탕으로, 다기관 협력 및 보호자 소통(과정)을 통해 학생의 상담 지속과 안정된 지원망 형성(산출)을 목표로 하며, 이는 ASCA에서 명시하고 있는 자문, 연계, 조정, 옹호의 역할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학교상담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의 학교적응, 학업권 보호, 가족기능 회복 등의 전인적 변화(성과)를 지향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학교상담자가 학생의 전반적인 어려움에 어떻게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사례관리를 수행하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방법
Hill(2011)은 CQR 연구에서 참여자 선정 기준의 명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다음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자를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였다. 첫째, 사례관리의 실천 경험을 보다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 2개교 이상의 근무 경력을 지닌 전문상담교사일 것과 둘째 현재 학교에서 전문상담교사로 재직 중이며 상담 실무를 지속하고 있을 것이 조건이다.
연구 참여자는 의도적 표집(purposive sampling)을 통해 선정되었으며, 전국 단위 전문상담교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구 목적과 내용을 공지하여 자발적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한 달 간의 공지를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 중 선착순 8명을 최종 선정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CQR(합의적 질적 연구) 접근을 바탕으로, 1회차 반구조화 면담을 실시하였고, 2차 보완 면담을 추가로 진행하였다. 면담은 사전 동의서를 바탕으로 비대면 또는 대면으로 약 60~90분간 이루어졌으며, 주제별 주요 질문과 추가탐색 질문을 병행하였다. 면담자는 2인 이상의 공동연구자 간 교차 분석과 검토를 통해 내용의 신뢰성과 심층성을 확보하였다. 인터뷰 가이드는 기존 학교상담 역할과 사례관리 정의를 반영해 구성되었으며, 참여자의 언어와 의미 중심 진술을 중시하였다.
자료 수집은 반구조화(semi-structured) 면담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연구문제에 집중하면서도 유연하게 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질문지를 사전에 구성하였다. 도입 질문은 “사례관리라는 용어를 접해본 적이 있는가?”였으며, 전환 질문은 “학교상담자로서 사례관리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가?”, “사례관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로 구성되었다. 마무리 질문으로는 “학교상담자가 사례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추가로 말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 달라” 등을 포함하였다.
면담은 학교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비근무 시간대를 활용하여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었으며, 1회당 약 40~80분 소요되었다. 모든 면담은 사전 동의를 얻어 녹화되었고, 이후 음성 자료를 문자로 전사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
자료의 분석은 크게 의미 단위 추출과 그룹과 범주화 단계로 이루어지며 세부 내용은 표 2와 같다. 각 인터뷰의 자료는 평정팀에서 참여자의 개인정보를 삭제한 상태로 의미 단위를 추출하였으며 합의의 과정을 통해 합의된 통합된 의미단위를 정리하였다. 이후 의미 단위의 그룹화 후 범주 도출의 과정이 모두 이런 합의의 과정을 거쳐 분석하였다. 의미단위의 추출과 그룹화, 범주화의 모든 단계는 평정팀이 함께 참여하였다.
| 용어 | ACSA의 설명 | 역할 |
|---|---|---|
| 자문 | Indirect Services로 명시. 교사, 학부모, 관리자와의 협업 | 간접 개입 도구 |
| 연계 | 정신건강, 복지, 법률, 의료 등 외부 기관 서비스로의 연결 | 실행 전략 |
| 조정 | 외부 기관과의 개입 시기, 역할, 정보 흐름을 조율 | 실무 전략 |
| 옹호 | 학생의 안전·권익·공정한 기회 확보를 위한 적극적 개입 | 학생 중심 접근 철학 |
본 연구는 질적연구의 특성상 연구 참여자의 권리 보호와 윤리적 절차 준수가 필수적이므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첫째, 연구자는 순천향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사전에 획득하였다(승인번호: 202303-SB-020-02). 둘째, 모든 참여자의 개인정보는 익명 처리되었으며, 연구 과정 전반에서 비밀보장을 철저히 준수하였다. 셋째, 연구 참여 전에 연구의 목적, 절차, 참여 시 기대되는 부담과 보상, 윤리적 권리(자발적 참여 및 철회권 등)를 구두 및 서면으로 충분히 설명하였으며, 이에 대해 서면 동의를 받았다.
본 연구에는 총 8명의 전문상담교사가 참여하였으며, 이 중 여성은 7명, 남성은 1명이었다. 근무 경력은 5년 이하가 2명, 6~10년이 3명, 11~15년이 3명이었다. 또한 수도권 및 중소도시 내 초등학교(3명), 중학교(3명), 고등학교(2명)에 근무 중인 전문상담교사로, 학교상담자로서의 경력이 최소 5년으로 평균 경력은 8.5년인 전문상담교사였다.
면담은 연구자가 직접 실시하였으며, 참여자의 업무와 일정을 고려하여 IRB 승인을 받은 이후인 2023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4개월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면담 참여자에게는 사전에 성별, 학교급, 경력 등의 정보를 수집하였고, 주요 면담 질문지를 미리 제공하여 사전 숙고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인구학적 특성은 아래 표 3에 제시하였다.
| 단계 | 의미 추출 단계 | 의미 추출 합의 단계 | 그룹화 | 범주화 1단계 | 범주화 2단계 | 최종 범주 결정 및 결론 작성 |
|---|---|---|---|---|---|---|
| 주체 | 연구자 | 연구팀과의 협의 과정 | ||||
| 내용 | 면담 내용 에 대한 의미 추출 | 의미 단위 대한 합의 과정 | 합의 된 의미 단위 의 묶음 | 유사 의미 단위별 범주명 결정 과 그룹화 | 상위 범주명 결정 | 최종 결정 과 논의 작성 |
| 참여자 | 성별 | 지역 | 경 력 | 현재 근무 학교 급 |
|---|---|---|---|---|
| A | 남 | 충남 | 6~10년 | 중 |
| B | 여 | 충남 | 11~15년 | 고 |
| C | 여 | 충남 | 5년 이하 | 고 |
| D | 여 | 경기 | 11~15년 | 중 |
| E | 여 | 충남 | 11~15년 | 중 |
| F | 여 | 경기 | 5년 이하 | 초 |
| G | 여 | 경기 | 6~10년 | 초 |
| H | 여 | 서울 | 6~10년 | 초 |
분석은 Hill(2011)의 CQR 절차에 따라, 전사된 면담 내용을 기반으로 의미 단위를 추출하고, 연구팀과의 반복적인 합의 과정을 통해 그룹화와 범주화 단계를 거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전사된 면담 자료에는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였으며, 초기 의미 추출은 연구자가 수행하였다. 이후 연구팀과의 협의를 통해 각 진술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최종적으로 4개 영역과 8개 범주로 정리하였다. Hill은 사례의 대표성을 기준으로 결과를 정리할 것을 제안하며, 모든 참여자에게 해당되는 경우는 '모든', 4~7명에게 해당되는 경우는 '대부분', 3명 이하인 경우는 '드문'으로 분류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해당 기준을 적용하여 결과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은 3인의 평정자와 2인의 외부 감수자로 구성된 팀에 의해 수행되었다. 평정팀은 모두 청소년상담 전공의 박사과정생으로 구성되었으며, 상담 실무 경력을 고루 갖춘 다양한 배경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 감수자는 합의적 질적연구(CQR) 경험이 풍부한 박사학위 소지자들로, 각각 청소년상담과 교육심리 전공자로 구성되었다.
연구팀은 본 연구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 초기부터 상담윤리와 상담 철학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왔으며, 상담과 사례관리 개념, 윤리강령, 학교상담자의 역할에 대한 문헌을 함께 분석하고 이해를 공유하였다. 또한 연구방법론에 대한 학습을 병행하며 CQR의 절차와 합의 과정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분석에 임하였다.
연구자는 학교상담자로서 학교상담 실무 및 자문 경험이 있으며, 사례관리 개입 시 실제로 겪는 복잡성과 행정적 딜레마에 대한 사전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선이해는 분석 초기에 개입되지 않도록 반복적 환원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보다 객관적인 환원의 과정을 위해 연구팀은 학교상담자가 아닌 평정팀과 학교상담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상담현장 경력이 있는 전문가를 감수팀으로 구성하였다. 이에 연구 단계에서 특히 핵심 개념화 시 학교상담자가 아닌 연구팀과의 상호 비판을 통해 편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였다.
| 구 분 | 학 력 | 자 격 | |
|---|---|---|---|
| 평정팀 | 평정자1 | 박사과정 (청소년상담) | 청소년상담사 2급 |
| 평정자2 | 박사과정 (청소년상담) | 청소년상담사 2급 | |
| 평정자3 | 박사과정 (청소년상담) | 청소년상담사 2급 | |
| 감수팀 | 감수자1 | 박사졸업 (청소년상담) | 1급 전문상담사 |
| 감수자2 | 박사졸업 (교육심리) | 1급 전문상담사 | |
결과
본 연구는 학교상담자가 현장에서 수행하는 사례관리의 실제와 그 의미를 탐색하기 위해, CQR(합의적 질적 연구) 접근을 활용하여 8명의 전문상담교사를 심층 면담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총 3개의 핵심 영역과 8개의 범주로 도출되었으며, 이는 학교상담자들이 실천 현장에서 경험하는 사례관리의 현실, 수행 방식, 효과적 실천을 전문상담교사가 생각하는 조건을 이해할 수 있다.
연구 결과, 학교상담자가 수행하는 사례관리는 공식 정의보다는 실천적 감각으로 상황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계와 자문, 사후관리까지 복합적으로 수행되고 있었다. 실행 과정에서는 자원 접근성, 협력관계, 제도적 한계에 따라 경험이 달랐고, 이러한 복합성 속에서 상담자는‘연계자’‘조정자’이자 ‘옹호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장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례관리의 개념 인식과 실행 과정, 역할과 전문성 인식의 흐름으로 정리하였다.
| 학교상담 사례관리에 대한 개념인식 ▼ 학교상담 사례관리의 실행과정 ▼ 학교상담 사례관리에서의 학교상담자의 역할과 전문성 인식 |
모든 참여자는 사례관리를 단순한 사후 행정적 절차가 아니라, 학생 개별 상황에 맞춘 맞춤형 개입, 다각적인 자원 연계, 정서적 지원을 포함하는 통합적 실천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사례관리와 현실적 상황에 맞춰 상담자의 역할을 수행함에 집중이 되어 있고, 사례관리에 대한 개념은 모호한 것으로 보여졌다. 학교상담자는 사례관리의 본질에 대해 내담자 중심의 전인적 접근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상담을 통한 치료적 개입이 단순히 개인 내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그를 둘러싼 환경과 자원의 변화를 함께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인식은 Clancy(1995)의 생태체계적 상담 접근이나 Capra(1996)의 복잡계 이론과도 맞닿아 있으며, 현재 학교 내에서는 학교상담자가 단순한 심리상담의 전달자를 넘어 시스템 내 변화를 설계하는 실천자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자원이 필요한지를 상담자가 그 판단을 해서 연계를 하고, 그 연계된 자원들을 또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참여자 B)
“그 학생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정이나 학급에서 어떤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꾸준히 소통하고 확인하고 있어요.” (참여자 C)
“상담자가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죠. 그게 사례관리라고 생각해요.”(참여자 F)
대부분의 상담자들은 사례관리의 필요성을 정신건강, 가정 문제, 환경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을 고려한 다차원적 개입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는 단일 개입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학생 문제에 대해, 다기관 및 다영역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기존 연구들(김나영, 김광병, 2023)에서도 상담자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는 위기 개입에 있어 사례관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으며, 본 연구는 이를 현장에서 실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사례 관리가 필요한 케이스라고 하면 사회경제적으로도 굉장히 힘들고, 특히 치료 접근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요.” (참여자 C)
“복지나 지역사회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사람, 교육 장면을 볼 수 있는 사람, 상담 장면을 보는 사람… 이 세 명이 잘 맞춰져야 종합적으로 학생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C)
모든 참여자는 현재의 사례관리가 상담자 단독 주도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이상적으로는 팀 기반의 공동 사례관리를 지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제도적 미비, 협업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고립된 수행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반영한다. 공동사례관리는 ‘학생들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책임분산’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동시에 ‘회의만 많아지고 실행은 없는 경우도 있다’는 현실적 한계도 지적되었다. 협력의 과정에서 비효올성과 실행력이 부족은 학교상담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Fye(2016)의 연구에서 제기된 역할 과중 및 소진 문제와도 맥을 같이하며, 상담자의 고립된 실천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사례를 상담자가 관리하는 건 상담자의 고유 영역이지만, 그게 너무 단독화되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참여자 F)
“현실에서는 상담자가 모든 걸 연계하고 관리해야 해서 공동 사례관리로 넘어가는 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여자 B)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고, 전문성도 각기 다르다 보니 협업이 쉽지 않아요. 그냥 내 선에서 끝날 때도 있어요.”(참여자 D)
학교상담자는 학교 내 학생의 사례관리를 위해 복지서비스, 정신건강 의료자원, Wee센터 등 외부 기관과의 연계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한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이는 학교상담자들은 학생의 심리적 안녕을 위해 학교 외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상담자 자신이 ‘중개자’ 또는 ‘연계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Martin(2002)은 이러한 역할을 ‘사회적 옹호자(advocate)’로 정의하며, 상담자가 단순한 반응자에서 능동적 개입자로 전환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자원을 종합적으로 연계해 주는 게 지금 학교 상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지만, 그게 정말 체계적이지는 않아요.” (참여자 B)
“지원기관은 많은데, 실제 접근성이 떨어져서 쓰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참여자 F)
“학교 밖에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연결은 되지만, 여전히 연결 이후의 추적이 어렵고 책임이 분산되지 않아요.” (참여자 G)
교내 담임, 보건, 교과교사와의 협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협력 체계의 부재와 낮은 상담 인식으로 인해 실질적인 연계와 협업이 어렵다는 지적이 다수 나타났다. 이는 학교 내 협업 구조가 비공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상담교사의 역할이 제도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학교라는 제도 내부의 경직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체계적 노력과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지원팀 안에서 회의를 열 수 있다는 구조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참여자 D)
“학교 운영에 따라 상담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이 다반사예요.”(참여자 F)
“협력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정보가 있어도 아이에게 실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여자 H)
참여자들은 정보 탐색, 사례 분석, 자원 조직 및 의사소통 능력 등 복합적 역량이 요구된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상담자가 단순한 심리적 지지자나 경청자에 머무르지 않고, 학교 안팎의 복잡한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는 다기능 실천가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ASCA가 제시하는 학교상담자의 역할 구성(기초, 운영, 전달, 책무성)과도 일치한다.
“인프라에 대한 그런 지식이 굉장히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다른 사람들 다른 이제 이를테면 교사 담임 선생님 학부모 이런 분들하고 굉장히 라포를 잘 쌓는 분이어야 할 것 같아요. (중략)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이런데 이게 개인 상담에서 보이는 요런 요런 모습하고는 이런 식으로 심리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들. 그러니까 모습이 전혀 다르다 보니까 어 걔 왜 거기서는 그래 이러신단 말이에요 이 그런 것들을 잘 설득을 하고 상담자가 볼 수 있는 모습을 다른 분들도 볼 수 있게 잘 전달하는 것 그리고 이제 평가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C)
“이 아이를 이해할 때 한 가지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왜 이런 생각을 했고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고를 다 정확하게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된다. (중략) 이해할 때 가족 관계뿐만 아니라 그 어떤 소통하는 방식도 있어야 해요.” (참여자 F)
효율적인 사례관리 수행을 위해서는 단지 상담자의 개인적 역량뿐 아니라, 구조적·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정보 공유 시스템의 미비, 지역 간 자원 격차, 상담자 역할에 대한 학교 내부의 낮은 인식 등이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는 상담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시스템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학교마다 상담센터가 설치되어 있고, 공동 사례관리를 위한 팀이 구성되어야 현실적으로 아이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C)
“사례 관리를 혼자 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협업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해요.” (참여자 F)
공동사례관리의 효과성과 효율성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비밀보장 문제, 책임의 분산, 협업의 피로도 등 현실적 우려 또한 진술되었다. 이는 공동사례관리가 단순히 인력의 투입이나 제도 도입만으로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며, 신뢰와 소통 기반의 협력 문화, 역할 명확화, 책임 분배 등의 세부 운영 방안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공동 사례관리를 하다 보면 확실히 아이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내가 놓쳤던 부분을 다른 선생님이나 유관기관에서 짚어줘서 더 풍부한 지원이 가능했어요.”(참여자 G)
“여러 전문가와 협업하는 방식은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실제로는 그 학생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무엇보다 책임을 함께 진다는 느낌도 있고요.” (참여자 H)
결 론
본 연구는 학교상담자의 실제적 사례관리 경험을 통해, 사례관리의 개념이 단순한 서비스 연계를 넘어서 전인적 개입과 환경적 조율을 포함하는 복합적 실천임을 밝혀냈다. 또한 현재 학교상담은 제도적 지원의 미비, 내부 협력의 구조적 한계, 외부 자원과의 연결 부족 등 다층적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상담자의 사례관리 역할에 대한 제도적 명확화가 필요하다. 이는 상담자가 수행하는 연계, 조정, 옹호 등의 기능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역할을 구체화함으로써 학교 내에서 상담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 상담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교육과 연수 체계의 정비가 요구된다. 정보 수집 및 분석, 자원 탐색, 팀워크 조정 등의 실질적 기술을 중심으로 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학교상담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셋째, 공동사례관리 실행을 위한 협업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단순한 협조 요청 수준을 넘어서, 역할 분담, 비밀보장, 책임의 공유가 명확히 구조화된 실천 매뉴얼이 필요하며, 교내 구성원 간 신뢰 기반의 협력 문화 형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 자원과의 유기적 연계체계 확립이 중요하다. Wee센터, 정신건강기관, 복지기관 등과의 협업 구조가 학교단위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과 시스템적 연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학교상담자 중심의 경험을 통해 학교상담의 사례관리 실천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증적으로 조망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기존의 학교상담자 역할 연구는 대체로 정체성, 기능적 역할, 교사와의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선혜연, 최영숙, 2025). 반면 본 연구는 상담자의 역할을 ‘사례관리 실천자’라는 과정 중심의 실행 역할로 접근하였으며, 특히 상담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갈등, 윤리적 책임감, 외부 연계에서의 구조적 한계 등을 중심으로 현실적 수행 양상을 실증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역할의 의미와 경계를 ‘경험 기반’으로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교 내 정서·행동 문제 학생의 급증, 가족 기능 약화, 지역자원 접근성 저하(윤소민, 2021) 등은 학교상담자의 업무 환경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였다. 상담의 방법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본격 도입되면서 비대면 상담이 도입되고 활용(장수미 등, 2022)되었다. 또한 주로 학교생활에 대한 개입이 주였던 사례관리가 가정연계 상담으로 강화되었다. 반면 이 시기 주요한 사회적상호작용이 부재한 학생들의 대인관계 문제와 진로문제, 자신의 정서를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장성민. 2020)하고 있다. 학교상담은 단순히 대면 상담을 넘어서, 학생의 학교, 가정, 사회생활 전반에 걸친 적응과 성장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환경 변화가 상담자들이 사례관리를 수행하는 방식에 어떤 실질적 영향을 미쳤는지, 즉 사례관리 수행의 구체성과 과제 인식의 변화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질적 면담을 통해 탐색하였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학교상담의 새로운 요구와 실천 방향에 대한 함의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향후에는 사례관리 대상자인 학생이나 보호자의 관점, 또는 학교관리자의 인식을 포함한 다각도의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하며, 사례관리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질적·양적 혼합연구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논 의
본 연구는 학교상담에서 수행되고 있는 사례관리의 실천 양상과 그에 대한 상담교사의 경험을 탐색함으로써, 학교상담 내 사례관리의 특성과 과제를 조명하고자 하였다. 합의적 질적 연구(Consensual Qualitative Research; CQR) 접근에 따라 수집된 면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 영역 여덟 개 범주가 도출되었으며, 그 의미를 바탕으로 논의는 다음과 같은 주요 논점으로 이어진다.
첫째, 사례관리는 학교상담의 본질적 실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여한 상담자들은 공통적으로, 학교상담은 단순한 개인상담에 그치지 않고, 학생의 학교 적응과 삶의 전반에 관여하는 포괄적 실천으로서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학생의 심리·정서적 안정은 물론, 학업, 생활, 대인관계, 복지 등 다양한 영역의 균형 잡힌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교상담자가 ‘학교라는 제도적 장’ 안에서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상담은 교육 조직 내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상담자는 상담실 내부에 머무는 전문가가 아니라 학교 공간 전체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학생의 변화 과정을 돕는 ‘연결자’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도광조(2010)가 지적했듯, 사례관리의 본질이 단일기관의 서비스로는 충족되지 않으며, 자원의 연계와 통합이 필수적임을 재확인하는 결과이다. 나아가 나동석(2016)의 연구에서와 같이, 조직 내부의 자원만으로는 사례관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에 외부와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은 지역 간 자원 편차의 문제, 병원·상담기관·복지서비스의 접근성 차이 등 현장에서 상담자가 경험한 현실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논의는 학교상담의 효과성 확보를 위해, 사례관리라는 실천이 내담자의 심리 지원을 넘어서서 교육·복지·지역사회 자원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개입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사례관리 실천을 위한 정책적 인프라 정비와 지역 간 자원 격차 해소는 시급한 과제이다.
둘째, 상담자는 사례관리자로서의 정체성을 제도적으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학교상담자들이 사례관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할은 제도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거나 조직 내 권한과 위상을 확보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상담자들은 사례관리자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명확히 존재함을 체감하고 있었지만, 조직 내외에서 이에 상응하는 인식과 구조적 지원은 매우 미약하다고 진단하고 있었다. Turner(1981)는 역할의 명시성과 지위가 개인의 책임감과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고, 이는 본 연구 참여자들이 느낀 역할 과중과 소진, 그리고 전문성 발휘의 한계와도 깊이 연결된다. 특히 사례관리자의 자율성과 재량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지역사회와의 공동사례관리 과정에서 정보 공유나 책임 분담 또한 원활히 이루어질 수 없다.
정신건강,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공식적인 수퍼비전 체계가 정착(신재은 등, 2017)되어 사례관리자의 성장을 지원하지만, 학교상담에서는 사례관리의 수퍼비전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으며, 상담자의 전문성 유지와 윤리적 판단이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상담자의 사례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정기적 교육과 훈련, 사례공유를 위한 제도적 협의 구조 마련, 상담자의 역할에 대한 제도적 인정과 권한 부여가 중요하며, 학교 내부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이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행정적 차원의 접근이 또한 필요하다.
셋째, 일률적 상담 방식에서 벗어나, 조직-체계적 기반 위에서의 유연한 실천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상담은 주로 개인 내방상담, 연계, 심리검사 등의 틀 안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학생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상담 활동이 보다 융통성 있게 구성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이를 가능케 하는 조직문화와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 관리국(SAMHSA)는 효과적인 사례관리를 위해 기관의 업무적 지지와 구조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으며, 본 연구 참여자들 역시 실제 학교현장에서 그러한 지지 기반의 부재로 인해 상담 실천의 확장이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특히 청소년 문제는 종종 조직 내부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기 때문에(임정기 등, 2015), 사례관리자는 지역 자원과의 유기적 연결을 위해 적절한 의사 결정권 참여권과 사례진행에 대한 동등한 정보교환이 보장되어야 한다. 즉, 상담자는 학생을 위해 자원을 단순히 안내하거나 연계하는 중간자가 아니라, 지역사회 체계 내에서 협업하는 ‘동료’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맥락을 통한 개입을 유도하는 사례관리의 성공 여부는 학교 내 협조 체계 구축, 관계 유지, 보호자 설득력 등 학생을 둘러싼 주변의 비공식 자원 활용 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임경실, 2006).
넷째, 참여자들은 상담자 중심의 사례관리가 구조적으로 집중도와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상담자의 역량과 소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양가적인 평가를 내렸다. 혼자서 운영할 때 정보의 누수 없이 빠르게 결정하고 개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자원과 책임이 모두 개인에게 집중될 경우 사례관리의 질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였다.
반면, 공동사례관리는 다양한 전문가가 협력함으로써 보다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개입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의사결정의 지연, 정보 공유의 문제, 비밀보장의 경계 등 운영상의 어려움도 수반된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두 방식 사이의 이분법적 대립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과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학교상담 실천에서 사례관리가 어떤 의미로 수행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상담자들이 어떤 어려움과 가능성을 체감하고 있는지를 질적 방법을 통해 탐색하였다. 이를 통해 학교상담 사례관리의 실천은 더 이상 선택적 활동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보호를 위한 필수적 행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본 연구는 미국학교상담협회(ASCA) 및 다양한 해외 사례관리 모델을 개관하면서도, 국내 학교상담 체계의 독자성과 제도적 여건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현장 전문가들의 실제 적용 가능성과 괴리감을 함께 다루었다. 예컨대, ASCA 모델에서 강조되는 ‘조정자(coordinator)’ 역할이 국내 학교의 조직문화에서는 자문과 연계의 권한 한계로 축소되는 현실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해외 이론의 직접 수용이 아닌, 맥락적 수정을 통한 재구성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기존 문헌과의 일반적 비교를 넘어, 본 연구 결과에서 도출된 ‘개인 연락처 제공에 따른 정서적 소진 경험’, ‘퇴원 후 조정 책임의 모호성’, ‘병원 연계의 한계’ 등은 선행연구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된 영역임을 지적하였다. 또한 사례관리의 실행에 있어, ‘학교 내 윤리·제도적 경계 인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함으로써 이론적 기여를 명확히 제시하였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실천적 차원에서는 학교-지역 간 다기관 협력 체계의 재구성과 수퍼비전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제언하였다. 마지막으로 기존 연구들이 사례관리의 필요성 또는 시스템 정비를 중심으로 했다면, 본 연구는 실제 수행되는 학교현장 사례관리의 ‘절차’, ‘자원 연계 방식’, ‘상담자의 심리적 부담’까지 구조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러나 이 연구는 면담 참여자 수의 제한, 지역적 편차에 따른 경험의 다양성 확보의 어려움, 질적 연구 특유의 일반화 한계 등과 같은 제약을 내포하고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학교급, 지역, 상담경력군을 포함한 사례관리 실태 조사 및 실제 협력 네트워크의 구조 분석을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제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학교상담 사례관리는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하며, 제도적 기반과 조직문화, 지역사회 협력체계 속에서 지속가능하고 유의미한 실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행정적 차원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