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C. G. Jung에 따르면 상징은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나는 의미기능으로, 분명하게 혹은 특징적으로 묘사하기 힘든 것이면서, 쉽게 파악되기 어려운 표현이 상징적인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진정한 상징은 직관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최연숙, 2006). 어떤 것이 상징인지의 판단은 치료자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Jung은 말한다. 치료자는 모래놀이에서 상징이 그 자체를 넘어서 내담자에게 하나의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러한 힘은 치료자의 태도에 따라서 어떻게 관찰하는가의 태도가 치료과정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김유숙, 야마나카, 2005).
모래놀이에서 소품과 재료는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의 역할을 한다. 아이들은 종종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분명하게 표현하거나 명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성인들의 경우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이럴 때 모래놀이는 내담자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Boik, 2012).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개개인이 갖는 상징을 통해서, 상징 집단들 속에서, 모래상자에서, 전체 치료과정인 모래상자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서로 작용하는지 상징적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김유숙, 야마나카, 2005). 마치 드라마를 보듯 시리즈로 모래상자를 따라가면서 상징을 이해하게 되고,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태도가 치료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연구자가 만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내담자들의 모래상자에서 조개가 자주 등장하는 경험을 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내담자의 치유를 돕기 위하여 조개의 다양한 상징의 기원과 의미를 폭넓게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조개의 다양한 상징이 상담 과정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살펴보고 내담자의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본 연구는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던 소품 중 하나인 조개의 생물학적 특성을 알아보고 조개의 상징적 의미를 종교, 설화, 인류사 그리고 한국문화 속에 나타난 측면을 고찰하고 상담 과정에서의 임상적 시사점을 살피고자 한다.
조개는 보통 껍데기가 두 쪽인 연체동물로 이매패류(二枚貝類)라고도 하며 민물이나 바닷물, 짠물 등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분포한다. 조개의 몸은 아주 연하고 뼈나 마디가 없고 도끼모양의 발(부족斧足)이 있으며 부족으로 땅을 파거나 기어 다닌다. 껍데기 안쪽에 있는 외투막에서 석회가 들어 있는 액체를 내어 껍데기를 만들고 그 껍질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조개는 물속의 플랑크톤이나 작은 벌레를 먹이로 삼는다. 나이에 따라 성이 바뀌는 것도 있고 자웅동체(雌雄同體)인 것도 있으며 주로 체외수정(體外受精)을 한다. 조개껍질의 모양에 따라 대합 · 홍합처럼 껍데기가 2개인 것, 뿔소라처럼 뿔 모양을 한 조개, 소라, 고둥처럼 껍데기가 나사 모양인 것 등이 있다. 껍데기가 1개인 것을 고둥이라 하고 2개인 것을 조개라 부른다(21세기 웅진학습백과사전, 1980).
조개는 단백질과 칼슘 등 영양가가 많고 맛이 좋아서 식용으로 인기가 많다. 조개껍질은 옛날에는 화폐로도 사용되었으며, 장식품을 만들거나 가루를 만들어서 벽에 칠하는데 사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조개에는 진주라는 보석이 자란다. 조개 속에 들어온 이물(異物)이 외투막(外套膜)과 껍질 사이에 끼게 되는데 외부로부터 들어온 이물질 둘레에도 진주성분의 진액을 분비하여 차곡차곡 감싸 나간다. 세월이 흘러서 둥글고 두꺼운 진주가 만들어진다(양승숙, 2015). 진주는 보석으로 비싼 가치를 갖고 있다. 조개는 물속에서 서식하다가 점점 육지와 가까운 곳에 서식하는 경우가 많다. 조개가 있는 곳에는 물이 자연스럽게 존재하며, 물과 땅이 맞닿은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크리스트교에서 조개껍질을 사용하여 세례수를 뿌리기도 한다. 이 때의 조개는 세례를 통한 부활과 장송(葬送)을 나타낸다(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1996). 또한, 중세 크리스트교에서 조개가 물방울과 함께 그려지면 새로운 탄생으로 세례를 뜻하는데 이는 생명의 탄생과 연관된 의미가 있다(유요한, 2009). 크리스트교에서는 무덤 장례품으로 조개를 사용하였으며, 무덤 속에 조개를 넣을 경우 가장 일찍 부활한다고 믿었다. 조개껍질은 성스러운 무덤과 그 부활의 의미로 쓰이며, 순례자들의 표시로 모자나 옷, 전대 등에 달고 다녔다(최연숙, 2006). 크리스트교는 비너스의 풍요 신화를 변형시켜 부활과 탄생의 희망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만들었다(Mitford & Wilkinson, 2010).
중세 가톨릭에서 순례자의 수호성인인 야고보의 상징으로 조개가 등장한다. 야고보와 베드로,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3대 제자이다. 야고보는 어부 출신으로 해변을 따라 선교활동을 했으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을 때 참수 당하여 첫 순교자가 되었다. 제자들이 시신을 배에 태워서 바다에 띄웠는데 썩지 않고 야고보의 시신은 조개껍질들에 싸여 그대로 잘 보존돼 있었다. 스페인에 도착한 야고보의 유해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안치되었고 그 후 각 국에서 야고보를 참배하러 오게 되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에서는 순례자의 길을 안내하는 표지로 조개가 사용되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곳곳에 조개 표식들이 많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치유와 구원’의 뜻을 나타낸다(유요한, 2014). 오늘날 그 길은 종교적 순례뿐 아니라 개인적 명상이나 수련의 길로 트레킹(trekking)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림1]처럼 조개를 달아 순례의 의미를 표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를 권장하기 위해 12세기에 제작된 책 ‘코덱스 칼릭스티누스’에 한 삽화 [그림2]에는 야고보 주위에 조개껍질들이 별처럼 흩어져 있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스페인 성당 수도자들은 몸에 조개를 지니고 다녔으며 이 조개는 일반적으로 성지순례를 뜻한다. 순례자가 어느 교회 혹은 수도원, 성에 도착하였을 때 조개껍질을 내밀면 음식이나 술을 채워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순례를 마친 사람들은 대서양에 접한 유럽 대륙의 끝에서 조개껍질을 주워달아 여행의 완성을 기념하였다(Fontana, 2014). 또한,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그의 꿈에서 한 아이가 바닷물을 조개껍질로 퍼내는 것을 보고는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조개껍질은 꿈에서 유한한 인간을 나타낸다(유요한, 2014).
티베트에서 소라고둥은 불교의 여덟 가지 길상*중 하나로서 법라(法螺)로 숭앙되었으며(카톡 시투 최키 갸초, 2015) 중국 불교의 경우에도 조개껍질이 행운을 상징하는 표상이 된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우화 속에서는 왕권을 상징하기도 하며, 행복한 여행을 상징하기도 한다. 조개껍질이 이런 행복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은 물, 즉 풍요의 근원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이승훈, 2009).
조개류로 만든‘나각(螺角)’은 관악기의 하나로‘나(螺)’혹은‘소라’라 하는데 군악과 궁중연례에도 사용되었으며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 중 「정대업 定大業」의 일무(佾舞)에 사용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나각은 고려 때 위장(衛仗)이나 노부(鹵簿)의 수레를 따르던 취라군(吹螺軍)이 입으로 분 악기라 한다. 소리는 낮은 소리로‘뿌우웅~’하고 한 가지 음을 내면서 웅장하고 깊은 음을 내는데 종교적 악기로도 쓰였다고 한다(한국학중앙연구원, 2023). 조개껍질을 이용한 나각은 길조의 소리로 여겨졌으며 궁중이나 종교 등에서 중요한 제의적인 도구로 쓰였다.
일본 불교의 한 종파인 슈겐도(修驗道)가 있다. 슈겐도에서 고호제(護法祭)**를 지낼 때 당일이 되면 목욕재개를 하고 봉찬회원들이 모여 제식 준비를 한다. 제식에서 세 번 소라고둥을 불고, 세 번째의 소라고둥 소리를 신호로 집합하여 행렬을 이루어 고호젠 신사로 고호자네를 맞이하러 간다(남성호, 2007). 조개는 일본에서도 불교의식의 상용악기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조개에 관한 이야기는 Venus의 탄생과 연관된다. Venus는 조개 위에 서서 Zephyros(서풍의 신)의 도움으로 Cyprus섬에 도착한다. 신화에 따르면 Cyprus섬에서는 여신의 지위를 가진 Venus에게 조개를 바쳤다고 한다(유요한, 2009). 이에 조개껍질을 Venus의 표상으로 보았다(Fontana, 2014).
한국의 미술사가 Park, 박은영*은 [그림3]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비너스가 서 있는 조개껍질은‘생명과 사랑을 키우는 자궁, 요람으로 보았고 여신을 무사히 지상으로 인도하는 배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 작품에서 Venus는 사랑과 미의 상징인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여신으로 표현되었다(Bullfinch, 2000).
그리스 신화에서 미노스(Minos)는 미궁에서 탈출한 다이달로스(Daedalus)를 찾기 위해 나선형 조개를 이용한다. Minos는 여러 사람에게 조개를 어떻게 실에 꿸 수 있느냐고 물었고 코칼로스(Cocalus)가 정답을 말한다. Cocalus가 Daedalus를 숨겼음을 알아냈으며(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1996) 조개를 통해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멕시코 아즈텍의 폭풍 신 틀랄록(Tlaloc)은 자잘한 바닷조개가 매달린 금줄을 차고 있었다. Tlaloc은 비와 번개를 다스리는 풍요의 신이며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였는데(유요한, 2009) 조개로 풍요로움을 표현하였다고 보인다.
한국의 <우렁이색시>설화**는 가난한 총각이 우렁이색시와 혼인한 이야기다. 총각은 밭에서 일을 하다가 ‘이 밭을 일궈 누구랑 먹고 살지’ 하자 ‘나랑 먹고 살지’하는 우렁이의 말을 듣고는 신기하여 우렁이를 집으로 가져와 물동이 속에 넣어두었다. 우렁이색시가 매일 총각이 없는 사이 나와서 밥을 짓는 것을 총각이 알게 되었다. 총각이 우렁이색시에게 결혼하자고 졸랐다. 우렁이색시가 아직 결혼할 때가 되지 않았다고 기다려 달라고 하였으나 못 기다리고 결혼을 하게 된다.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부자가 우렁이색시를 탐하여 총각에게 내기를 하자고 한다. 이때 우렁이색시가 총각에게 지혜를 주어 돕는다. 파리가 되어 장기판에 앉아 이기게 하고, 말이 나타나게 해서 강을 건너게 하고, 호리병에서 사람들이 나오게 하여 부자를 물리치게 한다. 우렁이색시는 총각이 부자가 되게 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혹은 우렁이색시는 미모가 아름다워서 마을 원님에게 잡혀간다. 남편은 관가로 찾아가 우렁이색시를 만나려 하였으나 매를 맞고 쫓겨난다. 총각은 우렁이색시를 애타게 부르다가 죽어서 파랑새가 되었고 우렁이색시도 남편을 생각하며 슬퍼하다 죽어서 파랑새가 되었다고 한다). 총각은 꾸준히 농사일을 해오다가 색시를 만나게 된다. 우렁이색시의 말을 잘 듣고 부자가 된다는 내용으로 우렁이 색시는 총각을 보살피고 돌보는 역할을 해낸다.
중국에도 한국의 <우렁이색시>와 비슷한 설화가 있다. 〈수신기 搜神記〉에 실려 있는 〈백수소녀 白水素女〉이다. ‘진(晉)나라 안제(安帝) 때, 후관(侯官) 지방에 사단(謝端)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단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성실히 살았으며 매우 공손하고 예의바른 청년이었다. 17-18세 때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밭일을 하며 혼자서 밥을 지어 먹고 생활하였다. 이웃 사람은 그에게 좋은 아내를 구해주고 싶어 했다. 사단은 어느 날, 강에서 무척 큰 소라를 주웠는데 기이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어, 집으로 가져와 물항아리에 보관하였다. 열흘 지난 후,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면 따끈한 밥이 매일 지어져 있었다. 사단이 알아보니 소녀는 은하수에서 내려온 백수소녀였고 공손히 일하는 사단을 10년 동안 부유해지도록 도우라는 명을 받았다고 하였다. 백수소녀는 정체가 드러나자 소라껍질을 남겨주고 하늘로 사라졌다. 소라껍질에 쌀을 넣어두면 먹을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사단은 신위(神位)를 만들어 놓고, 경건하게 제사를 올리며 예전처럼 열심히 일하였고 소라의 도움으로 점점 부유해졌다. 얼마 후, 사단은 다복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는 내용이다(이방, 2014). 이 설화는 성실하고 공손하게 일하는 사람을 하늘에서 돕는 교훈을 담고 있으며 백수소녀는 사단을 돕고 보살피는 존재로 역할을 충실히 하였다.
한국의 함경도 연안 지역에 연못이 생긴 유래가 있다.“옛날에 탁발승이 쌀을 구걸하러 부잣집을 찾았는데 부자는 쌀 대신 똥을 퍼 주었다. 그러자 부잣집이 순간 푹 꺼져 호수로 변하면서, 부잣집의 곡간에 있던 많은 곡식들은 모두 작은 조개들로 변하였다. 그 후로 흉년에는 조개가 많이 나고 풍년에는 조개가 적게 나서 가난한 사람들의 배고픔을 덜어주었다.”는 이야기다. 조개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손꼽힌다.
조개는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먹을거리가 되어주는 등 친근한 생물이었다. 인류가 조개를 식량자원으로 채집하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구석기시대의 테라 아마타(Terra Amata)유적으로 약 30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조개더미유적은 핀나클 포인트(Pinnacle Point) 유적을 비롯하여, 남아프리카 남부 해안에 중기 구석기시대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한국에서 조개더미 출현은 신석기 시대부터이다(한국학중앙연구원, 2023). 상부 구석기시대*에 조개로 만든 장식품이나 악기 등 예술품을 무덤에 함께 묻어주는 문화가 나타났다(Arnett, Chapin, & Brownlow, 2018). 구석기인들의 무덤에서 조개가 발견되었는데 원모양으로 조개를 깐 후 가운데에 시신을 눕혀 매장을 하였다(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1996). 한편, 농경문화로 들어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진주가 농경의례와 혼인의례, 장례에서 의상이나 장식품으로 쓰였는데(Benoist, 2006) 이는 조개가 장례에서 재생의 뜻으로 사용되었으며, 농경의례와 혼례에서는 풍요의 뜻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석기시대에 형성된 것으로 추측되는 중국 앙소문화* 유적지에서는 조개껍질로 용 호랑이, 별자리 도안을 만든 것이 발견되었다. 조개껍질 도안과 더불어 전쟁영웅이나 존경받던 지도자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장년 남자의 뼈들이 함께 발견되었다. 이는 조개껍질로 별자리를 만들어 죽은 이를 추모하며 재생을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홍이, 2018).
신석기 시대에는 조개의 외형과 희소성 등 특성을 고려하여 사회·문화적 가치와 결부시켰는데 조개를 이용하여 다양한 기능과 의미가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조개팔찌와 조개가면[貝面]으로 조개 팔찌는 주술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였으며, 팔기 위해 대량으로 생산하기도 하였다(동삼동패총전시관, 2008).
고대부터 신석기에 이르기까지 주거지에서 조개껍질로 만든 가면**이 발견되었다. 가면이 주민들의 액을 쫓고 복을 맞이하는 주술적인 힘을 가진 것으로 믿었다(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1996). 조개가면은 종교의례와 관련된 유물로 집단의 공동체의식이나 축제 때 사용했거나 악귀를 물리치는 의미로 활용되었다.
아프리카 아캄바족 소녀들은 조개껍질로 장식된 허리띠를 매고 있다가 첫아이를 낳고 나면 더 이상 매지 않았다. 아프리카 알공킨족의 소년들은 통과의례 중에 조개껍질로 맞는 의례가 있었으며 부족의 아이들에게 조개껍질을 보여주며 부족의 전승과 우주신화를 전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아캄바족과 알공킨족에게 조개껍질은 통과의례에 사용되는(Eliade, 1998) 의식의 중요한 상징(Symbol)이었다.
남태평양에서는 결혼할 때 1㎞정도의 대형 조개껍질에 신부를 태워가지고 가며 풍요한 잉태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다. 중국 사람들은 홍합을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불렀으며 홍합을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진다고 믿었다. 속살이 예뻐진다는 말은 성적인 매력이 높음을 뜻하는 것으로(이규태, 2000) 여기에서 조개는 여성에게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며 여성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조개는 화폐의 가치를 지니기도 하였다. 신석기시대 화폐는 희귀한 것으로 의미를 둔 조개껍질이었다. 보배조개의 화려한 모양과 견고함은 돈으로 쓰이기 적합했다. 돈을 뜻하는 한자 ‘패(貝)’자는 보배조개를 응용한 상형문자이다(홍익희, 홍기대, 2018). 보배조개는 일부 아프리카에서 화폐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남태평양, 아프리카의 부족들 사이에서 화폐로 쓰여 진다. 수메르인이 화폐의 발명을 한 큰 역할을 하였는데, 고대 어디서나 통용되던 화폐[그림4]가 조개껍질이었다(홍익희, 2014).
중국의 상나라*에서도 장사할 때 주로 조개로 만든 화폐를 사용하였다. 최근의 연구로 갑골과 조개의 일부분이 동남아시아에서 왔다고 밝혔는데(홍이, 2018) 당시 상업이 매우 폭넓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신석기 시기부터 한국의 부산지역에서는 종교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 시기의 사람들은 특히, 자연의 변화에 민감한 환경에서 살았기에 자연에 대한 순조로움과 생업활동에 안전을 기원하는 뜻으로 신앙생활을 하였다. 또한, 제주도의 곽지리 유적지는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 사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조개더미가 발굴된 유적지다. 이곳에서 짐승 뼈와 조가비 등 자연유물들이 발굴되었으며(이융조 외, 2002) 당시의 식량자원이나 신앙생활 등에서 조개가 쓰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조개는 맛이 달고 향긋하여 밥 대신 먹기에 적절하여 적곡합積穀蛤**이라 불렀다(이중환, 2018). 조개를 부르는 또 하나의 명칭 밥조개는 “밥 대신 먹는다.”고 하여 붙여진 가리비의 다른 이름으로(이규태, 2000) 사람들에게 조개가 주요한 양식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여성스러움과 화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뺨에 혈색을 더해 주며 연지, 곤지, 연분으로 젊고 발랄한 건강미를 표현했다. 옛 규방(閨房)에서는 조개껍질에 화장품을 담아 두기도 했다***. 그 이유는 조개껍질의 주력으로 얼굴이 예뻐지게 하고, 그 아름다움이 지속된다고 생각했다(이규태, 2000). 조개가 아름다움을 나타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조개 합(蛤)의 발음이 대궐의 문을 나타내는 합(闔)과 음이 같아서 높은 지위를 가리킬 때 사용되기도 하였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제사 때 조개가 들어간 음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조개는 바다 속에서 이리저리 뒹굴어 그 껍질이 닳아 망가져서 더 이상 불어나지 못한다는 데서 유래되어, 이를 제수로 쓰면 집안에 흉사(凶事)가 일고 자손이 불어나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을이나 집안에 돌림병이 돌면 그 병의 귀신이 암귀신인지 수귀신인지를 따져서 그의 상대가 되는 성(性)의 상징을 제공하여 만족시켜서 내보낸다고 믿었다. 조개껍질을 마을 입구나 문기둥에 매달아 콜레라와 같은 수귀신을 몰아내었다. 조개는 병을 퇴치하는 주술적 기능을 하였다(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1996).
한국의 옛이야기 <조개가 된 꿩 부부>에서는 장끼와 까투리 부부가 아들 아홉, 딸 열둘을 모두 출가시키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세상을 구경하며 행복한 여행을 다닌다. 차차 세월이 흘러서 나이가 들었고 어느 해 가을이 되었다. 서로 살만큼 살았다며 “그동안 당신과 행복하게 살았소, 고맙소.”하며 장끼와 까투리가 서로 약속한 듯 강가로 내려갔다. 손을 맞잡은 채 천천히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장끼와 까투리는 입을 꼭 다문 한 마리 조개로 변했다.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려는 듯.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은 ‘사랑하는 꿩 부부가 깊은 강물로 들어가 한 마리 조개가 되었다’고 전하였다(양태석, 2009). 이 이야기에서는 조개로 사랑의 합일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 동화 <조개 눈물의 비밀>에서는 진주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느 날 조개는 자신의 몸속으로 아프게 파고 들어온 산호조각을 밀어내지 않고 끌어안는다. 오랫동안 조개의 눈물을 먹으며 자란 산호조각은 점점 작은 조개의 일부가 되어간다. 세월이 흘러 작은 조개는 모래위에 올라왔다. 조개의 눈물을 먹고 자라 진주라는 빛나는 보석이 되었다(양승숙, 2015). 조개는 이물질이 들어온 것을 내적인 고통의 과정을 겪으며 견뎌내고 그 시간이 쌓여 멋진 조개가 성장하듯 ‘진주’라는 결실을 맺는다.
본 연구의 사례는 아동대상 연구로 아동과 아동의 대리인 모의 동의를 받고 진행된 사례이다. 내담 학생은 중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 의뢰 당시, 자주 무기력하고 느린 행동, 또래 관계 형성을 어려워하며 혼자 지낼 때가 많다고 하였다. 6학년 2학기부터 갑자기 울어버리거나, 모(母)에게‘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베란다 난간에 서는 등의 주호소로 모가 의뢰하였다. 유치원 때부터 또래 관계의 어려움이 이어져왔고 학교에서 대화가 없고, 잦은 지각, 교사 및 또래 간에 인사를 잘 못하는 등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보여 왔다고 한다.
내담학생은 또래와 비슷한 키에 다소 마른 체형이었다. 체격에 비해 큰 옷을 입었고 속옷이 보이나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등 외모에 전혀 무관심한 듯 보였다. 말이나 행동이 느린 편으로 다소 경직되어 있었고 어색한 표정과 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을 자주 지었다. 대화 시 상대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 되묻는 경우가 잦았으며, 듣고 싶은 말만 선택적으로 듣는 등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술이 부족해 보였다. 감정에 대한 표현을 잘 못하고 한참 시간을 끌다가“몰라요”,“그냥요”,“네”식의 단순한 대답을 하여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하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는 주부로 조용한 성격이며 귀찮으면 자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거나 자녀들의 식사를 챙겨주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무기력하고 방임적인 양육 태도 등 모의 우울감이 시사되었다.
[그림 5]는 내담자의 3회기 모래놀이 작품이다.“돛단배(좌하)는 조개를 싣고 있어요. 사람들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어요. 조개를 캐서 팔아요. 낚시 준비를 마친 사람은 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한 쪽에 캠핑 온 사람들을 위한 음식들이 있어요.”라며 지난여름에 엄마, 동생과 함께 바닷가에 갔었던 기억이 나서 좋았다고 했다. 학교에서 졸린 것이 덜해서 요즘 좀 재미있다고 하였다.
작품을 오랜 시간 동안 꾸미면서 표정이 밝고 즐거워 보였으며 자신의 에너지를 상자 속에 듬뿍 쏟아 작품을 만들어냈다. 조개를 캐는 작업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반영한다. 현실의 삶, 학교생활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조개를 캐서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과 내담자의 심리적 자원을 채우는 것을 보여주는 회기다.
[그림 6]는 4회기 작품이다.“하루 종일 밝은 낮만 있는 여름나라의 크리스마스예요. 아이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해요. 노 젓는 배(우하)가 있는 곳은 오아시스인데 배에 조개를 싣고 가요.”라고 설명하고는“오늘은 시작할 때 모래의 느낌이 많이 찜찜했는데 놀다 보니 기분이 나아졌어요.”하며 불편했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또한, 표정이 편안해 보이고, 대기실에서 행동도 좀 더 자연스러웠다. 초반에 실시했던 문장완성검사에서‘내가 꾼 꿈 중에 제일 좋은 꿈은 크리스마스 꿈’이라고 답하였다. 4회기[그림 6]는 내담학생의 좋은 꿈과 성탄절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연상시키며 자아의 재탄생을 의미하는 장면을 보였다. 상자의 중앙에 나무를 세우고 중심을 잡는 것처럼 자아의 중심축을 확고히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상자 전체에 조개와 나비들이 마치 보석처럼 꾸며져 있고, 조개가 실린 배가 내담학생을 향해 들어오는 것은 사춘기 소녀에게 좀 더 성숙한 여성성을 갖는 의미라 하겠다.
5회기, 6회기에도 반복적으로 조개 소품들을 사용하였으며 [그림 7]은 7회기로서 더 많은 조개로 작품을 만들었다. 두 손으로 꾹 눌러 모래 상자에 조심스럽게 손도장을 찍었다.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며 5개의 손도장이 있는 작품을 만든 것은 특별한 장면이다.
숫자 5는 재생의 의미, 소우주로서의 인간을 나타낸다. 또한 그리스 로마에서는 사랑과 화합을 나타내는 혼례의 숫자이고 비너스의 숫자로 보면서(Cooper, 2014) 여성성을 키우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상자를 보고“여자아이가 바닥에 앉아 손바닥 모양을 보고 있어요.”라고 설명하였다. 모래를 만지고 모래에 손도장을 찍는 것의 의미는 개인적인 도장, 서명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다.‘내가 여기 있다.’는 확인이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적인 승인이다(Turner, 2005). 손바닥으로 자기를 표현하여 정체성을 나타낸 것이다. 손바닥 위에 조개와 보석, 돌을 올려놓으며 자기(Self)를 확실하게 표현하였다.
조개는 여성적인 물의 원리로 우주의 모태, 탄생, 재생, 생명을 상징하는데(Cooper, 2014) 여자아이가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재생, 재탄생 과정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상담 종결 무렵에 내담 학생들이 종종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상담 약속을 잊는 일이 발생하였다. 학교나 가정에서 말수가 늘고 웃음이 많아지며 일상생활에서 변화를 보였다. 일상에 적응하고 복귀하는 과정으로 느껴졌으며 서서히 종결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회기가 진행되면서 모성에 대한 왜곡된 기억이 상담을 통해 회복되었고 모와의 관계가 개선되어 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총 10회기의 모래작품을 통해 짧은 회기이지만 자아를 강화하고 자기를 확립하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내면 심리 과제를 풀어내면서 사춘기 소녀로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다. 모래놀이를 통해 여성성을 키워나가며 내적 성장을 해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결 론
본 연구는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던 소품 중 하나인 조개가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종교, 설화, 인류사, 한국문화 속에서 나타난 측면을 고찰하고 임상적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조개는 재생과 부활, 치유와 구원의 상징으로 보았다. Schneider에 의하면 조개껍질은 앞 세대의 죽음으로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재생과 신비로운 번영을 상징하며(이승훈, 2009), 크리스트교에서는 조개껍질이 세례수를 뿌리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그려졌다. 무덤 속에 조개를 넣어 빨리 부활하기를 기원하였고 비너스를 크리스트교적 관점에서 부활과 탄생의 상징으로 보았다. 조개는 성인을 기리는 상징으로 사용되면서 치유, 구원의 뜻과 함께 부활의 의미를 갖는다. 무덤 속에 조개를 넣는 장례문화와 앙소문화에서 조개껍질로 만든 도안과 별자리 모양은 재생을 상징한다.
둘째, 조개는 다산과 풍요로움, 여성성의 상징으로 보았다. 조개는 껍질 속에 생명체를 포함하고 있는 수생동물이라는 점으로 다산, 풍요 그리고 생명을 수태하는 의미로 보았고(유요한, 2009) 물과 관련되어 여성 원리, 곧 우주의 모태, 결혼을 상징한다(이승훈, 2009). 이처럼 조개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달의 기운을 받는 여성으로서 다산을 상징하고 풍요의 의미가 있다. 멕시코 틀랄록은 풍요의 신으로 조개로 만든 금줄을 차고 있어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남태평양의 결혼 풍습에서 신부를 대형 조개껍질에 태워 보냄으로 풍요로움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미술사에서는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에서 조개껍질을 자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화가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을 미(美)를 강조하여 여성성을 표현하였다. <우렁이색시>와 <백수소녀> 설화 속에서 조개는 보살피고 돌보는 모습으로 표현되면서 여성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조개모양이 여성 또는 여근(女根)을 나타내는 것으로(한국문화상징사전편집위원회, 1996) 여성의 원리, 자궁의 상징으로 보았다(차용준, 1998). 중국에서는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부르며 성적인 매력을 강조하였고, 조선시대 여인들은 조개껍질에 화장품을 담아두어 아름다움이 지속된다고 믿었다. 고대 중국에서 묵자는 진주조개인 방(蚌)이 수컷 없이도 생긴 것을 “방이 진주를 결실로 맺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음력(陰曆)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아, 조개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오래 전부터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 조개는 길조, 주술적인 힘의 상징으로 보았다. 조개 합(蛤)의 발음이 대궐의 문을 나타내는 합(闔)과 같아서 높은 지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조개는 불교에서 여덟 가지 길상중 하나인 법라(法螺)로 숭앙되어 행운을 의미하였다. 조개로 나각(螺角)을 만들어 종묘제례악, 궁중연례에 사용하였고, 일본의 슈겐도(修驗道)에서도 불교의식의 상용악기로 사용되어 길조의 의미를 담았다. 고대사회에서 조개는 악귀를 쫓고 좋은 일을 맞는다고 믿었다. 신석기 시대에서 조개팔찌를 만들어 주술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였으며 조개가면을 써서 액을 쫓고 악귀를 물리친다고 믿었다. 신석기시기 한국의 부산지역에서는 안전을 기원하는 조개가면 등 장식품을 만들고 신앙생활을 하였던 흔적이 있다. 돌림병이 돌 때 조개껍질을 마을 입구에 메달아 귀신을 몰아내는 역할을 하였다.
넷째, 조개는 화폐와 식량자원의 상징으로 보았다. 신석기시대에 화폐는 희귀한 것으로 보배조개를 이용해 화폐를 만들어 썼으며 지금도 남태평양, 아프리카의 부족들에게 조개화폐가 쓰인다. 중국의 상나라에서도 조개로 만든 화폐를 만들어 상업에 활발히 사용되었으며 조개는 자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또한, 적곡합 이야기는 조개를 사람들의 주요한 양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섯째, 조개는 고통과 인내의 상징으로 보았다. 조개와 더불어 진주는 농경의례와 혼례, 장례에서 장식품으로 쓰였다. 조개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이물질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오랜 시간 품고 감싸 안아서 둥근 보석의 결정체인 진주를 만들어낸 것이 가치를 더해준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에서 진주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그 열두 문은 열두 진주니 문마다 한 진주요 성의 길은 맑은 유리 같은 정금이더라(계 21:21)." 진주의 생성과정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으로 특별한 가치가 있다. 새 예루살렘 성의 문을 열두 문으로 하고 그 문들을 진주로 만들었다. 조개의 내적 성장의 결과물인 진주로 나타내며 진주를 빚는 고통과 인내를 상징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본 연구자의 모래놀이상담 사례에서 나타난 조개는 내담자의 심리적 자원, 내적 에너지를 나타내는 자원을 의미하였다. 또한 어린 소녀에서 사춘기 소녀로 좀 더 성숙해가는 과정을 의미하며 여성성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자기(self)를 확실하게 표현하는 의미를 보였으며, 여성적인 물의 원리로 재생, 재탄생의 상징을 나타냈다.
그 밖에 조개는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의 꿈을 통해 깨닫고 조개껍질이 유한한 인간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였으며 그리스로마신화에서 미노스는 조개를 이용해 중요한 단서를 찾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아캄바족과 알공킨족은 통과의례나 부족의 신화를 전승할 때 조개를 사용하여 중요한 의식의 도구로 삼았다. 한국동화에서 조개는 사랑의 합일을 표현하였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조개가 흉사가 일고 자손이 불어나지 않는다고 믿기도 한다. 조개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며 다양한 상징을 갖는다.
바닷가를 보면 밀물과 썰물이 찰랑이며 오고 갈 때 모래 위가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래에 물이 스며들 때나 모래 위에 조개껍질이 물에 닿을 때 나타나는 장면이다. 물은 대자연 중에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자원중 하나로 꼽힌다. 바닷가는 모래와 물이 만나는 곳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접촉이 이뤄지는 곳이며 조개는 이러한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바닷가의 풍경은 마치 커다란 모래상자를 표현한 것 같다. 모래상자 속에서 반짝이는 조개는 하나하나의 내적에너지를 느끼게 하며 치유의 힘을 품고 있는 듯하다. 연구자가 만난 내담자의 모래상자 속에서 조개가 자주 등장하여 다양한 상징성을 보이며 치유, 재생, 여성성, 내적자원, 성장의 상징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