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한국의 벽화, 그림, 문학에 나타난 소의 상징성 중 모성성을 중심으로

안진경1,, 이명한2
Jin-Kyung An1,, Myoung-Han Lee2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육분석가
2맑은마음상담센터 전문상담사
1PureSoul Counseling Center
2PureSoul Counseling Center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 안진경, (31198)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청수 15길 6-1. 모래놀이 교육분석가 Tel : 010-2811-9828, E-mail : ajk0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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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Mar 31, 2021; Revised: Apr 08, 2021; Accepted: Apr 26, 2021

Published Online: Jun 10, 2021

국문초록

상징은 그것이 표상하고 있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힘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떨어져 있는 두 차원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며 상징이 가지고 있는 정동과 힘으로 한계를 뚫고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변환의 기능이 있다. 본 연구는 한국의 벽화와 그림, 문화에 투사된 소의 상징성 중 모성성을 중심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벽화와 그림에 나타난 소는 인간과 오래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듬직하고 믿음직스런 모습으로 생업을 함께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한 새끼를 사랑스럽게 돌보는가 하면 여유로운 모습으로 유유자적하거나 주인에 대한 충직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는 한국문화에서 양육하고 돌보는 긍정적인 모성성을 상징하며, 인간에게 친밀하고 도움을 주며 신뢰로움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Abstract

The symbol represents not only the meaning it represents but also the power contained in it, serving as a bridge that connects the two dimensions apart of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There is a function of transformation that allows the power of symbols to break through the limits and move toward a new level of life. This study focuses on motherhood among the symbols of cows projected on Korean murals, paintings, and culture. The cows shown in Korean murals and paintings have long been closely related to humans and share their lives with humans in a trustworthy manner. They also take care of babies lovingly, a relaxed appearance, or show loyalty to their owners.Cows symbolize the positive maternal nature of nurturing and caring in Korean culture, and they are friendly, helpful and trustworthy to humans.

Keywords: 집단모래놀이치료; 대인관계; 우울; 불안; 중학생
Keywords: symbol; Cow

상징은 다른 인식 수단으로는 전혀 포착할 수 없는 현실의 어떤 심오한 양상들을 밝혀주며 그 기능은 존재의 가장 내밀한 양상을 숨김없이 드러내주는 데에 있다(Eliade, 1998).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적인 사실을 표현하는 데는 상징이 가장 좋은 언어가 된다. 왜냐하면 무의식은 의식이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복합적인 내용들까지 그 속에 담고 있는데, 상징은 이런 사실들을 표현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징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상징이 형상(image)과 정동(emotion)의 복합체로 사람들에게 의미와 힘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상징은 그것이 표상하고 있는 의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힘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떨어져 있는 두 차원을 연결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며 상징이 가지고 있는 정동과 힘으로 한계를 뚫고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변환의 기능이 있다(Kim Sung-Min, 2001).

어린 시절 나는 늘 암소와 살았다. 다른 친구들이 강아지와 놀 때 나는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데리고 꼴을 먹이러 다녔다. 언니나 오빠보다도 송아지와 들에서 노닐다 냇가에서 노는 것이 더 좋았다. 때론 암소를 데리고 다니기도 했는데 그때는 내가 앞서기보다는 암소가 앞장을 서고. 그럼 나는 송아지와 둘이 암소 뒤를 따라갔다. 그럴 때면 꼭 암소가 우리 엄마 같은 생각이 들면서 든든하고, 나를 지켜주는 것 같았다. 앞장서서 걷던 암소는 종종 뒤를 보며 나와 송아지가 잘 따라오는지를 확인하듯 큰 눈에 그윽함을 담고 살펴보기도 했다.

암소는 참 푸근하고 따뜻했다. 늘 암소는 내 곁에서 같이 사는 도반 같았다. 어머니께서 내 태몽은 암소라며 늘 말씀하셨다. 태몽의 내용은 이러하다. ‘친할아버지께서 집에서 넓고 훤한 길로 이어져 있는 뒷산으로 데리고 가셨다. 그 뒷산에서 할아버지께서 어머니께 “여기는 짐승이란 짐승은 다 있다. 그런데 저 가운데 있는 암소가 너의 암소다. 네가 기를 것이다. 짐승 중에 제일 높은 것이다.” 라고 말씀을 하셔서 어머니께서 중앙에 있는 암소에게 가까이 가니 용처럼 커다란 뿔이 양쪽에 달려있는 암소가 벌떡 일어나 어머니를 바라보며 다가오는 모습이 기분이 좋았다.’ 고 하시며 암소 꿈을 꾸고 너를 얻었다며 암소처럼 든든한 딸이라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연구자에게 있어 암소는 늘 가까이 있는 존재로 한 식구였다. 농사철이 시작되는 봄부터 저녁 어스름 사랑방 솥에 쇠죽을 끓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쇠죽을 먹이며, 그 곁에서 아궁이 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송아지와 노는 겨울까지 늘 함께였다. 모래놀이상담을 하면서 나에게 든든하고 따뜻했던 암소가 모래놀이 상자에 나오면 다른 동물이 나올 때보다는 더 정감이 있고, 내담자가 앞으로 어떤 내면 여정을 가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이 들곤 하였다.

한국영화 ‘워낭소리’ 는 할아버지와 늙은 소의 일상이 그려진다. 영화는 할아버지와 늙은 소의 힘겨운 노동, 감정적 교감, 죽음과 이별을 순차적으로 전개해 나간다. 영화 ‘워낭소리’ 에서 인간과 소의 관계는 단순하게 생활과 노동을 함께 한다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아들보다 소가 낫다’ 는 할아버지의 대사처럼 떨어져 있는 아들보다는 함께 사는 소가 할아버지에게는 깊은 교감의 대상이다. 아파서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것도 소의 워낭소리이다.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소가 죽으면 내가 상주할 거야.” 라고 말한다. 실제로 소중한 인격체로 여겼던 늙은 소가 죽자 할아버지는 ‘상주’ 가 되어 초상(初喪)을 치른다. 영화 ‘워낭소리’ 에서의 소는 인간과 깊게 한 식구로서 심리적으로 교류하는 역할을 하며 서로에 대한 깊은 정동(Emotion)을 느끼게 하는 존재다.

소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기원전 200년경으로 처음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바치는 희생물로만 썼다(Park Young-Soo, 2005). 농사에 쓰이며, 가축으로 함께 살고, 2000년 이상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소는 생구(生口)로서 거의 사람 수준으로 대접받으며(Han Yang-Myung, 1994) 우리 민족과 깊게 교류하며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처럼 소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존재로 인간은 소에게 인간의 심성과 감정을 자연스레 투사하며 함께 살아왔다. 본 연구는 한국의 벽화와 그림, 문화에 투사된 소의 상징성 중 모성성을 중심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본 론

소의 생물학적인 특성

인류는 약 9,000년 전부터 소를 길러왔으며(Jonathan Elphick, 2003) 소목[偶蹄目] 솟과의 포유류로 수명은 약 20년이다. 초식동물로 아래턱의 앞니로 풀을 잘라 씹어서 위로 보낸다. 육식동물의 습격을 대비하여 대량의 먹이를 단시간 내에 먹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반추위(反芻胃)라는 특별한 mechanism이 발달한 것이라고 한다. 위(胃)는 4개가 있는데, 먹이는 제1위와 제2위에 저장하였다가 이것을 입으로 되울려 되새김질한 다음 제3위와 제4위로 보낸다. 위턱에는 앞니가 없으며, 어금니는 잘 발달해 있고 치관부(齒冠部)가 뚜렷하게 길다. 뿔은 다른 짐승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한 무기로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짝짓기를 하기 위해 수컷들이 뿔을 들이대고 싸우기도 한다.

보통 생후 10개월 정도면 어른 소가 된다. 수소는 언제든지 교미할 수 있으나, 암소는 20일 주기로 일어나는 발정기가 되어야 교미할 수 있고, 발정기는 1∼2일간 지속된다. 수태 후 270∼290일이 지나면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소는 가축화되기 이전인 지질시대의 신생대 최후 시기인 빙하시대에는 수렵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보고가 있다(Lee Jong-Hwan, 1990). 소의 조상인 원우의 뿔은 신성시되기도 하였다(Encyclopedia of the World, 1974).

소가 가축화되어 인간과 생활하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흔적은 메소포타미아의 알파자의 BC 4500년경의 유적에서 발견된다. 소가 가축화되면서 쟁기를 끄는 등 농사에 이용되며, 젖을 가공하여 치즈나 버터를 애용하게 된다(Dong-A World Encyclopedia, 1994).

한국의 벽화와 그림에 나타난 소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그림으로 간주되는 것은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Altamira Cave)와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벽화(Lascaux Cave)로 구석기 시대 야생 동물의 뼈와 사람들의 손으로 그린 암벽화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이 두 동굴벽화는 생존을 위한 사냥과 많은 야생동물이 그려져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그려진 동물 중 하나가 소이다.(Bae Do-Sic, 1995).

한국도 소가 그려진 벽화가 있다.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 시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로 지금까지 지구상의 알려진 가장 오래된 포경유적이기도 하다. 고구려 [반구대 암각화]에는 육지동물과 해양동물, 사람, 배, 그물, 작살 등 다양하게 그려졌는데 이 암벽화에도 소는 등장한다.(Wiki Encyclopedia) 소는 고구려 벽화에서는 더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림 1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된 고구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덕흥리고분 「우차교도」 다. 당당하게 생긴 소가 수레를 끌며, 중앙에 연한 갈색 바지와 저고리를 입은 2명의 마부가 우 교차를 이끌고 있다. 말이 끄는 마차가 아닌 소가 끄는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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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우차교도」 덕흥리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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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시대인 35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이 되는 안악 3호분에는 외양간 그림이 있다. 하나의 외양간에서 얼룩소, 누런소, 검은소가 먹이를 먹는지 여물통 주변에 자연스럽게 모여 있다.

동굴벽화에 소가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가 인간과 오랜 역사 속에서 관련을 맺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비교적 유순하고 힘이 센 소는 농경사회로 넘어오면서 더욱더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을 「우교차도」 와 「안악3호분」 에 나타난 벽화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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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안악3호분」 고구려 고분벽화 3D 가상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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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시대에는 소에 대한 정감을 벽화에 그림으로 남겼다. 소그림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불교에서 십우도(十牛圖)와 목우도(牧牛圖)가 그려지고, 조선 중기로 넘어오면서 소를 대상으로 하는 문인 화가가 등장하면서부터다(Encyclopedia of Korean Culture). 이때부터 동물화로서 소만을 주인공으로 한 [와우], [황우]와 같은 우화(牛畵)가 나오기 시작한다. 누워있는 소를 그린 [와우]나 수묵만으로 그린 [황우] 모두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부드러운 등선을 보이며 여유롭게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조선 중기 선비화가 김식은 소그림을 많이 그렸다. 조선시대 웬만한 소그림은 모두 그의 작품으로 볼 정도로 그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소그림을 남긴다.

그림 3 「우도」 는 김식의 작품으로 새끼가 어미젖을 빨고, 부드러운 몸매의 어미소는 젖을 먹고 있는 새끼의 엉덩이를 혀로 핥고 있다. 어미소와 새끼소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잎이 풍성한 고목과, 고목 주변으로 난 풀이 있어 더 풍요롭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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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김식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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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로 넘어오면서 화선(畫仙) 김홍도의 소는 한국인의 생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림 4는 웃통을 벗고 땅을 일구는 남정네들 곁으로 두 마리의 기운차 보이는 황소가 쟁기를 끌고 있다. 봄 농사는 땅을 갈아 씨 뿌릴 준비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김매기, 가을걷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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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김홍도 「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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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에서는 ‘농자천하지대본’ (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였다. ‘농사는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큰 근본(根本)’ 이란 뜻이다. 무기보다 낫이나 호미를 먼저 제작하게 하였으며, 농부에서 국왕까지 농사는 삶을 일구어내는 중요한 일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친경례(親耕禮)라 하여 국왕이 직접 백성들에게 농사를 권장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적전(籍田)에서 직접 밭갈이하는 의례가 있었다. 이처럼 농사는 한국문화에서 중요한 삶의 근간이었으며, 소는 삶의 근간을 함께 개간하는 동료 이상으로 김홍도의 「논갈이」는 이러한 정서가 잘 나타나 있다(강관식, 2012). 한국문화에서 농사는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자식농사’, ‘인재농사’ 등 자식과 인재를 키우는 일도 농사였다. 소가 묵묵히 밭을 갈 듯 자녀를 양육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국가의 근간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의 소그림은 근대로 들어오면서 운보 김기창의 「청록산수」로 이어지면서 신뢰롭고, 정감있는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명맥이 이어진다.

한국의 벽화와 그림에 나타난 소는 인간과 오래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생업을 함께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또한 새끼를 사랑스럽게 돌보는가 하면 여유로운 모습으로 유유자적하거나 주인에 대한 충직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문학에 나타난 소

본 장에서는 한국의 민담과 속담, 고소설 ‘콩쥐팥쥐’ 에 나타난 소의 모성성을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민담과 속담에 나타난 소

한국문화에서 소는 생구(生口)로 산자와는 한 식구로 살았으며, 죽은 자를 위하여는 제물이 되기도 하고, 하늘의 뜻을 알려주는 존재이기도 하였다. 또한 풍요 기원의 대상물이기도 했다(Kim Jong-Dae, 2001).

또한 소는 한국문화에서 애틋한 모성의 상징이며, 인간에게 친밀하고 도움을 주며 신뢰로움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민담의 이야기다. 「어머니를 두들겨 패는 불효자가 있었다. 하루는 소와 송아지를 데리고 밭을 갈러 가면서 송아지는 이쪽 강가에 두고 어미소만 데리고 강을 건너 저쪽의 밭을 갈고 있었다. 그런데 건너편에 있는 송아지가 울면서 어미소를 찾는다. 어미소는 밭을 갈다 말고 강을 헤엄쳐 가 세끼 소에게 젖을 먹인다. 이 모습을 보고 불효자는 ‘말 못 하는 짐승(소)도 저런 행동을 하는데 나는 정말 불효를 했구나!’, ‘말 못 하는 짐승(소)도 자식이 찾으니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강을 건너 젖을 먹이는데 나의 어머니는 그보다도 더 소중하게 나를 키우지 않았는가?’ 라며 불효자는 어미소의 송아지에 대한 사랑, 즉 자식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 마침내 효자가 된다(Kim Young-Min, 2000). 민담에서 소의 모성(母性)은 불효자가 효자가 되도록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한국 속담 ‘어미 소 제 새끼 핥듯 한다.’ 는 말이 있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모정(母情), 사랑이란 뜻(Wang Xin, 2015)으로 자식에 대한 부모의 지극한 사랑인 지독지애(舐犢之愛)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Doosan encyclopedia).

한국에서 암소는 자식을 지독히 아끼고 사랑하며 보살피는 존재라는 상징과 더불어 가족을 먹이며 살림을 꾸려나가는 살림의 한몫을 담당하는 생구(生口)이기도 했다. 농사가 중심이었던 시대 소는 한 가정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넘어 나라의 근본이 된다고 믿었다. 또한 ‘걸음새 뜬 소가 천리를 간다.’ ‘아침 꼴에 소는 살찌고 농사는 잘 된다.’ 와 같은 소의 근면함을 표현하는 속담에서는 꾸준하고 성실한 소의 속성을 배우려 했다(Bolormaa, 2009). ‘소 앞에서 한 말은 안 나도, 어미한테 한 말은 난다.’ ‘소는 믿고 살아도 종은 믿고 못 산다.’ ‘소는 믿어도 사람은 못 믿는다.’ 와 같은 속담에는 소의 믿음직스러운 속성에 신뢰의 상징성을 더한다.

조선시대 발행된 「삼강행실도」에는 믿음직스럽고 충직한 소의 상징이 그림 삽화로 남아있다. 「의우도(義牛圖)」로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하여 물려간 주인을 밭을 갈던 소가 호랑이에게 죽기 살기로 덤벼 호랑이를 물리치고 주인을 구한다. 호랑이에게 물린 상처가 너무 깊어 끝내 죽는다. 주인이 죽자 소는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어떤 음식도 먹지 않다가 사흘 만에 따라 죽었다(Park Young-Soo, 2005)는 이야기를 그림 삽화 형식으로 만들어 널리 배포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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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의우도(義牛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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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강행실도」 에 실린 「의우도(義牛圖)」 는 소에게 투영된 충직성과 신뢰의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콩쥐팥쥐’에 나오는 검은 소(암소)

‘콩쥐팥쥐’ 는 한국의 고소설 중 계모에게 구박받던 주인공이 동물의 도움을 받으며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이야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콩쥐의 어머니가 죽자 계모가 자신이 낳은 딸 팥쥐를 데리고 콩쥐의 집으로 들어온다. 계모는 콩쥐에게 갖은 구박을 하며 일을 시킨다. 하루는 계모가 콩쥐에게는 나무 호미, 삼 년 묵은 겨 밥, 삼 년 묵은 된장을 주고 오래 버려두어 거칠어진 묵정밭김을 매라 하고, 팥쥐에게는 쇠 호미, 팥밥, 고기반찬을 주며 사랑이 밭을 매라 한다. 팥쥐는 일찌감치 밭매기를 끝내고 집으로 갔다. 하지만 콩쥐는 나무 위에 올려놓은 점심은 ‘가마구 떼’ 가 와서 다 먹어버리고 넓은 묵정밭을 매던 나무 호미는 부러져 울고 있었다. 그때 하늘에서 ‘검은 암소’ 한 마리가 내려와 콩쥐에게 떡과 고기, 과일을 잔뜩 주어 콩쥐를 배불리 먹였다. 그리고 ‘검은 암소’ 는 콩쥐에게 쇠 호미를 마련해 주고 밭을 대신 매 준다. 어느 날 계모가 팥쥐만 데리고 외가 잔치에 가면서 콩쥐에게는 밑 빠진 독에 물 길어 붓기, 벼 찧기, 삼 삼기, 베 짜기를 마친 후에 따라오라고 한다. 콩쥐가 울고 있으니 두꺼비가 나타나 독의 구멍을 막아 주고, 새들이 날아와 벼를 찧어 주고, 검은 소가 삼을 삼아 주며, 선녀가 내려와 베를 대신 짜 주고 잔치에 입고 갈 옷과 신발을 선녀(검은 암소)가 준다. 그런데 콩쥐는 잔치에 가다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다. 신발을 발견한 원님이 콩쥐에게 돌려주면서 결국 콩쥐와 혼인한다. 그러자 질투가 난 팥쥐가 콩쥐를 유인하여 연못에 빠뜨려 죽이고는 자신이 콩쥐인 양 행세한다. 꽃으로 환생한 콩쥐가 팥쥐를 괴롭히자 팥쥐는 꽃을 아궁이에 넣어 불태운다. 마침 불을 얻으러 온 이웃집 할머니가 부엌에서 구슬을 발견하고 가져간다. 구슬은 다시 콩쥐로 변신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원님을 깨우쳐 준다. 원님은 콩쥐의 시신을 찾아 살려 내고 팥쥐를 죽여 계모에게 보낸다. 팥쥐의 시신을 본 계모는 놀라서 죽는다(Lim Suk-Jae, 1993; Choi In-Hak, 2003).

콩쥐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면서 母性의 돌봄이 부족해진다. 아버지는 있으나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父性 부재로 부모상에 의지할 수 없는 고아와 같은 상황에 빠진다. 분석심리학적으로 콩쥐는 여성적 기능과 남성적 기능이 발달하지 못하면서 정신 에너지가 불균형하다고 볼 수 있다. 콩쥐가 계모와 팥쥐라는 그림자(shadow; Lee You-Kyeng, 2018)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을 때에 밭을 매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경작은 삶을 개척하는 것이며, 마음 밭을 개척하는 것으로 제때에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씨앗을 뿌려 어머니 대지의 키움을 받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콩쥐는 묵정밭을 매며 먹으려고 싸간 음식을 ‘가마구 떼’ 에게 빼앗기고, 나무 호미마저 부러지는 등 절망적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콩쥐가 목 놓아 울자 하늘에서 ‘검은 암소’가 나타나 콩쥐를 먹이고, 밭을 갈아주며 도움을 준다. 무의식의 세계에 있던 어머니가 도와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소를 조상신으로 보기도 하는데 콩쥐에게 나타난 검은 암소는 어머니의 넋으로 모성의 돌봄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성의 돌봄이 부족했던 콩쥐는 물길어 붓기, 벼 찧기, 베 짜기 등의 여성적 과제를 수행해 나간다. 밑이 빠져 무의식의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소산(消散) 되는 것을 막고, 주식인 쌀을 찧어냄으로써 삶의 주된 기능을 바로 잡아간다. 베를 짜서 옷을 만들며 페르조나(Persona)를 형성해 나가며 원님을 만나면서 부(夫)의 부재를 채워나간다. 이때에도 콩쥐는 선녀 또는 ‘검은 암소’ 가 주는 옷과 신발을 받는다. 검은 암소는 여러 차례 콩쥐를 도와 과제를 수행하게 한다. 민담에서 검은 암소는 죽은 친모의 넋(Lee You-Kyeng, 2018)이 콩쥐에게 도움을 주려고 나타난 것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더불어 검은 암소는 콩쥐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원초적 무의식의 힘,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본성적인 힘, 본능적 저력으로 모성적 본능과 연결시킨다. 또한 검은 암소는 콩쥐에게 과일을 선사함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서적 가치를 잃지 않도록 지지하는 모성 본능의 배려(Lee You-Kyeng, 2018)를 받는다.

결 론

동굴벽화에 그려진 소는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과 정감을 나누며 관계를 맺어왔음을 알게 한다. 또한 「우차교도」 와 「안악 3호분」 은 한반도에서 소가 한국인과 생구(生口)로서 같이 한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알게 한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 아기의 살림이 생기듯 마당가에 외양간을 지어주어 소의 살림을 마련해줌으로써 소가 한 식구로서 인정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벽화와 그림에 소가 등장하며 많이 그려졌다는 것은 그만큼 소가 인간에게 유익한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어미소가 젖을 빠는 새끼소의 엉덩이를 사랑스럽게 혀로 핥아주는 김식의 「우도」 는 어미소의 따뜻한 모정(母情)을 느끼게 하며, 새끼소를 향한 어미소의 사랑은 불효자를 효자로 이끌어내기도 한다. 여기에서 소는 돌보고 양육하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母性의 상징을 나타내고 있다. 암소는 인간에게 젖을 제공하고, 농사를 돕는 등 오래 역사 속에서 인간을 먹이고 돌보는 모성적 역할을 해 왔다. 모성적 역할을 하는 모성성이 암소에게 투사되는 것은 여러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부간다족의 최초 인간 킨투는 우간다에 도착하면서 암소 한 마리와만 지내며 암소의 젖(우유)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킨투가 남비(Nambi)라는 여인과 결혼하기 위한 여러 시험 중 많은 암소들 가운데 자신의 암소를 찾아내는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결혼을 성공하고 자손을 번성시키게 된다(Geoffery Parrinder, 2006).

북유럽의 창세신화에서 위그드라실의 아랫부분인 지하세계가 탄생되는 과정에서 불의 세계에서 불꽃이 얼음의 세계에 튀어 태초의 거인 유미르와 태초의 암소 아우둠라가 태어난다. 태초의 생명이 태어날 때 암소가 함께 태어난 것은 유미르가 암소의 젖을 먹고 자라야 하기 때문이며 이 유미르를 통하여 여러 신들이 탄생하게 된다(Lee Kyung-Yoon, 2012).

이집트의 위대한 하늘 여신이며 보편적인 어머니 여신인 하토르(Hathor)는 머리에 2개의 뿔 사이에 태양원반(太陽圓盤)을 달고 있는 암소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후에는 여신 중의 여신의 자리를 이시스(Isis)에게 물려주며 하토르의 뿔과 태양원반을 머리장식으로 하며 암소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오시리스 신앙이 확산되면서 하토르는 살아있는 파라오의 어머니인 동시에 죽은 파라오에게 젖을 먹이는 암소로 표현된다. (Veronica Ions, 2003) 이처럼 이집트의 여러 모성신(母性神)들은 암소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신화에 나타난 소의 모성성은 한국 민담 콩쥐팥쥐에서도 검은 암소를 통해 잘 나타난다. 중국 연금술에서 검을 현(玄)을 사용하여 모성신을 현녀(玄女) 혹은 현곡(玄谷) 등으로 표현한다(Lee You-Kyeng, 2018). 콩쥐팥쥐 이야기에서의 검은 암소로 나타나는 모성상은 주인공인 콩쥐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며 묵묵히 지키는 양육하고 돌보는 어머니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소는 비밀을 지키며, 주인을 따라 죽었다는 「의우도(義牛圖)」를 통해 충직함과 신뢰의 상징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인들에게 소는 돌보며 양육하는 모성성과 더불어 인내와 신뢰 의로운 동물로서 긍정적인 상이 많기에 소가 나오는 꿈은 길하다고 느낀다(Bolormaa. 2009). 한편 소의 부드러운 산등성을 닮은 외모와 여유로운 걸음걸이, 맑은 눈빛에 인간의 심성을 투사하여 점잖음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Kim Jong-Dae, 2001). 이처럼 소는 돌보고 보살피며 인내하고,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등의 긍정적인 상징성이 많다. 반면 긍정적 상징 뒤의 부정적인 상징성도 있다. 한국의 민담에 「게으름뱅이 남편이 일은 하지 않고 놀기만 하다가 어느 날 한 노인이 만든 ‘소 탈’ 을 쓰고 소가 되어 농부에게 팔려간다. 노인은 소가 ‘무’ 를 먹으면 죽으니 절대 ‘무’ 를 먹이지 말라고 한다.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가을이 되도록 힘들게 일만 하였다. 우연히 먹으면 죽는다고 했던 ‘무’ 를 먹고 ‘소 탈’ 이 벗겨지면서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게으름 피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The world of Korean classical literature). 이는 게으름뱅이가 더 편하게 놀기만 하려다가 소가 되어 무진 고생을 하고는 깨달은 바가 있어 금기로 설정된 무를 먹고 부지런한 인간으로 재생한다는 이야기다(Han Yang-Myung, 1994).

소는 근본적으로 순박한 동물이지만 때에 따라 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크게 흥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느린 소도 성낼 때가 있다’, ‘말 없는 소가 성낸다’, ‘순한 소도 성낼 적이 있다’, ‘순한 소도 고삐는 매두랬다’ 등의 속담(Bolormaa, 2009)은 소의 사나움을 표현하는 속담으로 부정적인 측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본 연구를 통하여 연구자는 한국의 벽화, 그림, 문학에 나타난 소가 양육하고 돌보는 긍정적인 모성성을 상징하며 충직하고 신뢰로움을 상징하고 있음을 고찰해 볼 수 있었다.

Notes

소를 통한 깨달음은 불교의 십우도에 잘 나타나 있다. 십우도에선 소를 찾는 과정이 ‘찾아야 할 참마음’ 으로 수행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일본에도 소를 통한 깨달음의 이야기가 있다. “소에 이끌려, 젠코지 사원에서 경배를 드리다” 라는 이야기로 탐욕적이고 신앙심이라고는 없었던 한 노파가 우연히 이웃집 소의 뿔에 옷감이 걸려 ‘소를 쫓아서 뛰고 또 뛰다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상에 젠코지 사원(Zenkoji temple)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는 그곳이 성스러운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내세(來世)를 위해서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이는 욕심 때문에 하게 된 행동으로 인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앙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Kawai Hayao, 2004).

2019년 3월 Kim Sung-Min(융분석가) 세미나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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