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박목월의 시 ‘중심에서’와 모래놀이에 나타난 돌의 상징성 연구

안진경1,, 김미정2, 안운경3
Jin-Kyung An1,, Jeoung-Mi Kim2, Un-Kyung An3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맑은마음상담센터 교육분석가
2옥산중학교 전문상담교사
3맑은마음상담센터 교육분석가
1Clear Mind Counseling Center
2Ok-San Middel School
3Clear Mind Counseling Center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 안진경, (31198)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청수15길 6-1, 맑은마음상담센터, Tel : 010-2811-9828, E-mail : ajk0123@hanmail.net

© Copyright 2021 Korean Association of School Sandpla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Oct 17, 2020; Revised: Oct 22, 2020; Revised: Nov 19, 2020; Accepted: Nov 30, 2020

Published Online: Dec 10, 2020

국문초록

모래놀이치료는 투사와 전이가 일어날 수 있는 예술적 표현 활동을 제공하는 상담기법이다. 내담자는 마치 시인 혹은 작가처럼 모래상자에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작품에 투사를 시작한다. 시(詩)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통해 인간정신을 표현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시인은 이미지를 통해서 언어와 문자를 초월해 있는 상징적인 어떤 것을 보여준다. 이미지라는 상자 안에는 인간의 무의식에 있으면서 의식화 되어야 할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것은 상징이 이미지를 통해서 깊은 곳에 있는 정신의 내용을 드러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서정시인 박목월의 시(詩) 가운데 “중심에서”라는 시를 대상으로 돌의 상징성과 시인의 정신세계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통해 모래놀이치료 사례에서 보이는 내담자의 돌에 대한 상징적 체험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박목월은 시 “중심에서”라는 시에서 “돌=중심”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통해 시인이 살아온 인생에서 체험한 삶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의 이미지 그리고 죽음과 생명, 순간과 영원의 이미지를 통해 상징적 체험을 시적으로 형성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모래놀이에 나타난 사춘기의 14세 소녀가 상담의 후반기에 돌이 있는 3개의 상자를 꾸민 후 소녀에서 숙녀가 되어 가고 있듯이, 내담자와 상담자의 투사와 전이를 통해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 또한 내적 인격의 변화 작업에 함께 참여할 때, 돌의 상징성은 그 의미를 드러낼 것이다.

Abstract

Sandplay therapy is a counseling technique offering artistic expressive activities available for projection and transference. A client starts to conduct projection in a sand picture, expressing freely one’s own inside in sand box like a poet or an author. A poem is a unique method expressing human mentality through invisible images. A box called an image contains lots of contents to be conscious in human sub-consciousness. This is a reason that a symbol tries to reveal the contents of mind deep inside through image. In this study, symbolism of “stone” and a poet’s mentality are reviewed through “In the center”, one of poems by the Korean representative contemporary lyric poet, Park Mok-Wol and a client’s symbolic experiences about stone in a case of sandplay therapy are described. Park created poetic symbolism through images and expressed meanings of life experienced through his life with symbolic meaning of “stone is center”. The poet seemed to form symbolic experiences poetically through images of space and time, and those of death and life, and moment and eternity. In addition, as the 14-year-old girl of puberty who appeared in the sand play is going from girl to lady after decorating three stony boxes in the second half of the counseling session, The symbolism of stone will reveal its meaning when the counselee as well as the counsellor participate together in the work of changing inner character through the projection and transference of the physician and counselor.

Keywords: 시; 돌; 상징; 모래놀이
Keywords: Poem Stone Symbol; Sandplay Therapy

모래놀이치료는 투사와 전이가 일어날 수 있는 예술적 표현 활동을 제공하는 상담기법이다. 내담자는 마치 시인 혹은 작가처럼 모래상자에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작품에 투사를 시작한다. 50분간의 모래놀이치료 시간 동안 내담자는 이야기와 놀이, 3차원 공간으로 이루어진 모래놀이작품을 구성하며 종합예술활동을 한다. 내담자는 시인처럼 상자의 이야기를 시적 언어로 표현하기도 하고, 화가처럼 한 폭의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상담의 회기가 진행되면서 모래놀이 작품은 시리즈를 이루고, 어떤 테마를 이루어 간다. 내담자는 작가가 되고, 상담자는 독자와 청자가 되어 주면서, 상징적 체험의 관계를 형성한다. 모래놀이 작품은 이제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 형성하고, 연속되는 이미지의 상징적 결합은 여러 편을 묶은 한 권의 시집이나 작품전시회에 출품된 여러 작품들처럼 다양하게 변주된다. 여러 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면서, 작가인 내담자와 독자인 상담자는 어떤 변환의 작업에 함께 하였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다.

작품을 통한 정신 내면의 투사는 실제로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고유한 정신작용이다. 이러한 정신작용에서 그림과 시는 이미지를 통해 표현되고 전달된다. 시(詩)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정신을 표현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박선자(1985)는 말하기를 이미지는 시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근본적인 요소로서 시는 마치 운명처럼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시인은 이미지를 통해서 언어와 문자를 초월(超越)해 있는 상징(象徵)적인 어떤 것을 보여준다. 이미지라는 상자(箱子)안에는 인간의 무의식에 있으면서 의식화되어야 할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다. 이것은 상징이 이미지를 통해서 깊은 곳에 있는 정신의 내용을 드러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김성민, 2014).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서정시인 박목월의 시(詩) 가운데 “중심에서”라는 시를 대상으로 돌의 상징성과 시인의 정신세계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통해 모래놀이치료 사례에서 보이는 내담자의 돌에 대한 상징적 체험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본 론

시인 박목월의 시 “중심에서”에 나타난 돌

박목월은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시인이다. 박목월의 시는 초기, 중기, 후기로 구분이 된다(박선영, 2010). 초기(1946~55)에는 자연의 세계를, 중기(1959~64)에는 가족과 일상에 관련한 현실세계를, 후기(1968~87)에는 존재론적 세계를 다양한 시를 통해 노래했다. 초기에는 자연의 이상세계를 꿈꾸었다면, 중기에는 현실과 이상, 지상과 천상, 긍정과 부정 등 대립하는 양면을 통합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보였다(박선영, 2010). 후기에 들어 시인은 인간의 내면, 존재의 본성을 다루었다.

박목월의 시는 초기에 자연의 공간에서 인간의 공간으로, 다시 인간의 공간에서 초월적 공간으로 일생 동안 변환되어 갔는데, 이를 통해 시인의 자아(주관)와 세계(객관)의 관계가 전이되어 가는 과정은 마치 연금술사의 “lapis”가 그의 실험실에서 일생 동안 변환되는 과정과 흡사해 보인다(오세영, 2003).

특히 박목월은 노년에 돌을 소재로 한 6편의 연작시와 돌이 섞인 모래라는 뜻의 “사력질(砂礫質)”이라는 한 가지 소재로 17편의 연작시를 썼다. 따라서 연구자는 박목월 시 가운데 돌을 주제로 한 “중심에서”라는 한 편의 시를 대상으로 시인이 탐구한 돌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심(中心)에서
  • 구름이 날개를 적시는

  • 따끝에서

  • 바다가 얼어붙는

  • 불모지(不毛地)의

  • 이편 따끝까지

  • 그 중심(中心)에서

  • 나의 발길에 채이는

  • 한 덩이의 돌

  • 거품으로 이는 수직(垂直)의 연꽃

  • 꼭지에서

  • 유황(硫黃)과 불의 바닥까지

  • 그 중심(中心)에서

  • 나의 발길에 채이는

  • 한 덩이의 돌

  • 바람과

  • 고래의 길에서

  • 수맥(水脈)으로 사라지는

  • 수국(水菊)의 오늘의 줄기에

  • 또는 해와 달의

  • 그 중심(中心)에서

  • 나의 발길에 채이는

  • 한 덩이의 돌

  • 사랑이어

  • 사랑이어

  • 사랑이어

  • 한 가닥의 핏발로 뻗히는

  • 억겁(億劫)의 순간

  • 순간

  • 나의 발길에

  • 툭 채이는

  • 한 덩이의 돌

연구에 앞서 시에 나타난 이미지의 구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단락에 “끝에서, 끝까지”라는 표현은 공간을 양쪽으로 대립시켜 수평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또한 “구름”의 끝을 “바다”의 끝으로 연결하는 것은,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 공간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그리고 “돌”은 수평과 수직의 중심에 있다.

두 번째 단락에서 시인은 수직의 공간적 이미지를 “수직의 연꽃”에 연결한다. 그리고 이것을 “유황과 불의 바닥”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쪽 끝-저쪽 끝”, “구름-바다”, “연꽃-바닥”과 같이 배열된 이미지들은 상상력을 촉발하여 시간의 이미지를 불러온다. 세 번째 단락에서 “바람”과 “고래”는 대기(하늘)와 바다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해와 달”은 해가 뜨고 달이 지는 모습, 즉 무한히 반복하는 시간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그리고 “돌”은 그 공간과 시간의 중심에 위치한다. 그런데 시인은 공간과 시간의 중심에서 매번 발길에 채이는 “돌”을 발견한다. 이때 시인에게 돌은 돌이라는 이름이 지어지기 이전의 어떤 사물이다. 이 사물은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 “끝에서 끝까지”, “구름에서 바다까지” 공간 속으로 들어오고, “해와 달”이라는 시간 속으로 들어온다.

첫 번째 단락의 “바다가 얼어붙는 불모지(不毛地)”는 생명이 살 수 없는 황량한 죽음의 이미지이다. 이것은 두 번째 단락의 “연꽃”이라는 식물, 즉 생명의 이미지와 대립하고 있다. 이렇게 생명과 죽음 사이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중심인 “돌”은 두 번째 단락의 “불의 바닥”이라는 표현과 연합하면서 “돌 속의 불”이라는 상징적 이미지를 생성하게 된다.

시인은 “돌 속의 불”에 도달하기까지 “끝에서 끝”의 공간과 “해와 달”의 영원한 반복의 시간, 그리고 죽음과 생명의 근원까지, 깊은 사색적 명상을 이끌어 간다. 이러한 “돌 속의 불”의 이미지는 이 시의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돌 속에 불은 꺼지지도, 타오르지도 않으므로 근원적이며 영원하다(김용옥, 2008).

또한 “연꽃”은 시에서 “돌”, “돌 속의 불”과 함께 시인의 깊은 사색을 안내하는 중요한 상징물이다. Eliade(1996)는 물에서 나오는 연꽃은 우주의 창조 과정이라고 한다. “수직의 연꽃”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시인의 “발길에 채이는 돌”과 상징적 관계로 연결함으로써 시인과 돌을 하나로 만드는 상징적 체험을 만들어 준다. 시인이 자신의 내면을 “발길에 채이는 한 덩이의 돌”에게 투사하면서, 시간과 공간, 죽음과 생명의 중심에 위치한 돌과 하나가 되어 “사랑이어. 사랑이어. 사랑이어”라고 세 번을 외친다. 단단하고 메마른 돌 속에 “불과 연꽃”의 이미지는 해와 달이 순환하는 시간을 지나, 마지막 단락의 “억겁의 순간”, 즉 영원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작가 박목월의 인생 노년기에 탐구한 “돌”의 상징적 의미는 어쩌면 시인이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시인은 존재의 내면에 깊이 있는 것, 즉 존재의 본성을 보기 위해, “발길에 채이는 돌”이라는 외부세계에 있는 객관적인 어떤 사물에게 투사하여 그 답을 탐구하고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인 시 “중심에서”는 돌을 소재로 하는 박목월 시인의 연작시 가운데 첫 번째 시로써, 시인은 공간과 시간, 죽음과 생명, 순간과 영원의 상징적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존재의 본성 혹은 본질적 인간을 탐구하고자 하는 열정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시인의 작업은 서양의 중세 연금술사 앞에 놓인 “lapis”를 떠오르게 한다. Lapis는 연금술사에게 만달라의 형상을 반영하는 상징물로, 둥근 모양을 한 세계 전체, 우주의 질료, 제1의 물질(Prima Materia), 즉 세계의 중심이었다(이유경, 1998). 하지만 서양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실제 돌이 아니라 돌의 본성에 상응하는 인간의 정신을 탐구하였다. 인간의 정신과 존재의 본성을 돌이라는 광물의 특성을 통해 다양하게 연구한 것이다.

“돌은 몸과 정신과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슷한 근거들에서 철학자들은 돌을 그들의 소우주라고 불렀다. 왜냐하면, 돌이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의 원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이유경, 1998).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시인 박목월은 중세의 연금술사들처럼, 돌의 시적 이미지를 통하여 작가 자신을 돌에게 투사하였다. 그리고 “돌=우주의 중심”이라는 시적 상징 관계를 “자아=돌=우주의 중심”이라는 시인 자신의 정신내면의 본성의 문제로 변환하였다.

박목월은 그의 중기 시에서 현실과 이상, 지상과 천상, 긍정과 부정 등 양극의 대립과 같은 세계의 불균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후기에서 작가는 그의 작품인 시를 통해 “중심에서” 통합되어 가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시를 통해 상징적 이미지로 표현되는 “무의식”이 마치 중세 연금술사들의 작업처럼, 시인의 일생을 통해 변환되어, 시인과 그 전이 대상인 시가 하나로 통합하는 상징적 체험을 이룬다.

시인은 외부의 구체적인 대상인 돌에 마음의 상(像)을 투사하고, 이것을 다시 시적 이미지로 형성한다. “끝”, “하늘과 바다”라는 공간적 이미지와 “해와 달”의 시간적 이미지로 확장된 시적 이미지는 “연꽃”이라는 상징성과 결합한다. 새로운 시적 이미지인 “돌=우주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은 다시 시인과 독자의 정신으로 환원되어 시인과 독자 자신의 상징적 체험으로 변환된다. 이것은 시인이 시를 쓰는 작업을 통하여 내면의 정신이 변환되어 가는 과정이었고, 본 시에서는 “돌 속의 불”이라는 연금술적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이제 시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시인과 함께 상징적 체험을 나누게 하고 이러한 시인과 시의 변환 과정은 독자와 함께 반응하는 상징적 체험의 상호 작용을 동반할 수 있게 한다.

14세 소녀의 모래놀이 작품에 나타난 돌

본 연구 사례의 내담자는 친구들 사이에서 밝고 명랑한 성격에, 예쁘장한 외모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면서 우울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외모와 능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긍정적이고 쾌활한 예전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바람으로 상담에 의뢰되었다. 내담자는 심각한 정서적 문제나 심리적 증상은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 상담은 내담자 14세부터 16세까지 진행되었다. 소개할 3개의 모래놀이작품은 내담자가 상담의 후반기에 제작한 것으로 상담종료 6개월 정도 기간의 것이다.

이곳은 할아버지의 무덤(좌)이다. 며느리, 할머니, 아들, 손자가 무덤 앞에 아래부터 한 줄로 서 있다. 무덤과 가족들 사이에 큰 돌비석이 서 있고, 비석에는 할아버지의 이름이 쓰여 있다.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고, 둘은 정말 사랑했다. 할머니는 쓸쓸하다. 하지만 슬퍼하지는 않는다. 할머니는 무덤 위에 장미꽃을 보며 이제 곧 당신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아들도 ‘아! 엄마가 곧 아버지에게 가겠구나.’하고 느낀다. 그렇지만 슬프지 않다. 무덤 위에 핀 분홍색 장미 한 송이는 남은 자들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상자를 감상하는 상담자에게 슬픈 마음이 올라오고, 불현듯 이제 상담의 끝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슬퍼하지 않는다.”는 내담자의 말에 여운이 맴돈다.

동굴 앞에 작은 모닥불(중앙)을 있고 남학생(중앙)이 동굴 앞에 선다. 소나무(우) 아래에 새끼를 엎은 엄마 침팬지(우)가 서있다. 이곳은 돌로 된 산(山)이다. 남학생은 친구를 몇 명만 사귀는 모범생 스타일의 고등학생이다. 돌산에서 동굴을 찾았고 호기심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오늘은 혼자만의 비밀 탐험이다. 모닥불은 원래 이곳에 있었다. 동굴 안에는 현금 200만원이 있다. 그리고 원석이 있다. 원석이 있다는 것을 남학생은 모르지만 침팬지는 알고 있다. 침팬지는 남학생이 200만원만 들고 나올지 아니면 원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지 궁금해서 지켜보고 있다.

분위기 좋은 마을이다. 소녀(우상)는 중학생이고 착하다 못해 평범한 얼굴이고 개도 착하다. 지금 중앙에 불을 구경하고 있다. 우체통 앞에 소녀는 초등학생이고 편지를 보내고 있다. 남자(좌)는 노래를 잘 하는 대학생으로, 불구경을 하고 있다. 파란 모자의 중학생(좌하)은 소녀(우상)의 제일 친한 친구이다. 평범하고 착하다. 벤치 위의 엄마와 아들(우하)은 저녁에 호수에 불을 피우면 책을 읽는다. 저녁에 되면 마을의 아빠들이 마을 사람들이 구경하라고 호수의 중앙에 넓고 둥근 돌 위에 불을 피운다. 이 불은 따뜻하고 멋있고 낭만적이다.

Kalff(1993)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특별한 소품을 선택하는 것이 내담자의 특성뿐만 아니라,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에 상호관계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상담의 후반기에 3개의 작품에 출현하는 돌을 살펴보는 것은 인상적이다.

돌은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돌은 영원불변성, 생명력, 초월성, 신성과 같은 긍정적 의미뿐만 아니라, 고통, 감옥, 황폐, 불모지,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상징적 의미를 동시에 내포한다. 따라서 내담자가 표현한 상자의 이미지를 감상할 때에 작품의 상징성을 도식적인 틀에 가두거나 질식시키지 않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Okada, 1984). 그림 1에서 내담자의 할아버지 묘비를 통해, 할머니의 죽음을 이야기하였다. 그림 1의 검은색의 큰 비석과 무덤 위의 작은 붉은 꽃의 선명한 시각적 대비가 인상적이다. 또한 검은 묘비석은 무덤과 가족 사이의 가운데 서있고,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이루기도 한다. 검은 묘비석은 자신의 내부를 보이지 않고, 항상 굳은 상태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이러한 검은 비석의 이미지는 돌을 죽은 자의 혼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말한 Eliade(1996)의 표현과 닮았다. 이 돌은 마치 앞서 살펴본 시 “중심에서”에 나온 “얼어붙는 불모지”처럼 죽음의 차가움을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내담자는 마치 시인처럼 죽음의 무덤 위에 붉은 꽃을 피웠다. “죽음 위의 꽃”이라는 모순적인 이미지는 상담자, 즉 독자에게 역동적인 상상력을 일으키며, 묘한 여운을 남겨준다.

scs-2-2-104-g1
그림 1. 할아버지의 무덤과 묘비
Download Original Figure

그림 2에서 소년은 거대한 돌산의 동굴을 탐험한다. 소년의 동굴 탐험이라는 이야기 소재도 재미있지만, 동굴 속에 감춰져 있는 원석에 대한 이야기는 그림 1의 죽음을 상징하는 묘비와 다르게 모험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안겨준다. 내담자는 소년이 200만원과 원석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장난스럽게 독자들에게 물어보는 듯하다. 장난스러움은 돌산 앞에 놓여있는 작은 모닥불과 대비를 이루면서, 또한 멀리서 이것을 지켜보는 침팬지의 호기심과 결합한다. 이러한 모험의 호기심과 새로운 선택에 대한 기대감은 원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재촉하는 것 같다.

scs-2-2-104-g2
그림 2. 돌산의 동굴
Download Original Figure

그림 3은 내담자의 마지막 작품이다. 상자의 가운데 즉, 호수의 한 가운데 둥글고 넓은 큰 돌이 있고 저녁이 되면 마을의 아빠들은 이 돌 위에 모닥불은 피운다. 그림 1에서 죽음의 공간과 삶의 공간을 지키던 검은 비석의 무거움과 그림 2에서 호기심과 새로운 의미의 발견을 재촉하던 원석은 이제 호수, 즉 물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위에 매일 밤 큰 불을 피우고 있다. 물과 돌 그리고 불의 이미지는 내담자와 상담자로 하여금, 즉 작가와 독자에게 깊은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scs-2-2-104-g3
그림 3. 호수가 있는 마을
Download Original Figure

우리는 내담자의 후반기에 작품마다, 발에 툭 걸리듯 놓여있는 이 돌의 의미를 해석하거나 섣불리 단정 지을 수 없다. 다만, 상담을 시작했을 때 14세 소녀는 어느새 16세의 숙녀가 되어 가고 있었고, 상담자는 내담자의 연주가 곧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품 한가운데 놓여있던 돌은 이제 상담자의 발길에 툭 던져져 있다.

결 론

모래놀이치료는 투사와 전이가 일어날 수 있는 예술적 표현 활동을 제공하는 상담기법이다. 마치 시인 혹은 작가처럼 내담자는 모래상자에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작품에 투사를 시작한다. 내담자는 시인처럼 상자의 이야기를 시적 언어로 표현하기도 하고, 화가처럼 한 폭의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청중인 상담자와 캔버스인 모래상자가 주는 느낌은 내담자에게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상상력을 열어준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편안하게 자신의 여러 감정을 표현하면서, 모래상자에 작품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꾸며진 작품은 상담자에게 어떤 인상과 느낌을 주게 되면서, 상담자의 무의식을 움직이게 된다. 작품을 통해 내담자와 상담자의 관계에 움직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회기를 진행하면서, 둘은 “작가=내담자”와 “독자=상담자”라는 흥미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작품은 이제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 형성하고, 연속되는 이미지의 결합은 마치 여러 편을 묶은 한 권의 시집처럼 다양하게 변주되며, 작가인 내담자와 독자인 치료자에게 상징적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Okada(1984)는 “상담자-작품-내담자”라는 삼각관계를 통한 상징적 체험의 중요성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Okada의 “상담자-작품-내담자”의 삼각관계라는 구조는 모래놀이작품을 감상하고 상징적으로 이해하고자 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경험적인 원리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상징은 스스로 역동적 힘을 내포하면서 동시에 상징적 대상과 상징적 사고를 하는 인간의 마음 사이에 흐르는 역동적 관계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모래놀이 상담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상징성은 “상담자-작품-내담자”의 삼각관계라는 역동적 구조를 통해 의미를 가진 정신적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연구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박목월의 노년기에 시 “중심에서”를 살펴보았다. 시인은 이미지를 통하여, 시적 상징성을 생성하고, “돌=중심”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통해 시인이 살아온 인생을 통해 체험한 삶의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공간과 시간의 이미지 그리고 죽음과 생명, 순간과 영원의 이미지를 통해 상징적 체험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구자는 사춘기의 14세 소녀가 상담의 후반기에 꾸민 3개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상담 관계의 종결시기가 왔을 때, 소녀는 어느새 숙녀가 되어 가고 있었고, 상자의 한 가운데 있던 “돌 속의 불”의 이미지는 이제 상담자의 발길에 툭 던져져 있다.

모래놀이치료는 투사와 전이가 일어날 수 있는 예술적 표현 활동을 제공하는 상담기법이다. Jung(2004)은 투사와 전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연금술의 상징성을 소개하면서, 연금술사들이 말하는 “융합”이 상담과정에서 전이의 핵심적 의미와 일치한다고 한다. 두 개의 화합물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내담자와 상담자의 심리적 상태는 전이에 의하여 변화되는 것이다.

즉, 모래놀이상담에서 투사와 전이는 내담자와 상담자 그리고 작품이 상상적 놀이와 비인어적 이미지의 상징적 힘을 통해 신비한 융합을 이루는 초월의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 또한 내적 인격의 변화의 작업에 함께 참여할 때에 돌의 상징성은 그 의미를 드러낼 것이다.

참 고 문 헌

1.

김성민 (2014). 분석심리학과 종교. 학지사.

2.

김애경 (2010).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작품에 나타난 무의식의 내면세계 연구 -융(C. G. JUNG)의 분석심리학 이론을 근거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연구, 32, 100-110. http://kiss.kstudy.com/thesis/thesis-view.asp?key=2868113

3.

김용옥 (2008). 박목월 시의 ‘돌’ 상징성 연구. 한국사상과 문화, 43, 65-95.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8805558

4.

박선영(2010). 박목월 중기시의 은유 양상 -시적 자아의 초월성을 중심으로-. 어문론총, 52, 225-260. http://www.papersearch.net/thesis/article.asp?key=2861080

5.

박선자 (1985). IMAGE와 詩와의 관계. 철학논총, 2, 61-75.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1896264

6.

오세영(2003). “영원(永遠)” 탐구의 시학 -박목월(朴木月) 론-. 한국언어문화, 23, 215-250. http://www.papersearch.net/thesis/article.asp?key=2340454

7.

이유경(1996). 서양 연금술의 심리학적 의미. 심성연구, 11(1), 21-66. http://www.papersearch.net/google_link/fulltext.asp?file_name=56200063.pdf

8.

이유경(1998). 서양 중세 연금술에서의 ‘안트로포스Anthropos’. 심성연구, 13(1), 1-53. https://kmbase.medric.or.kr/Main.aspx?d=KMBASE&i=0368919980130010001&m=VIEW

9.

Eliade, M. (1996). 종교형태론[Patterns in comparative religion]. (이은봉). 한길사.

10.

Jung, C. G. (2004). 인격과 전이[Personlichkeit und Ubertragung]. 한국융연구원 C.G.융저작번역위원회. 솔.

11.

Kalff, M. (1993). Twenty points to be considered in the interpretation of a sandplay. Journal of Sandplay therapy, 2(2), 17-35.

12.

Okada Yasnobu. (1984). 箱庭療法の基礎. 誠心書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