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아동의 모래상자에 나타난 거북 상징 연구

이호경 1 ,
Ho-Kyung Lee 1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온양권곡초등학교 전문상담사
1On-yang Gwon-gok Elementary school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 이호경, (31518) 충청남도 아산시 문화로243번길 14, 온양 권곡초등학교, Tel : 010-9589-8900, E-mail : lhk1004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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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Apr 22, 2020; Revised: Apr 24, 2020; Accepted: May 15, 2020

Published Online: Jun 10, 2020

국문초록

거북은 세상의 근본 혹은 근간을 상징하고, 신성한 존재로서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특성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연결하는 신의 매개자로서 인식되어왔다. 또한 장수와 수복(壽福)의 상징으로써 우주의 비밀을 품고 있는 지혜의 상징성도 있었다. 본 연구는 모래상자에 나오는 거북에 대해, 생물학적 특성, 설화 그리고 문화에 나타난 거북의 상징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아동의 모래놀이 사례에 나타난 거북의 상징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모래놀이 치료과정에서 사례에 나타난 거북은 아동의 내면을 튼튼하게 성장시키며, 내적인 근간을 견고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상징적 측면을 시사하였다. 더불어 자기(Self)의 상징으로서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이루며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Abstract

Turtles are fundamental to the world and symbolize the foundation, and have been recognized as divine mediators connecting the world of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with the characteristics of moving between land and sea as sacred beings. There was also symbolism of wisdom that contained the secret of the universe as a symbol of longevity and restoration.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biological characteristics, narratives, and symbols of turtles in culture, and to examine their meaning. The symbolic meaning of turtles in child's sandplay case was examined. The symbolism of turtles shown in the case during the sandplay therapy process strongly developed the inner surface of the child and suggested the symbolic aspect that is the basis for the process of solidifying the inner foundation. In addition, it showed the possibility of starting a new life by integrating consciousness and unconsciousness as a symbol of self.

Keywords: 거북; 상징; 모래놀이
Keywords: Turtle; Symbol; Sandplay

Jung의 집단무의식과 원형이라는 초개인적인 개념의 발견은 신화와 민담의 의미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Sibylle, 2012).

신화나 민담은 원형적인 그릇에 담겨있는 집단적 무의식의 내용이며, 이것은 의식을 그 뿌리인 무의식과 연결시키는 기능을 한다(박현순, 2005에서 재인용). 신화와 민담은 인류의 삶의 흔적을 담고 있으며 이는 상징으로 나타나게 된다. 고대인들은 우주의 기원, 생명의 탄생과 소멸, 밤낮이 교차하고 해와 달과 별들이 연출하는 천체의 파노라마, 그리고 천둥과 번개, 홍수, 태풍, 지진, 화산폭발 등 대자연의 무서운 파괴력 등을 때로는 경이로움으로, 때로는 두려움으로, 때로는 신비스러움으로 체험했을 것이다. 신화는 이렇듯 지식과 논리로 해석되거나 여과되지 않은 ‘원상(原像)과 총체성을 간직한 세상’에 대한 고대인의 신성한 체험을 반영하고 있다(윤일권, 김원익, 2015). 그렇기에 문명화되지 않은 부족들의 집단의례나 여러 민족의 신화 속에는 상징들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볼 수 있다(박현순, 2005).

Jung(2009)은 상징은 모호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우리에게는 감추어진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상징을 이해하고 체험하면, 인간을 인간 존재의 본래적인 존엄성으로 이끌어준다고 보았다(장미경, 2017).

동물 형태의 상징에 대해 Jung은 무의식에 속해 있는 것이거나 억압된 본능이 있음을 알려주는 무의식의 리비도의 현현이라고 하였다(Dora, 2012). 이처럼 상징은 의식과 무의식의 떨어져 있는 두 차원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하며 새로운 차원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변환의 기능이 있다(김성민, 2001).

내담자는 유독 거북을 좋아하고 모래놀이 치료에서도 거북을 자주 사용하였다. “나는 거북이가 좋아요. 그중에서도 바다 거북이가 제일 좋아요” 라며 자신의 분신 같은 초록색 바다거북을 늘 가지고 다니는 아동이다. 모래놀이치료를 위해 상담실에 올 때는 손에 자신이 늘 가지고 다니는 거북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다른 소품과 함께 그 거북을 자주 사용했다.

거북은 무의식의 바다와 의식의 육지를 자유롭게 다니며 무의식과 의식을 연결해 주는 다리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예부터 거북은 바다의 용왕으로 상징되어 세상의 근본이나 종족의 신성한 상징성을 간직한 존재로 대접받기도 하고, 나라의 근간이 되는 옥새(玉璽)에도 새겨지는 등 귀한 역할을 맡았다(강상헌, 2015).

본 연구는 설화와 문화에 나타난 거북 상징과 모래놀이 상자에 나타난 거북이 내담자의 내면 여정에 어떠한 동행을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거북의 생물학적 특성

거북은 파충강 거북목에 속하는 지구상에서 서식하는 파충류 중 가장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동물 중 하나이다.

거북은 세계적으로 12과 240여 종에 이르고 크기도 다양하다. 적응력이 뛰어나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하며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장소를 적극적으로 찾는다고 한다.

세계 전역의 온대와 열대 지역의 육지와 바다, 그리고 사막까지 분포한다. 종류별로 차이는 있으나, 보통 신체 구조상 육지에서 빨리 움직일 수 없으므로 느리게 움직이고 비공격적이다. 몸길이가 10㎝보다 작은 것에서부터 2m 이상 되는 것까지 있다. 대개 잡식성이며 알은 1년에 한 번 정도 낳는다.

거북류는 특수한 피부와 등딱지 및 배딱지를 가지는 점에서 다른 파충류와는 구별되는데 이를 ‘갑(甲)’이라 한다. 거북은 머리와 다리를 갑 속에 넣어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거북의 단단한 등껍질이나 수륙양서의 생활 특성은 다른 동물에게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특징이다. 양턱은 부리 모양을 이루며 각질의 집으로 싸여있고 이빨은 없다. 먹이를 먹지 않아도 오래 생명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으며, 동물학자들에 따르면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산다고 한다. 평균 수명은 대략 50~100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끔 200세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북이 발견되기도 한다(조나단 엘픽, 젠 그린, 바바라 테일러, 리처드 워커, 2003).

세상의 근본 상징으로서 거북

거북은 외형적으로 둥근 등과 평평한 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형태는 근본적으로 우주의 심상을 드러낸다. 등은 천공(天空)으로 상징되고 밑바닥의 각(殼)은 물 위에 떠 있는 대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믿었다(김영희, 2005).

고대인들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생각은 점차 신앙으로 발전하여 거북 토템으로 구체화 되었을 것이고, 인도의 경우는 이것이 힌두교에 융화되면서 Vishnu의 여러 화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실제로 Vishnu는 물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어서, 수신의 모습으로 자주 묘사되곤 한다(장현숙, 2012).

힌두교의 Vishnu신은 열두 가지 화신으로 표현되는데 그중 두 번째 화신이 거북이다.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세계가 파괴될 때 큰 홍수가 났고 그로 인해 신들은 많은 보물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때 Vishnu신이 쿠루마(Kurma)라는 큰 거북으로 변하여 바다 밑으로 들어가 Mandala 산을 등 위에 짊어지고 대지를 지탱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신화적 상징물로서의 거북은 대지 밑에서 대지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김창환, 2015). 인도인의 우주관은 자신의 꼬리를 입에 문 거대한 뱀 위에 거북이 있고 그 위에 셋, 혹은 네 마리의 코끼리가 세상을 떠받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중국 창조신화에서 하늘을 지탱하는 부주산(不周山)이 부서져 기울어지면서 하늘이 가라앉아 땅에 부딪혔고 큰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죽게 되었다. 이때 ‘여와’가 커다란 거북의 다리를 잘라 대지의 네 귀퉁이에 세워 하늘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삼고 오색의 돌로 무너진 하늘을 메웠다(도현신, 2018. 소노자키 토루, 2000)고 한다.

중국 전국시대에 쓰인 ⟪열자⟫에는 세상의 물이 전부 흘러가는 귀허(貴虛)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그 중심에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불안정한 다섯 산이 있다. 천제는 안정을 찾기 위하여 거대한 거북이 열다섯 마리의 머리로 다섯 산을 지탱하도록 지시하면서 거북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다섯 마리가 6만 년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산을 떠받쳐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었다고 한다(도현신, 2018). 중국의 신화를 통해서 거북은 무너지거나 불안정한 기반을 떠받치는 대지의 근본으로서의 모습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아메리카의 이로쿼이(Iroquois)족 설화에서는 하늘 거주자의 딸 아타엔치크가 ‘대지’를 소유하고 있는 추장과 결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련을 거친 후에 추장의 아내가 되어 임신한다. 그러나 남편인 추장의 질투와 오해로 하늘에서 쫓겨나 땅으로 떨어졌지만 물새들이 받아 커다란 거북에게 바쳤다. 그녀는 거북의 등에서 동물들에게 흙을 가져오도록 명령을 했다. 두꺼비가 흙을 가져왔고 이 흙은 거북 껍데기 위에서 대지가 되었다(요시다 아츠히코, 2010). 이렇게 하여 거북은 대지의 근본이 되었다고 한다.

신라 제31대 신문대왕 때 동해 가운데 있는 작은 섬 하나가 물에 떠서 감은사를 향해 오는데, 거북 머리 모양의 산 위에 대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대나무는 낮에는 둘이 되었다가 밤에는 하나로 합쳐지고 섬도 그러하다고 하여 왕이 신기하게 여겨 알아보니 상서로운 징조라고 한다. 이 대나무를 취하여 피리를 만들어 불면 온 천하가 태평해진다고 하여 그 피리 이름을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고 하였다(김태곤, 최운식, 김진영, 1988).

이부영(1995)은 거북이 머리 위에서 대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거북이 우주적 근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천지의 비밀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성한 존재와 매개자 상징으로서 거북

고대인들은 자연물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영적 존재로 숭배하는 토템사상을 하나의 종교적 신앙처럼 가지고 있었다(김영희, 2005). 거북은 지모신의 상징과도 연결되고 물에 서식한다는 특성 때문에 강과 바다의 신으로 나타나기도 한다(Cooper, 1994). 한반도에서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거북은 일종의 신격을 지닌 거북토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정호완, 1999).

⟪삼국유사⟫<가락국기>편에 나오는〈구지가(龜旨歌)〉에서 거북은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首露王)을 드러내게 하는 동물로 등장한다. 구지가에서 거북은 세속의 인간과 신성의 절대자와의 소통을 위해 매개자의 역할로 나타난다. 즉 거북은 성과 속의 중간적 존재로 두 영역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오세정, 2001). 그리고 거북은 왕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초자연적인 신성존재에게 인간의 뜻을 전하는 전달자이다. 수로의 탄생은 특별한 장소인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는 산봉우리에서 이루어진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하늘이나 지하에 있는 신과 의사소통하는 특별한 장소를 가지고 있었다. 땅에 있는 깊은 구덩이나 구멍은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출입문이었고 산 정상은 신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박현순, 2005). 이것은 가락국이 수신으로서 거북신앙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김창환, 2015).

고구려 강서고분의 벽화에는 사방을 지키는 사신도가 그려져 있는데 북쪽을 지키는 신성한 동물로서 거북이 그려져 있다. 이를 현무(玄武)라고 부르는데 현무는 생명의 끝, 곧 죽음을 알리는 북쪽(北)의 수호신으로서 거북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쪽은 죽음을 의미하지만 죽음을 지키는 신을 의미하기도 한다(박현순, 2005).

무속설화인 ‘바리데기’ 신화에서도 갓 태어난 바리공주를 버리는 장면에서 거북은 용왕의 사자로 인간의 바닷길을 돕는 신과 인간 사이의 매개자 역할을 하는 존재로 등장한다(김태곤 등, 1988; 김화경, 2015).

이와 같이 거북은 둥근 만다라 형태의 단단한 등껍질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수륙 양생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육지와 바다를 자유롭게 오가며 천상과 지상, 의식과 무의식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표상이며(박현순, 2005), 속계(俗界)와 영계를 드나드는 신의 사자로서 인식되었다(장현숙, 2012).

장수와 귀복의 상징으로서 거북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거북이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왔으며, 기린·봉황·용과 더불어 '사령(四靈)'이라 불린다. 신령이 깃든 성스러운 동물로서 보통 영물로 불리는 이런 동물들이 나타나면 이는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날 징조로 여겼다(오유미, 2001). 중국의 ⟪상서(尙書)⟫<홍범(洪範)>편에서 거북은 천년 동물로서 길흉을 안다고 했으며, 유씨의 ⟪거북경(柳氏龜經)⟫에는 ‘거북은 일만 이천 년을 살아 가히 천지의 모든 것을 점칠 수 있다’ 고 하였다(최혜원, 2011).

거북의 단단한 등껍질이나 땅과 물을 오가는 능력은 다른 동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고대의 주술사들은 예로부터 길흉과 운세를 보는데 거북을 사용하였다. 거북의 등딱지를 불에 태워 그 갈라진 모양을 보고 하늘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점을 치는 것을 귀복(龜卜)이라고 한다(장현숙, 2012).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백제의 멸망을 예언한 것이 거북으로 나오는데 이는 나라의 흥망 같은 심각한 예언이 거북의 등에 나타나 있음은 초기의 거북점 형태인 거북의 등으로 점을 쳤음을 연상시킨다(이영미, 2001).

이러한 거북은 신앙의 대상으로서 민속 문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공주 석장리의 돌거북, 반구대(盤龜臺)의 거북 벽화, 상량문(上樑文), 귀부(龜趺) 등이다. 특히 귀부는 거북 모양으로 만든 비석의 받침돌이다(엄기표, 2003). 많은 동물 중에 거북이 비석을 받치는 동물로 선택된 데는 등모양이 비신을 받치기에 적합하고, 장수의 동물로 인식되어 비석을 세우는 의미에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이영미, 2001).

또한 장수와 귀복의 상징으로 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공예품의 소재로 등장한다. 숟가락이나 벼루, 문살, 옷감, 장신구 등에 거북, 또는 거북등(龜甲)무늬를 넣기도 했고, 거북 모양을 본떠서 만든 전서체(篆書體)인 귀서(龜書)도 있다(정효심, 2007). 지금도 금이나 은제품을 파는 금은방에 가면 거북모양의 금붙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장수하는 사람을 축하하고 더 오래 살기를 빌 때 ‘귀령학수(龜齡鶴壽)’라는 글씨를 써서 보내기도 한다. 장수 이외에도 거북은 파괴할 수 없는 불멸성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그 한 예로 거북선(龜船)을 들 수 있다. 거북선은 거북의 몸에 용의 머리를 하고 있어 용의 힘과 거북의 견고함을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장현숙, 2012).

지혜의 상징으로서 거북

거북은 천지의 비밀을 알고 인간에게 그 비밀을 전달해 주는 지혜로운 동물로 상징되고 있다.

중국 창조신화에서 화가 난 옥황상제가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을 멸망시켰을 때 유일하게 복희와 여와 남매만 살아남았다. 자손을 남길 방법이 없자 여와는 복희에게 결혼을 위한 제안을 하고 거북의 지혜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김화경, 2015).

아프리카의 마타벨레(Matabele) 민담에서는 아주 느리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거북이가 다른 동물들보다 더 지혜를 발휘해 얄미운 토끼를 물리치는 내용과 동화로서 익히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의 경주 이야기가 나온다. 느리지만 신중하고 꾸준함으로 마침내 잘난 척하는 토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거북의 지혜에 대해 알려준다(장용규, 2003).

옛날 일본의 요사헤기에 살던 시마코라는 잘생긴 청년이 오색 거북을 낚았다. 이 거북은 아가씨로 변했는데 선녀였다. 시마코는 거북을 따라 용궁 구경을 갔고 화려한 용궁의 모습에 반한 어부는 이곳에서 거북과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육지생각이 간절해 거북에게 육지에 잠깐 다녀오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거북은 옥상자를 주면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하며 육지로 보내주었다. 육지로 나온 어부는 자신이 용궁에서 보낸 1년이 육지에서는 100년의 세월이 흐른 후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거북의 충고를 잊은 채 옥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갑자기 어부는 몸이 쭈글쭈글해지고 순식간에 100살 먹은 백발노인이 되어 버렸다. 그제야 거북의 충고를 깨닫고 한탄했으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요시다 아츠히코, 2010; 이경윤, 2012).

방 법

연구대상

내담자는 초등학교 2학년의 남아로 출생 후 백일 정도까지 친부의 가정폭력에 노출이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모와 단둘이 살았다. 모는 경제활동을 위해 백일이 갓 지난 내담자를 아이돌보미에게 맡기고 밤늦게 일을 했다.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어서는 함께 살고 있던 아버지가 다른 두 명의 누나에게 맡겨졌다. 누나들은 한창 사춘기로 몸살을 앓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내담자의 문제행동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를 괴롭혀 전학을 왔고, 이후에도 다양하고 큰 문제행동의 양상들이 나타났다. 병원에서 ADHD 진단을 받았고, 지속적으로 약물 복용과 학교에서 모래놀이치료를 받으면서 외부상담을 병행하게 되었다.

내담자는 화가 나면 어른, 아이 구별 없이 신체적인 공격을 하고, 담임교사에게 폭언을 일삼고 제지하는 교사를 발로 차거나 팔을 물어버렸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친구는 끝까지 괴롭히고 물리적인 힘을 행사했다.

내담자로 인해 학급 분위기가 흔들렸으며, 반을 이끌어가는 담임교사 또한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모와 상의 후 학교 상담실에 상담을 의뢰하였다. 상담은 모래놀이치료를 중심으로 언어상담을 병행하였고, 주 1회 40분으로 현재까지 1년 5개월간 41회의 모래놀이 작품을 만들었다.

결 과

모래놀이 과정

내담자는 첫 회기부터 자신이 가장 아끼는 거북 소품 <그림 1>을 지니고 왔다.

<그림 2>는 ‘바다 가게’라는 제목의 첫 번째 모래놀이 작품이다. 내담자는 거친 느낌이 들 정도로 모래를 잘 만지는 모습을 보였다. “모래가 부드러워요. 바다에는 역시 거북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거북이는 모래가 있어야 해요”라며 거북을 상자로 가져왔다. “바다에서 펄떡거리는 물고기 2마리 잡아서 요리하고, 모래는 조갯살이에요. 보석도 중요해요. 보석은 두 곳으로 나눠 놔야 해요”. 1회기부터 내담자는 한 번에 두 개의 상자에 각기 다른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구자는 내담자의 작품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분리되어 떠도는 두 개로 나눠진 내담자처럼 느껴졌다.

<그림 3>은 11회기의 작품이다. 양손으로 모래를 다지고 쓰다듬으며 마음의 세계를 표현할 기반을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럼 해 볼까요? ‘동물원의 수족관’을 만들 거에요. 거북이는 나에게 소중하니까 제일 중요한 곳(우하, 좌하)에 놓아요. 육지거북(우하)은 물이 필요할 수 있어요. 폭포가 필요해요. 바다거북(좌하)은 바다를 헤엄치면서 놀아요. 은행(좌상)엔 보석과 돈이 많아야 해요”. 이 작품을 끝으로 두 개의 세상은 마침내 통합을 이루어 하나의 세상으로 되었다. 내담자가 마음의 기반을 다지고 한 걸음 더 내딛는 작품을 감상하며 연구자에게 공감이 되었다.

<그림 4>는 13회기 작품으로 들어오자마자 상자로 달려와 모래와 인사하듯이 슬쩍 만진 후, 챙길 것이 있다며 분주하게 소품장을 오갔다. 정성스럽게 철길을 조립해 중앙에 놓고 다리도 있어야 한다며 철길과 연결해 놓았다. 철길 안에 울타리를 만들고 거북을 가져다 놓았다. “이곳은 거북이 사는 곳이에요. 통(중앙 하단) 속은 잠자는 곳이고, 폭포 앞은 쉬는 곳이에요. 모래 속에 들어간 거북은 쉬는 중이에요. 푹 쉬고 나오면 수영을 할 거예요. 먹이 저장소(중앙 하단)에는 먹이가 많아요”.

<그림 5>는 14회기 작품으로 분주하게 모래를 만졌다. 다소 흥분된 모습이었다. 눈을 깜빡거리는 동작 틱과 음성 틱 증상이 심해졌다. “삼촌(모의 동거남)이 다시 왔어요. 엄마와 삼촌이 싸워서 엄마가 나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삼촌이 집을 나갔거든요”.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표정에 건조한 느낌으로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오늘은 요리를 할 거예요. 그래서 요리도구가 많이 필요해요. 거북이가 먹을 음식이에요”. 거북을 뜰채에 가득 담아 가져왔다. 모래로 거북을 정성스럽게 덮어줬다. “선생님, 우리 찾기 놀이해요. 제가 먼저 숨길 테니 선생님이 찾으세요. 기회는 3번뿐 이에요”. 내담자는 자주 숨기고 찾는 놀이를 제안했다. 모래 속에 숨겨진 소품을 찾아내며 마치 보물을 찾은 듯 기뻐하며 우쭐했다. 연구자는 내담자의 모습이 인도 신화에서 바다 속 깊이 가라앉은 만다라 산을 등에 얹고 올라오는 거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 6>은 39회기 작품으로 14회기 이후 숨기고 찾기 놀이가 한동안 반복된 후에 만든 작품이다. “오늘은 호텔을 꾸밀 거예요” 라며 “혹시 벽으로 세울 것 없나요? 없으면 울타리를 써야겠군” 울타리로 벽을 만들었다. 각각의 장소에 가구들을 들여놓고 사람을 가져왔다. 인형을 가져오다가 바닥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자 “죄송합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깁스를 해주는 소품을 가져와 부러진 다리에 맞춰보더니 “안 맞네”라며 혼자 웃었다. “여기는 호텔이에요. 사람들이 쉬러 왔어요. 여기에는 필요한 것이 다 있어요. 새로운 거북이 있네요. 이런 곳에 거북(우측 중앙)이 빠지면 안 되죠. 이 거북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거북도 고급진 호텔에서 쉬는 것이 필요해요”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회기가 진행될수록 내담자는 고장 난 소품을 고치려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고 정리해 나가는 모습은 아닐까? 연구자는 자신의 기반을 거북처럼 든든하게 세워나가며 고급진 내면의 집을 짓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 7>은 HTP 사전 사후 검사이다. 사전검사에서 내담자는 용암이 흐르고 화염에 휩싸인 집을 그렸다. 강아지 집이고 살고 싶지 않다. 살던 사람이 죽어서 해골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후 검사에서는 다른 사람의 집이고 분위기는 좋으며 초원에 있고 벽돌로 되어 있다. 9명의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다. 집 그림을 통해 사전검사와 확연하게 달라진 사후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용암이 흐르고 강아지가 살던 집이 사람의 집으로 바뀌었다. 내담자의 정신의 집이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나무는 사전검사에 비해 작아진 모습으로 표현되었지만 좀 더 나무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나이가 한 살이라고 했다. 새로 탄생한 나무다. 사람은 사전검사에 비해 좀 더 사람다운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자아상이 조금씩 단단하고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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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사전-사후 그림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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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은 자기(Self)의 상징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통합을 이루며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한다(장현숙, 2012). 내담자는 상담이 진행될수록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횟수가 주1~3회에서 일 1~2회로 늘고 담임교사의 칭찬을 받는 횟수도 늘었다. 담임교사의 보고에 의하면 하루에 1~2회 정도 칭찬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상담실에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연구자에게 소개해 주는 등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담자는 내적으로 혼란을 겪으며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모래놀이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내담자는 거북과 내면 여정을 하며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조절하는 등 자신의 내면세계의 근본을 다시 세워나가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 연구자는 중국 신화에서 불안정한 산을 떠받치는 거북이와 같이 내담자에게 거북 상징은 불안정한 자아를 떠받치고 있는 무의식의 자원으로 느껴졌다.

논 의

본 연구는 설화와 문화에 나타난 거북 상징을 통해 모래놀이 상자에 나타난 거북이 내담자의 내면 여정에 어떠한 동행을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인도, 중국, 한국 등 고대로부터 거북은 세상의 근본, 우주 그 자체로 여겨지며 인간과 신의 매개자로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역할, 장수를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천지의 비밀을 아는 지혜의 상징으로도 보았다. 또한 거북은 영물 또는 신물로 간주되어 신앙의 대상이 되어 왔으며 인간의 미래를 알려주는 동물로 인정받기도 하였다. 더불어 거북은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특징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연결하는 신 또는 신의 사자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거북의 상징은 ‘구지가(龜旨歌)’와 ‘바리데기’ 설화에 잘 나타나고 있다.

제왕의 출현과 관련한 주술적 제의에서 불려진 ‘구지가(龜旨歌)’에서 거북은 신성한 군주의 출현을 촉구하는 백성의 뜻을 신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개자며 이때의 구지봉은 신성한 장소로 지모신의 표상이 되었다.

무속설화인 ‘바리데기’에서 거북은 용왕의 사자로 여성 영웅의 첫 고난의 길을 함께하는 신의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

또한 느리지만 꾀를 부리지 않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측면에서 꾸준함과 성실함의 상징성을 보이기도 한다.

거북은 사령(四靈)으로 숭배되어온 동물로서 영원과 길상을 상징하고 수륙 양생이라는 특성으로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고, 무의식과 의식의 가교로서의 상징성을 갖게 한다.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작품에 등장한 거북은 무의식과 의식의 다리 역할을 하며 내담자의 자아를 튼튼하게 떠받쳐 주는 근간으로서의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본 연구는 설화와 문화에 나타난 거북의 한 상징을 통해 모래놀이치료 작품에 나타난 거북이 내담자와 어떤 여정을 하는지 살펴보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연구결과 설화와 문화에서는 세상의 근본, 혹은 근간을 상징하며 신성한 존재로 신의 매개자로서의 상징성을 보였다. 또한 장수와 수복(壽福)의 상징으로써 우주의 비밀을 품고 있는 지혜의 상징성도 있었다. 모래놀이치료 과정에서 내담자의 작품에 나타난 거북은 내담자의 내면을 튼튼하게 성장시키며, 내적인 근간을 견고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기반이 되는 상징적 측면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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