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모래놀이치료에서 활용되는 모래와 피규어, 물은 상상을 매개로 자연스러운 표현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상징 언어이다. 이러한 상징적 매체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원초적이고 심층적인 정서를 드러내어 깊은 수준의 치유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아동·청소년은 발달 특성상 언어적 표현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매개를 활용하는 모래놀이치료는 내면 세계를 드러내고 심리적 안정을 경험하게 하는 효과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Roesler, 2019).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모래놀이치료는 아동·청소년을 비롯해 성인, 외상 경험자 등 다양한 대상에게 적용되며, 정서 조절과 자아 통합을 촉진하는 임상적 개입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편 발달신경과학과 애착이론은 우뇌가 비언어적 정서 처리, 상징·심상 이해, 대인관계적 상호조절의 핵심 기반임을 보여준다(Schore, 2022; Siegel, 2020). 우뇌는 언어 이전 시기부터 빠르게 발달하며, 얼굴 표정·억양·신체 리듬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를 처리하고, 이를 토대로 타인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또한 초기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은 우뇌–우뇌 간 정서 교류를 통해 아동의 자기 조절 능력과 애착의 안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Schore, 2014). 이러한 맥락에서 우뇌의 발달은 평생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적응의 토대를 마련하며, 심리치료 장면에서도 치료자와 내담자의 비언어적 교류가 치료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따라서 모래놀이치료의 임상적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뇌 메커니즘과의 연계를 탐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선행연구들은 모래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해 왔다. 송영혜와 김현주(2010)는 자기 탐색 및 직면, 정서적 안정감, 치료자적 기능을 핵심 요인으로 도출하였으며, 안운경(2021)은 놀이, 상징, 전이, 명상을 중심으로 치료 과정을 설명하였다. 권미라(2020)는 공동전이의 정서적 교감을 강조하였으며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임상 장면에서 관찰된 요인들을 경험적으로 분류·설명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모래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을 우뇌의 발달 및 신경생물학적 기능과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통합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다시 말해, 치료적 요인들이 뇌 발달 및 정서 조절 메커니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히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본 연구는 먼저 우뇌의 핵심 기능과 애착 기반 발달을 간략히 개관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래놀이치료의 주요 치료적 요인을 우뇌 메커니즘과 통합적으로 연결하여 그 작용 원리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어서 최근 신경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모래놀이치료의 임상적 함의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나아가 기존 선행연구의 치료적 요인을 우뇌 메커니즘과 통합하여 개념적 도식으로 제시함으로써, 모래놀이치료의 작동 기제를 발달신경과학적 근거와 연계된 체계적 틀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는 모래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을 단순히 임상적 경험 수준에서 설명하는 것을 넘어, 신경과학적 근거와 통합하여 치료적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더 나아가 제시된 도식은 향후 연구자와 임상가가 모래놀이치료의 효과를 설명하고 적용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개념적 분석 틀을 제공할 것이다.
본 론
우뇌는 발달 과정에서 비언어적 의사소통, 정서 조절, 신체 감각 처리, 상징과 심상의 직관적 이해, 무의식적 정서 경험의 해석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오주원, 2025; Blonder, 1991; Hartikainen, 2021; Schore, 2001, Siegel, 2020; Tancoo, 2024).
우뇌는 얼굴 표정·억양·몸짓과 같은 비언어적 단서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변연계 및 자율신경계와 긴밀히 연결되어 정서 반응을 조율하며, 타인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이해한다(Álvarez-Fernández et al., 2023; Borod et al., 1998; Tancoo, 2024). 이러한 기능은 영아–양육자 간 안정 애착 경험을 통해 발달하며(Bowlby, 1969; Schore, 2001), 좌뇌보다 먼저 성숙하여 언어 이전 시기의 대인관계 소통을 주도한다. 또한 전두엽–변연계–뇌간의 통합을 촉진하여 평생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적응의 기초를 마련한다(Blonder, 1991; Schore, 2001; Watt, 2004).
우뇌는 감각 정보의 처리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시각·청각·촉각 등 1차 감각 정보는 우뇌에서 통합되어 연합 피질로 전달되며, 이를 통해 복합적이고 정교한 인식이 가능해진다(Sarri et al., 2006; Wei et al., 2024). 또한 우뇌는 서로 다른 감각을 하나로 묶어 의미 있는 경험으로 전환하는 다중감각 통합 과정에서 높은 신경가소성을 발휘하며, 손상된 감각 기능의 회복과 향상을 지원한다(Lucchesi et al., 2025). 나아가 통증과 같은 신체 감각의 처리에서도 우뇌의 역할이 보고되었는데, 통증을 예상하는 순간과 실제 경험하는 순간이 동시에 작동할 때 우뇌 특정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Gim et al., 2024).
우뇌는 시각 심상과 상징을 처리하는 데 특화된 체계를 보유한다. Bromberger 등(2011)은 우뇌가 미적 지각에서 복잡하고 추상적인 시각 정보를 통합하며, 이미지의 정서적 의미를 해석하는 데 핵심적임을 밝혔다. 특히 색채·형태·공간 구성 같은 비언어적 시각 요소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심상적·상징적 의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우뇌의 우세성이 두드러진다(Bernard 2018; Ehrlichman & Barrett, 1983; Emmorey & Kosslyn, 1996). Gainotti(2014)는 우뇌가 감각·지각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지 중심 표상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즉, 우뇌는 비언어적 상징과 심상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정서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구성하는 기능을 통해 언어 발달 이전 단계의 표상과 상징 해석에 신경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선행연구들은 우뇌가 무의식적 정보 처리와 정서 반응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함을 보여준다(Gainotti, 2012; Keenan et al., 2005; Làdavas & Bertini, 2021; Sato & Aoki, 2006). Gainotti(2024)는 우뇌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처리 방식에서 우위를 보이며, 좌·우 반구가 상호 보완적 적응 체계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Schore(2022) 또한 우뇌가 무의식적 정서·관계 기능을 지배한다고 설명하면서, 치료적 맥락에서의 치료자와 내담자 간 우뇌–우뇌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편, Dahlén 등(2022)의 메타분석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제시된 얼굴 자극이 우뇌 후두두정 피질에서 편도체로 이어지는 경로를 활성화하며, 이 과정에서 정서 반응 관련 영역이 뚜렷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은 우뇌가 무의식적 정서 처리·비언어적 반응·자동적 정서 인식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시사한다.
Bowlby(1969)는 애착이론을 정립하며, 영아가 주요 양육자와의 지속적 정서적 유대를 통해 안정감을 형성하고, 이러한 애착 관계가 이후 정서조절 능력과 자기 발달의 심리적 기반이 됨을 강조하였다. 이후 Schore(2001)는 Bowlby의 이론을 신경생물학적 관점으로 확장하여, 이러한 애착 관계가 발달 중인 우뇌의 자기 조직화 과정을 매개한다고 보았다. 즉, 영아–양육자 간의 정서적 상호조절이 우뇌의 기능적 성숙을 이끄는 주요 경험적 환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우뇌 성숙과 자기 발달, 그리고 정서 조절의 긴밀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현대 애착 이론(Schore & Schore, 2008)은 정서 발달 이론의 관점에서 영아–양육자 간 비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우뇌 기능이 형성된다고 본다. 시각·표정·억양·촉각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는 양육자가 영아의 긍정·부정 정서를 조율하게 하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우뇌 간 정서 전달과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Schore, 2022). 나아가 이러한 조율 과정은 영아의 정서적 자기감과 사회·정서 기능 발달의 핵심을 이루며, 자율신경 각성을 상호 조절하여 긍정 정서는 증폭되고 부정 정서는 완화되는 순환을 통해 안정된 상태가 유지된다(Schore, 2014).
초기 애착 경험은 내적 작동모델(Bowlby, 1969)로 각인되어 정서 조절 전략의 기초를 형성하며, 이는 우뇌 편측의 암묵적 기억 체계와 긴밀히 연결된다고 발달 신경생물학은 보고한다(Schore, 2014). 유아기에 접어들면 신체적·정서적 경험이 통합된 자기감이 발달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던 조절은 점차 자기조절 능력으로 전환된다. 안전 애착은 상황적 요구에 따라 상호조절과 자기조절을 유연하게 전환하도록 하며, 특히 영아–양육자 간 우뇌–우뇌 상호작용은 성인기의 정서 및 스트레스 조절 능력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Schore, 2014; Kuhl & Kazen, 1994).
조절이론은 Schore(1994)가 제시한 개념으로, 이후 Schore와 Schore(2008)는 이를 현대 애착이론의 신경생물학적 확장으로 개념화하였다. 초기 애착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비언어적 정서 교류와 상호조절 경험은 발달 중인 우뇌의 정서조절 체계를 형성하며, 이러한 경험이 이후 자기조절 능력과 치료적 회복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고 하였다. 조절이론에 따르면 초기 사회·정서 경험은 안정적 조절 혹은 실패로 각인되며, 이에 따라 안전 또는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다(Schore & Schore, 2008; Schore, 2014). 애착 외상 환경에서 양육자가 지속적으로 부정 정서를 유발하거나 예측 불가능하게 반응할 경우, 영아는 회복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러한 경험은 우뇌 발달을 저해하고 불안정한 내적 작동모델을 형성하며, 대인관계 스트레스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재활성화된다(Schore, 2014). Watt(2004)는 이와 같은 부정적 경험이 심리적·신경학적 발달 전반에 해를 끼친다고 지적하였다. 더 나아가, 우뇌의 손상이나 결손은 공감 능력과 타인의 정서 인식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켜 사회적 관계와 기능 전반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한다(Álvarez-Fernández et al., 2023; Tancoo, 2024). 우뇌가 관여하는 대인관계 및 정서 상호작용 능력이 저하되면 정서 조절 실패로 이어지고, 이는 우울·불안·성격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발생 기반이 된다. 따라서 심리치료의 중요한 목표는 정서 자기조절 능력을 회복하고 강화하는 데 있다(오주원, 2025; Schore, 2014). 신경생물학적 근거에 기반한 관계 중심 심리치료는 우뇌의 신경 가소성을 촉진하여 치료적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Bowlby(2008)는 무의식적 내적 작동모델의 재평가를 치료의 핵심 과제로 보았다. Schore(2001)는 초기 애착 경험이 내적 작동모델을 형성하여 스트레스 상황에서 행동을 이끌 뿐 아니라, 심리치료 관계에서도 반복·재구성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내적 작동모델은 성숙한 우뇌의 암묵적 기억 체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치료 과정에서 재활성화된다(Schore, 2014). 치료자는 비언어적·암묵적 차원의 우뇌–우뇌 정서 교류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반응함으로써 치료적 동맹을 형성한다. 자기 인식, 공감, 동일시와 같은 상호주관적 과정은 발달 초기에 성숙하는 우뇌 기능에 의존하며, 이는 치료자–내담자 간 정서적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Schore, 2014). 초기 애착 발달이 실패하거나 외상이 경험된 경우, 깊은 정서적 접촉과 암묵적 상호조절이 우뇌 중심 심리치료의 핵심 메커니즘이 된다(Schore, 2014). Herman(2015)은 외상의 본질을 관계적 삶의 손상으로 보았으며, 회복은 반드시 안전한 치료 관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안전한 관계는 내담자와 치료자의 ‘모-자 일체성’ 및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과 맞닿아 있으며, 외상으로 인해 훼손된 자기 경험을 재구성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심리적 토대를 제공한다(Kalff, 1980/2003; Winnicott, 2018).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는 인지적 통찰보다 치료 관계에서의 경험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효과적인 심리치료는 우뇌의 신경 가소성을 촉진하여 혼란형(disorganized) 애착을 안정된 관계로 재구성할 수 있다(Schore, 2014; Schore, 2022). 발달 중인 우뇌는 안정 애착과 불안정 애착 모두에서 관계적 경험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 조절이론은 이러한 특성이 다양한 내담자와 치료 맥락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Arancibia et al., 2023; Lahousen et al., 2019).
정서 조절 중심 심리치료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정서 정보를 우뇌에 각인시키며, 이는 언어적 해석보다 비언어적·암묵적 처리에 의존한다(Schore, 2014). 연구에 따르면 우뇌는 암묵적 정서성과 회복탄력성에서 좌뇌보다 우세하며, 사회적 지능·의도 이해·관계 역학 파악에서도 강점을 가진다(Schore, 2014; Gainotti, 2014; Hecht, 2014). 이러한 관계 환경은 우뇌 회로의 가소성을 자극하여 내적 작동모델을 재구성하고, 보다 유연한 정서 조절 전략을 가능하게 한다(Schore, 2014). 이러한 치료적 접근은 초기 관계 경험이 발달 중인 우뇌–신체 기반 무의식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며, 이러한 경험은 성인기의 정서 발달, 스트레스 조절, 상호주관성, 치료적 변화에도 지속적으로 작용한다(Schore, 2001, Schore & Schore, 2008; Schore, 2014). 치료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점차 우뇌의 암묵적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여기에는 공감, 자기 정서 조절, 비언어적 수용, 타인의 미묘한 정서 신호 인식 등이 포함된다(Schore, 2014). 이러한 역량은 단순한 해석보다 더 중요한데, 치료자의 공감적 반응 속에서 반복되는 정서적 안전 경험이 방어적 해리 대신 회복력 있는 자기조절을 촉진한다(Schore, 2014, 2021a).
치료적 동맹에서 애착 의사소통의 핵심은 우뇌–신체–정서 상태의 조율에 있으며, 이는 전통적 ‘말하기 치료(talking cure)’보다 ‘정서 의사소통 치료(affect-communicating cure)’에 가깝다(Schore, 2014, 2021a, 2022). 따라서 우뇌–우뇌 간 비언어적 정서 교류는 치료적 변화의 신경생물학적 토대를 형성한다(Schore, 2014). 즉, 우뇌는 감각·정서·상징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며, 이미지 기반 경험을 통해 치유와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러한 특성은 모래놀이치료의 작동 기제와 긴밀히 연결된다(Schore, 2021b).
모래놀이치료는 발달신경과학의 발견을 토대로 초기 애착관계에서 형성되는 비언어적·정서적 상호작용의 핵심 메커니즘을 치료 장면 속에 재연하는 우뇌 기반 심리치료로 이해할 수 있다(장미경 등, 2023; Schore, 2021b; Kestly, 2022).
Schore(2021a, 2022)는 영아–양육자 관계에서 나타나는 우뇌–우뇌(right brain-to-right brain) 간의 동기화가 정서 조율과 자율신경계 안정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과정임을 밝히며, 이러한 상호작용 구조가 치료 장면에서도 동일하게 재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치료자–내담자 관계에서도 비언어적·상호주관적·암묵적 우뇌–우뇌 간의 정서 전달·조절 메커니즘이 핵심적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Schore, 2021a). 치료자는 내담자의 언어적 내용뿐 아니라 눈빛, 표정, 억양, 호흡, 신체 움직임 등 비언어적 리듬 구조를 추적하고 유연하게 반응함으로써 치료적 동맹을 위한 성장 촉진 맥락을 공동 창조한다. 또한 Schore(2021a, 2022)는 자기 인식, 공감, 상호주관적 과정이 주로 우뇌의 기능에 의존한다고 설명하며, 특히 영아–양육자 및 치료자–내담자 관계에서 비언어적이고 암묵적인 우뇌 간 정서 교류가 핵심적이라고 강조한다. 우뇌가 주관적 정서 경험 처리에서 좌뇌보다 우세하다는 점(Wittling & Roschmann, 1993)은 치료 장면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공명(resonance)이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을 통해 이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chore(2014)는 상호주관성을 심리치료 맥락에서 내담자와 치료자의 우뇌 간 비언어적·정서적·무의식적 교류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모래놀이치료에서는 치료자–내담자 간 비언어적 의사소통(눈빛, 표정, 억양, 호흡, 신체 움직임)과 감각–운동적 상호작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암묵적 의사소통은 영아–양육자 간 초기 애착 경험에서 나타나는 ‘모–자 일체성’과 유사한 신경생리학적 공조 상태(우뇌 동기화)를 유도하고, 공동 창조된 치료 동맹 속에서 상호주관성을 형성한다(장미경 등, 2023; De Little, 2020; Schore, 2021b). 그 결과 아동의 내면세계에 자리한 우뇌 표상에 신속히 접근할 수 있고, 과거 결핍되었던 안정 애착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Taki-Reece, 2004; Kestly, 2022).
이러한 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로, 장미경 등(2023)은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을 이용한 하이퍼스캐닝(hyperscanning)에서 모래놀이치료 중 치료자와 내담자의 좌·우측 전전두엽 피질에서 뚜렷한 동기화 현상이 나타났음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동기화는 언어적 상호작용뿐 아니라 모래를 다루는 비언어적 작업 과정에서도 확인되었으며, 이는 치료적 공명, 상호주관성, 상호 퇴행, 치료 동맹, 모–자 일체성의 신경생물학적 근거를 제공하였다(장미경 등, 2023).
외상 경험 역시 본질적으로 우뇌와 깊이 연관된 현상으로, 주로 우반구 변연계, 특히 편도체에 저장되며 언어적 처리보다 비언어적·감각적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모래놀이 장면에서 제공되는 안전하고 지지적인 관계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의 과활성화를 완화하고 자율신경계의 항상성 회복을 유도한다. 특히 시각·촉각 자극은 상구–시상베개–편도체(colliculo–pulvinar–amygdala) 경로를 포함한 우반구 하향 경로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며, 내담자는 언어적 설명 없이도 정서 반응과 신체 감각을 경험하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비언어적·상징적 과정은 편도체–해마–전전두엽 회로 간의 연결성을 회복시켜 단절된 외상 기억을 현재의 안전한 맥락 속에서 재구성하도록 돕는다(De Little, 2020). 외상은 개인의 신체적·심리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에 발생하며, 이는 뇌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여 강력한 정서 반응과 신경학적 변화를 유발한다(van der Kolk, 2014). 전쟁 트라우마와 같은 고강도 외상은 편도체와 해마의 과활성화, 브로카 영역의 기능 저하로 이어져 내담자가 경험을 언어화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Kern & Perryman, 2016). 외상 기억은 감각·정서 기반의 암묵적 기억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시간적·논리적 맥락 속에서 구성되기 어렵고, 언어적 접근만으로는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van der Kolk, 2014).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감각과 상징을 기반으로 한 모래놀이치료는 외상 기억을 안전하게 외현화하고 통합하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물, 모래, 피규어와 같은 비언어적 자극을 활용한 장면 구성은 내담자가 외상 경험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도록 하며, 이러한 과정은 점차 언어화를 거쳐 통합된 내러티브로 조직되도록 돕는다(Kern & Perryman, 2016; Perry, 2009). 이 과정은 공포·분노·슬픔과 같은 감정 기억을 명시적 기억으로 전환하고, 파편화된 경험을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로 조직화하는 심리적 기반을 제공한다. 그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주요 증상인 악몽, 과각성, 공격성이 완화되고, 가족과의 정서적 연결이나 사회적 기능도 회복되는 변화를 보인다(Kern & Perryman, 2016).
Kestly(2022)는 발달 외상을 경험한 8세 아동의 모래놀이치료 사례를 통해, 치료 초기에는 언어적 표현을 거의 하지 않던 아동이 촉각적·비언어적 상호작용을 거치며 점차 상징적 장면을 구성하고 정서 표현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변화를 그는 치료자와의 우뇌–우뇌 공조를 기반으로 감정·감각·상징이 통합되는 과정으로 해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모래놀이치료가 언어 발달 이전 단계의 외상 기억에 접근하고 우뇌 기반의 정서조절 능력 회복과 강화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모래놀이치료는 촉각·시각·상징이 결합된 표현예술치료의 한 형태로, 손으로 모래를 만지고 조작하는 경험은 강한 촉각 자극과 운동감각을 제공하여 신경 경로 재구성과 정서 회복을 촉진한다(Elbrecht, 2012; Malchiodi, 2018). 이러한 촉각 자극은 변연계와 우뇌 정서조절 회로를 직접 활성화하여 언어 발달 이전 시기에 형성된 경험과 이에 저장된 암묵적 기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Schore, 2001). 영아기의 촉각 경험은 안전·애착·정서 발달에 핵심적이며(Barnard & Brazelton, 1990; Linden, 2015), 그 결핍은 발달 지연과 정서조절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Perry, 2009; Schore, 2014; Zeanah, 2018). 생후 초기에는 좌·우뇌 간의 상호연결성과 병행 발달이 이루어지나(Emerson et al., 2017; Ford et al., 2023), 특히 우뇌는 감정, 이미지, 감각, 사회적 단서를 통합하여 정서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van der Kolk, 2014). 초기 애착 경험은 주로 비언어적·감각적 형태로 우뇌에 저장되기 때문에 모래놀이치료의 촉각뿐 아니라 시각적, 상징적 작업은 이러한 우뇌 기반 기억에 직접적으로 접근하고 재구성하는 데 유리하다.
아동은 성인보다 자연재해나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확률이 더 높으며(Freedle et al., 2021), 발달 단계상 언어적 표현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 중심 개입만으로는 기대할 만한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다(Wang & You, 2022).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비언어적 매체를 활용한 놀이 기반 접근은 아동 외상 개입에서 특히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 평가된다(Han et al., 2017). 실제로 외상 당시 경험한 무력감, 공포, 혼란은 아동에게 직접적인 언어로 표현되기 힘들며, 이를 감각적·상징적 놀이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이 심리적 조절감의 회복을 돕는다(Roesler, 2019). 상담자는 이러한 과정을 지지하면서 아동이 감각 자극을 통해 내면의 정서를 드러내고, 암묵적 기억을 명시적 기억과 연결할 수 있도록 촉진한다(von Gontard et al., 2010).
모래놀이치료의 외상 아동 대상 효과는 국내외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윤행란(2018)은 학교폭력 피해 여아를 대상으로 한 개별 치료에서 불안과 분열적 특성이 완화되고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보고하였다. 박은아와 이경하(2011)는 가정폭력 피해 청소년에게 적용하여 우울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정서적 치유가 촉진됨을 확인하였다. 해외에서도 Matta와 Ramos(2021)가 학대 피해 아동 집단을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하여 내재화·외현화 증상의 감소와 긍정적 장면 증가를 제시하였고, Dharmayanti 등(2025)은 발리 지역 아동에게서 PTSD 증상 완화와 웰빙 향상을 확인하였다. 질적 연구 역시 치료 과정을 뒷받침한다. Wang과 You(2022)는 원촨 지진 피해 아동을 대상으로 증상의 재악화와 회복 과정을 추적하며 모래놀이치료가 장기적 예방·치유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Tornero와 Capella(2017)는 성적 학대 아동이 치료 과정에서 상징적 놀이를 통해 폭력과 갈등을 다루고 점차 구조화된 세계관과 긍정적 해결을 형성하는 변화를 확인하였다.
Freedle(2007)은 트라우마 치료의 핵심 메커니즘을 관계적 안전감, 다감각적 처리, 상징적 표현, 자기 치유의 네 가지 요소로 설명하였다. 상담자의 수용적 태도와 비지시적 접근은 ‘자유롭고 보호된 공간’을 마련하여 억압된 감정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모래를 다루는 다감각적 경험은 언어화되지 못한 암묵적 기억을 안전하게 표면화한다. 또한 상징적 표현은 파편화된 외상 경험을 하나의 장면과 이야기로 조직화하며, 반복적 Sandplay Feedback Loop(내담자가 상징적 표현과 정서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는 자기(Self)의 회복과 정서적 조절력 향상을 돕는다. 이 네 가지 메커니즘은 모두 우뇌 기능과 긴밀히 연결된다. 관계적 안전감은 치료자–내담자 간의 우뇌–우뇌 상호작용 속해서 형성되며, 다감각적 처리는 우뇌가 담당하는 감각–정서 통합 경로를 활성화한다. 또한 상징적 표현은 우뇌의 이미지·상징 처리 능력을 활용하여 외상 기억을 통합하고, 자기 치유는 우뇌의 정서조절 회로 회복을 통해 가능해진다. 따라서 모래놀이치료에서 일어나는 치유 과정은 단순한 심리적 기제에 머물지 않고, 본질적으로 우뇌 기반의 트라우마 치료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론적·임상적 근거를 넘어, 최근에는 모래놀이치료의 효과가 신경영상 및 뇌과학적 연구를 통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대인관계 신경생물학(Siegel, 2020)은 마음·뇌·관계가 긴밀히 맞물려 있으며, 이러한 상호작용이 신경 구조와 기능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한다. 모래놀이와 같은 비언어적·감각 중심 활동은 우뇌를 자극하여 정서 조절, 공감, 관계 형성을 촉진하고, 아동이 은유와 상징을 통해 내적 경험을 드러내는 과정은 새로운 신경 연결망을 형성하며 장기 기억으로 통합되는 신경가소성을 촉진한다(Kestly, 2022). 한편, 다중미주신경이론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안전이 복측 미주신경을 활성화하여 신체가 ‘사회적 참여 모드(social engagement mode)’로 전환됨을 설명한다(Porges, 2011). 이 과정은 심박수 조율, 호흡 안정, 근육 이완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위협 반응을 완화한다. 이러한 신경생리학적 관점은 모래놀이치료가 단순한 놀이 활동을 넘어, 정서·신체·관계적 수준에서 통합적 변화를 이끌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 이론의 신경생리학적 기제와 임상적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Grossman & Taylor, 2007).
모래놀이치료는 신경과학적으로 방어기제를 완화하고 심리적 통합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개입으로 주목된다(De Little, 2020). 방어 반응은 하위 뇌 구조에서 기원하며, 생존을 위한 자동적 활성화로 나타나는데(Panksepp, 2004), 이러한 반응은 안전이 확보된 관계적 맥락에서 복측 미주신경 등의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완화된다(Porges & Dana, 2018). 이처럼 안전한 환경과 치료자–내담자 관계에서의 분명한 경계 설정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을 제공하며, 자율신경계의 균형 회복을 강화한다. 이는 과도한 각성이나 무기력 상태를 완화하고, 최적의 자율신경 조절 상태에서 자기 탐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Porges, 2011; Siegel, 2020).
이와 같은 안전한 맥락 속에서, 놀이치료와 같은 비언어적·감각적 매체는 언어화가 어려운 정서 및 신체적 경험을 깊이 있게 드러낼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Homeyer & Sweeney, 2008; Landreth, 2012; Siegel, 2020). van der Kolk(2014)와 Schore(2014)가 제시한 신경학적 메커니즘은, 모래 상자의 촉각·시각적 활동을 감각-운동 통합 과정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은 해마·편도체·전전두엽 피질의 상호작용을 강화해 기억과 정서를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
최근에는 모래놀이치료와 신경과학, Satir를 결합한 ‘NSST(Neuroscience and Satir in the Sand Tray)’ 모델도 제안되었다(De Little, 2020). 이 접근은 내담자가 방어 패턴을 작은 상징물에 투사하도록 이끌고, 장면을 재연·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심층적 통찰과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De Little(2020)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인지적 차원을 넘어, 신경생물학적 수준에서 반응 패턴이 새롭게 구성되는 과정임을 강조하였다. 결국 이러한 경험은 일시적 완화에 그치지 않고, 내담자가 새로운 정서·행동 반응 레퍼토리를 형성해 장기적 심리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래놀이치료의 변화 과정은 (1) 감각적·비언어적 표현을 통한 우뇌 활성화, (2) 상징과 은유를 통한 경험의 의미화, (3) 안전한 관계 경험을 통한 복측 미주신경 활성화, (4) 궁극적으로 새로운 신경 연결 형성으로 이어진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최근의 실증 연구들은 모래놀이치료가 심리적 차원을 넘어 신경학적·생리학적 수준에서 효과를 발휘함을 보여주고 있다.
Akimoto 등(2021)은 다채널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을 통해 치료자–내담자 5쌍(총 10명)을 대상으로 탐색적 상관 연구를 수행하였다. 모래놀이치료 장면에서 비언어적 상호작용 시 전전두엽 피질의 음의 상관관계, 언어 중심 면담에서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나, 언어적 교류 없이도 신경학적 공명이 발생함을 보여주었다. Akimoto 등(2023)의 추가연구는 fNIRS 기반 단일사례 연구(1쌍)로 내담자가 상징적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 중, 치료자의 전전두엽에서 강한 음의 동기화가 관찰되었다. 이는 치료자의 무의식적 공감과 심상 반영이 내담자의 작업과 신경학적으로 동조한 결과로 해석하였으며, 거울뉴런과 구체화된 시뮬레이션 이론에 근거해 비언어적 공명의 임상적 의미를 확장하였다. 또한 박은숙(2023)은 단일집단 사전–사후 설계로, 청소년 10명을 대상으로 주 2회기씩 총8회기 집단 모래놀이치료를 실시하였다. fNIRS을 활용해 전전두엽 혈류 변화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내재화·외현화 문제의 감소와 함께 전두극피질과 측두엽 영역의 산소포화도가 증가하여, 모래놀이치료가 심리적 문제 개선뿐 아니라 뇌 기능 회복에도 기여함을 확인하였다. Foo와 Freedle(2024)는 범불안장애 여성 6명을 대상으로 한 단일군 사전–사후 실험 연구에서,자기공명분광법(MRS)을 이용해 30회기 모래놀이치료 전후의 뇌 대사 변화를 측정하였다. 치료 후 HAM-A와 GAD-7 점수가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해마·편도체·전전두엽 피질의 대사 기능이 정상 범위로 회복되는 변화를 확인하였다. 이는 모래놀이치료의 임상적·신경학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심은영(2013)은 소년원에 입소한 여자 비행청소년 18명(실험집단 9명, 통제집단 9명)을 대상으로 준실험 연구를 진행하였다. 실험집단에는 주 1회 60분씩 총 10회기의 개별 모래놀이치료가 제공되었다. 모래놀이치료 후 공격성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전전두엽 EEG 주의지수가 향상되었다. 이는 정서조절 및 자기통제 능력 강화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모래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에 대해서는 다수의 연구자들이 여러 관점에서 탐구해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연구들을 토대로 치료적 요인을 통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송영혜와 김현주(2010)는 탐색적 요인분석을 통해 모래놀이치료의 세 가지 요인을 도출하였다. 첫째, 자기 탐색 및 직면 요인은 억눌린 감정의 표현과 문제에 대한 직면을 가능하게 하여 내담자의 통찰을 촉진한다. 둘째, 정서적 안정감 요인은 긴장 완화와 긍정적 정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치료 관계 형성에 기여한다. 셋째, 치료자적 기능 요인은 치료자의 수용과 지지를 기반으로 내담자의 정서적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후의 연구들은 이러한 요인을 확장하여, 치료 장면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교감과 무의식적 상호작용을 한층 심층적으로 설명하였다. 권미라(2020)는 공동전이를 교감, 융합, 치유의 세 요소로 설명하였다. 교감은 치료자와 내담자가 정서를 동시에 나누는 경험이며, Kalff가 제시한 ‘동시성의 순간’과 Bradway & McCoard(2005)가 언급한 ‘궁극적인 치료의 순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융합은 과거 기억과 치료자의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맞물려 억압된 정서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치유는 양자의 상처가 서로를 비추며 회복으로 이어지는 단계로, 치료자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 기능한다. Bradway(1991)는 이를 단순한 역전이가 아닌 ‘함께 함’의 정서적 체험으로 보았고, Friedman와 Michell(2007)은 전이와 역전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하였다. Jung(1966)도 역시 치료자와 내담자의 의식·무의식이 연금술적 과정 속에서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하였다. 결국 공동전이는 교감–융합–치유의 과정을 통해 양자가 함께 변화하는 모래놀이치료의 중요한 치료기제로 이해된다. 또한 안운경(2021)은 모래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을 놀이, 상징, 전이, 명상으로 제시하였다. 놀이는 아동이 환경과 접촉하고 정서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상징은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고 변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언어로 작용한다. 전이는 내담자·치료자·작품 간의 관계 속에서 무의식적 에너지 변환을 촉진하며, 명상은 침묵과 주의집중을통해 비언어적 통찰과 깨달음을 이끈다. 이러한 네 가지 요인은 상호작용하면서 치료적 역동을 형성하며, 모래놀이치료의 핵심 기제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를 가진다. 안운경(2022)은 더 확장하여, 모래놀이치료의 관계를 전이와 역전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해하였다. 전이는 내담자의 과거 경험이 투사되는 동시에 치료자의 무의식과 맞물려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역전이는 치료자의 공감과 반영 과정에서 중요한 자원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치료적 요인은 놀이, 상징, 전이·공동전이, 명상에 더해, 전이–역전이의 역동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관계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 론
종합하면, 선행연구들은 모래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을 경험적 요인(자기 탐색, 정서적 안정, 치료자 기능), 관계적 요인(공동전이와 정서적 교감), 그리고 상징적·영적 요인(놀이, 상징, 명상) 등으로 다층적으로 제시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우뇌의 발달적·신경학적 메커니즘과 통합하여 도식화함으로써, 치료적 기제가 독립적으로가 아니라 상호작용적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부각하였다.
모래놀이치료 장면은 우뇌의 핵심 기능을 전방위적으로 자극하는 치료적 공간이다. 모래를 만지고 피규어를 배치하는 과정은 촉 각·시각·공간 감각을 동시에 활성화하여 억압된 정서를 표면화하고 감각–정서 통합을 촉진한다(Urquhart et al., 2020). 상징적 장면 구성은 우뇌의 이미지·상징 처리 능력을 통해 무의식적 정서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이는 감정의 의미화와 자기 이해로 이어진다(Gainotti, 2012; Bromberger et al., 2011). 또한 치료자와의 비언어적 상호작용은 대인관계적 정서 조율을 가능하게 하여 초기 애착 경험을 치료 장면에서 재연하게 한다(Schore, 2021b, 2022).
모래놀이치료 장면에서 내담자와 치료자는 비언어적 정서 교감과 생리적 리듬의 조율을 통해 우뇌–우뇌 동기화를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신뢰를 넘어선 치료적 동맹으로 확장되며, 영아–양육자 관계에서 경험되는 모-자 일체성을 치료 현장에서 재연한다. 이러한 경험은 내담자가 안전한 정서적 융합 속에서 새로운 애착 도식과 조절 전략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동시에 치료자와 내담자 간의 직관적 공감과 암묵적 이해는 상호주관성을 강화하고, 무의식적 감정은 공동전이 과정을 통해 더욱 깊이 수용·변형된다. 치료적 동맹, 모-자 일체성, 상호주관성, 공동전이는 모두 치료자와 내담자 간 우뇌–우뇌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동일한 현상의 다양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비언어적 정서 교감과 무의식적 유대 속에서 형성되는 깊은 관계적 경험으로, 내담자가 안전감을 바탕으로 자기 조절과 치유를 경험하도록 돕는 핵심적 기제이다. 내담자의 우뇌 기능(비언어적 정서 처리, 상징·감각 통합, 애착 조율, 무의식 처리 등)은 치료자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계속해서 재활성화된다. 즉, 치료적 동맹·모–자 일체성·상호주관성 같은 경험이 강화될수록 다시 우뇌 메커니즘이 더 깊게 작동하는 순환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모래놀이치료의 궁극적 지향점은 치유적 회복에 있다. 이는 우선 내담자가 정서적 안정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서적 안정은 불안·분열된 정서를 통합하고 안정된 자기 감각을 되찾는 기반이 되며, 이러한 안정 위에서 개성화 과정이 촉진된다. 개성화는 융(C. G. Jung)이 말한 인간 정신의 근본적 목표로 곧 자기(self) 실현의 여정으로, 개인이 가진 독특함을 분화시키면서 인격의 전체성(wholeness)을 향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이때 자아는 의식의 중심으로서 현실 적응을 담당하고, 자기는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정신 전체의 중심으로 기능한다. 자아와 자기 사이의 관계 발전, 즉 자아–자기 축(ego–self axis)의 형성은 개성화의 핵심이며, 자아가 무의식과 지속적으로 연결됨으로써 통합적 기능과 심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장미경, 2024). 따라서 모래놀이치료는 단순한 증상 감소를 넘어서, 내담자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정서적 안정 속에서 자기 실현과 전체성을 이루어가는 융 분석심리학적 의미의 개성화 과정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 1은 이러한 치료적 요인과 우뇌 메커니즘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도식화한 것으로, 본 연구의 핵심 통합 관점을 한눈에 보여준다. 표 1은 그림 1에 제시된 치료적 과정에서 나타나는 측정 가능한 신경생리·행동지표를 구체화하여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개념적·이론적 고찰로서 모래놀이치료의 치료적 요인을 발달신경과학 및 우뇌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탐색하였으나, 정서적 변화에 초점을 두어 행동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제한점이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치료 과정의 각 단계에서 나타나는 신경생리·행동지표를 실증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정서와 행동의 통합적 회복 과정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뇌영상 및 신경생리·행동지표 기반의 실증 연구로 확장된다면, 본 연구에서 제시한 이론적 모델을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 라벨 | 치료적 과정 | 우뇌 메커니즘 | 신경생리·행동지표 |
|---|---|---|---|
| P1 | 비언어적 정서처리 | 얼굴표정,억양·몸짓, 정서 공명 | Motion synchrony, Eye-gaze coherence, Facial EMG⑤ |
| P2 | 감각-상 징 통합 | 촉각·시각 자극의 상징화, 이미지 통합 | EEG⑥ α·β coherence, HRV–RSA⑦ |
| P3 | 대인 관계적 상호조절 | 정서적 반응 공명 | fNIRS⑧ PLV⑨, HRV coupling |
| P4 | 애착경험과 정서조절 | 감정 조절, 공감, 자율신경 반응 | HRV–RSA coupling, EEG hyperscanning coherence |
| P5 | 우뇌–우뇌 동기화 | 신경 공명, 비언어적 상호조절, 치료적동맹 | fNIRS connectivity, EEG PLV, HRV synchronization |
| P6 | 치료적 회복 | 정서 안정, 개성화, 자기통합(wholenes) | HRV–RSA 증가, 자율신경 안정성(ANS⑩ balance), Emotion regulation scale |